지상파 광고규제 완화? 결국 종편 눈치보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방통위, 지상파 광고총량제 도입 반발 종편에 규제완화 ‘선물’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 이하 방통위)가 지상파 방송에 대해 광고총량제 도입을 결정했다. 2001년 방송위원회(현 방통위)와 문화관광부(현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상파 방송에 중간광고와 광고총량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제기한 이후 13년 만에 논의가 일부 현실화한 것이다. 하지만 방통위가 지상파 방송 광고총량제 도입과 함께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등 유료방송 사업자에 대한 광고규제도 풀어주기로 결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같은 규제완화는 결국 종편에 대한 추가 혜택으로 기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방통위는 지난 19일 전체회의를 열어 지상파 방송에 대해 ‘방송프로그램 편성시간당 광고총량제’를 도입해 광고 유형과 상관없이 15~18%(한 시간당 9분~10분 48초) 범위에서 자유롭게 광고 편성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지상파 방송은 60분짜리 프로그램 전후에 붙는 프로그램 광고를 최대 6분까지 붙일 수 있지만 앞으로는 이런 구분 없이 3~4분 더 광고를 넣을 수 있다.

방통위가 지난 8월 정책과제를 발표하면서 지상파 방송 광고총량제 도입 계획을 밝힌 이후 종편 등 유료방송들은 “지상파 독점 구조의 공고화”라고 반발했지만, 지상파 방송의 상황은 좋지 않다. 현재 지상파 방송의 광고매출은 매년 1000억원씩 빠지는 상황으로, 방통위가 지난 11월 30일 발표한 ‘방송산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지상파 방송의 광고매출은 2조 733억원으로 전년(2조 1833억원)대비 5.2% 감소했다.

▲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11월 27일 오전 경기 과천시 중앙동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전체 광고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도 59.6%로 전년(61.1%)대비 1.5%로 줄었다. 지상파의 광고매출 점유율이 50%대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2010년 66.6%에서 종편 출범 이후 2011년 63.8%, 2012년 61.1%, 2013년 59.6% 등으로 계속 하락했다. 방송 콘텐츠의 70% 이상을 공급하는 지상파 방송의 제작 능력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는 상황을 인정해 방통위가 지난 8월 정책과제를 발표하며 광고총량제 도입 계획을 밝힌 것이다.

그러나 방통위는 이날 지상파 방송뿐 아니라 종편 등 유료방송에도 이 제도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미 광고총량제를 적용받고 있던 종편 등 유료방송에 대해 토막·자막광고 규제를 폐지하고 방송프로그램 편성시간당 17~20%(10분 12초~12분) 범위에서 자율적으로 광고편성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지상파 방송뿐 아니라 종편 등 유료방송 모두 토막·자막광고 등에 대한 규제에서 벗어나 프로그램 전후에 붙는, 상대적으로 단가가 높은 방송프로그램 광고를 더 늘릴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방통위는 현재 스포츠중계 프로그램에만 허용된 가상광고에 대한 규제를 풀어 지상파 방송과 유료방송 모두 교양·오락 프로그램과 스포츠보도 프로그램에까지 허용하기로 했다. 특히 종편 등 유료방송에 대해선 현재 해당 방송프로그램 시간의 5%까지 허용하고 있는 가상광고 시간을 7%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또한 지상파 방송과 유료방송에 대해 간접광고 규제도 완화하기로 했는데 허위 또는 과장하지 않는 이상 특정 상품의 기능을 시연해 보이는 간접광고도 허용하기로 했다. 현행 방송심의규정은 일반적인 기능 외 상품의 특정한 기능을 시연해 보이는 것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간접광고의 내용규제는 그간 방심위의 몫이었지만 방통위는 이를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에 포함시키겠다고 밝혀 내용 심의 개입 논란도 부르고 있다.

방통위는 일련의 내용을 담은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내년 상반기부터 적용할 예정이지만, 결과적으로 시청권 훼손 범위를 넓히면서 유료방송, 특히 종편에 대해 추가 특혜를 부여하는 정책이 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상파 방송 광고총량제 도입에 반발하는 종편 등 유료방송 업계를 달래기 위해 토막·자막광고 등의 규제를 폐지하고, 가상광고와 간접광고의 범위를 넓혔다는 지적이다.

종편의 대주주인 신문들은 방통위의 지상파 방송 광고총량제 도입 결정 이후 “80분짜리 지상파 인기예능 한 편에 광고가 48개로 늘어난다”(12월 20일 <동아일보>) 시청권 침해를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프로그램광고의 경우 시청자는 채널 선택을 통해 피해갈 수 있지만 간접광고·가상광고 등은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이상 볼 수밖에 없다.

또 지상파 방송 광고총량제 도입으로 지상파 방송이 연 2000억원 추가 수익을 거두는 대신 영세방송은 고사할 것(12월 20일 <조선일보>)이라고 지적하지만, 군소PP(채널사용사업자)들은 보험과 대부업체 등을 광고주로 두고 있는 반면 지상파 방송의 광고주 대부분은 기업이다. 종편 등이 시청권과 군소PP 등을 앞세워 결국 자신들의 먹을거리를 챙겼다는 지적이 가능한 이유다. 지상파 방송을 회원사로 두고 있는 한국방송협회가 방통위 회의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종편 등 유료방송과의 악성 비대칭규제가 더욱 확대됐다”고 비판한 배경이다.

김재홍 방통위 상임위원도 이날 회의에서 지상파 방송 광고총량제 도입엔 찬성하면서도 “간접광고·가상광고 등에 대한 규제완화까지 한 번에 할 경우 중간광고 도입 못지않은 시청권 침해를 걱정할 수밖에 없다”며 단계적 시행을 주장했다.

종편 대주주인 신문들이 전하는 지상파 방송 광고총량제 도입에 따른 효과도 과장됐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광고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상파 방송을 둘러싼 상황 전반이 좋지 않기 때문에 현실에서 광고총량제 도입만으로 2000억~3000억원의 추가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키움증권도 지난 22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광고총량제 도입은 지상파 방송에 긍정적 내용”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여전히 시청률 감소와 종편 및 케이블TV 프로그램 경쟁력 상승에 따른 지상파 의존도 하락 등의 기본 흐름은 달라지지 않아 광고총량제 도입에 따른 광고 판매량 변화는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추혜선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방통위의 광고규제 완화 결정에 앞서 진행한 <PD저널>과의 통화에서 “광고 규제완화는 모두 시청권과 밀접하게 관련한 문제인데 정작 시청자들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는 절차는 없었다”고 문제를 제기하며 “시청자를 고립시키는 작금의 광범위한 규제 완화 논의는 위험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