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청회에서도 광고 쟁탈전, ‘시청권’은 관심 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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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청회에서도 광고 쟁탈전, ‘시청권’은 관심 밖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공청회…지상파 광고총량제 찬반 팽팽
  • 김세옥 기자
  • 승인 2015.02.13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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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 이하 방통위)가 13일 광고총량제와 광고규제 완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을 위해 개최한 공청회에서 지상파 방송과 유료방송, 신문업계, 광고업계 등을 대표해 나온 공술인들은 저마다의 주장만 앞세우며 대립했다. 방통위의 광고규제 완화 계획이 발표된 지난해 8월 이후 계속된 풍경을 ‘공청회’라는 공간에서 다시 한 번 확인했을 뿐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날 오후 서울 목동 한국방송회관에