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화하는 지상파 위기…방통위는 규제완화 ‘돌려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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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광고 규제완화 가속화, 수신료 인상 ‘변수’…시장질서 붕괴 종편 특혜 회수 요구

새해가 밝았지만 지상파 방송의 위기 상황은 그대로다. 지난해 말 지상파 방송 3사가 받아든 성적표에도 이런 현실은 고스란히 드러나는데,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이하 코바코)가 지난해 12월 29일 발표한 ‘2014 방송통신광고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상파TV의 광고매출은 2조 616억원으로 2013년(2조 1359억원)과 비교할 때 3.5% 줄었다.

전체 방송광고 매출은 4조 2281억원으로 전년 대비 0.02% 늘어 제자리걸음을 했지만, 이런 상황에도 IPTV와 케이블PP(채널사용사업자)의 광고매출은 각각 28.8%, 4.8% 증가하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시장 지배적 지위는 허물어져 가고 있음에도 여전히 많은 규제 아래 놓인 지상파 방송을 중심에 두고 규제완화 주도권 다툼, 나아가 광고 등 한정된 재원을 둘러싼 쟁탈전이 새해에도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가능한 배경이다.

■빗장 열리는 광고시장=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지난해부터 지상파 방송의 규제를 완화하는 쪽으로 움직여왔다.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등 유료방송의 반발에도 광고총량제를 도입을 결정했고, EBS에 다채널방송(MMS)을 허용해 당장 이달부터 디지털TV로 지상파 방송을 직접 수신하는 시청자들은 EBS 채널을 추가로 시청할 수 있다. 올해 중 KBS 등 다른 지상파 방송에 대한 MMS 추가 허용 가능성도 나온다.

하지만 종편의 대주주인 유력 신문들의 반발만큼 일련의 규제완화 정책에 따른 실효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조선·중앙·동아·매경 등 종편을 소유하고 있는 신문들은 광고총량제로 지상파의 광고수익이 1000억~2000억원 가량 늘어날 것이라고 하지만, 지상파 방송사들은 3사 모두를 더해도 200억~300억원 정도에 그칠 것이라 보고 있다.

▲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11월 27일 오전 경기 과천시 중앙동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방송·광고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광고총량제만으로는 유료방송 등에서 주장하는 만큼의 수익은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광고업계의 한 관계자는 “총량제로 단가가 높은 프로그램광고(프로그램 전후에 배치하는 15초 분량의 광고)를 최대로 늘릴 경우 그만큼 (광고)블록은 강화되고, 광고를 통한 효과적인 메시지 전달 또한 방해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종편 등에서 산술적 계산을 앞세워 주장하는 만큼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일련의 상황은 추가 규제완화 요구를 등장시킬 수밖에 없다. 방통위도 광고총량제에 이어 지상파 방송에 중간광고를 허용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간접광고와 가상광고 등의 규제에도 빗장을 열기 시작했다. 우선 방통위는 방송법 시행령을 개정해 현재 스포츠중계에만 허용하고 있는 가상광고의 범위를 교양·오락프로그램과 스포츠보도에까지 넓히기로 했다. 또 허위·과장하지 않는 이상 특정 상품의 기능을 시현하는 방식의 간접광고도 허용하기로 했다.

지상파는 더 이상 시청률에 있어 확고한 강자가 아니다. CJ E&M 계열 PP에서 제작한 <슈퍼스타 K2>(Mnet), <응답하라 1994>(tvN) 등이 10%대 시청률을 기록했고 최근엔 <미생>(tvN), <삼시세끼>(tvN) 등도 8%대 시청률을 기록했다. 지상파의 평일 심야 예능의 시청률이 한 자릿수로 떨어지는 사이 JTBC의 <비정상회담>, <마녀사냥> 등이 시청률과 화제성을 동시에 잡았다. 시청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채널이 늘어나고 더 이상 TV를 ‘본방사수’하지 않는 시청행태의 변화는 광고주들이 선호하는 광고의 유형 또한 바꾸고 있다. 프로그램 시작과 끝에 붙는 프로그램광고보다 간접·가상광고, 그리고 협찬으로 눈을 돌리게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여전히 광고매출 비중 70% 정도를 차지할 만큼 프로그램광고 비중은 높지만 변화는 감지되고 있다. 지난해 6월 코바코에서 발표한 2013년 광고비 조사결과 지상파TV에서 협찬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 13.4%에서 2013년 15.4%로 늘었다. 또 2013년 프로그램광고는 전년대비 1000억 원 이상(2012년 1조 6425억 8000만원→2013년 1조 5349억 8000만원) 줄어든 반면, 간접광고는 2012년 299억 2300만원에서 2013년 336억 83만원으로, 가상광고는 36억 36만원에서 44억 49만원으로 늘었다. 광고총량제를 손에 쥐게 된 지상파 방송의 요구가 중간광고뿐 아니라 간접광고·가상광고, 협찬 등의 규제완화로 확대될 가능성이 큰 이유다.

MMS에서도 규제완화 주도권 다툼을 전망할 수 있다. 이달 말부터 시험방송을 시작하는 EBS MMS의 경우 상업광고 편성이 금지된 만큼 당장 광고시장에 영향을 미치진 않겠지만, 지상파 MMS가 본격화하면 일정 수준의 질을 담보하는 콘텐츠 제작을 위해서라도 광고규제 완화 요구는 불가피한 탓이다.

■대책없는 규제완화= 변수는 KBS 수신료 인상이다. 현재 국회에는 월 2500원의 수신료를 4000원으로 인상하는 안이 올라가 있다. 야당과 시민단체에선 KBS의 보도 공정성과 제작 자율성 확보가 우선이라고 지적하고 있지만, KBS 수신료 인상의 필요성을 역설해 온 정부·여당 입장에선 굵직한 선거가 없는 올해가 인상의 적기라는 판단이 가능하다.

방통위의 지상파 방송에 대한 광고 규제완화 기조에 반발하고 있는 종편 등 유료방송들 역시 수신료 인상에 적극적이다. 전문가들은 KBS 수신료가 4000원으로 인상될 경우 전이되는 광고비를 3500억 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는데, MBC와 SBS 등 다른 지상파 방송에 이전효과가 크고 종편 등 케이블PP에도 상당 부분 수혜가 돌아갈 것으로 보고 있다.

방통위도 수신료 인상으로 종편 등 다른 방송들의 광고 파이를 키우지 않은 상황에서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 카드를 꺼내긴 쉽지 않다.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신년사에서 “공정한 방송 환경 확립”을 앞세우며 수신료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이어 방송광고 제도 개선을 통한 창조경제 구현을 내세움으로써 규제완화 기조 속 광고시장에 대한 고려 또한 포함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문제는 방통위가 각 방송사업자의 민원 해결사 노릇을 자처하며 움직이다 보니 “규제완화 돌려막기”의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는 점이다. 시장의 반대에도 4개의 종편 사업자를 탄생시키고 이들을 생존시키려 갖가지 특혜를 안기는 동안에 지상파 방송이 위기에 봉착하니 이곳에도 규제완화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는, 악순환을 부르고 있는 것이다. 공공 플랫폼인 지상파의 붕괴 상황 속에도 방통위는 규제 완화만 말할 뿐 직접 수신률 제고 등 공적 역할을 위한 방안은 내놓지 않고 있고, 갖가지 규제완화와 수신료 인상 등에 대한 부담을 져야 하는 시청자들에 대해서도 “최대한 시청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대안 없는 당위만 말하고 있다.

방통위의 일련의 모습이야말로 현업 언론인들과 시민단체가 채널 공공성 회복을 강조하고 있는 이유로, 언론노조와 언론개혁시민연대, 민주언론시민연합 등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운영한 공공성 태스크포스(TF)는 12월 통합방송법 시민사회 입법안을  공개하고 종편의 의무전송 조항 삭제, 과도한 보도프로그램 편성 비율 제한 등 기울어진 방송시장을 바로잡기 위한 대안을 제시하고 나섰다. 통합방송법 시민사회 입법안은 야당 국회의원을 통해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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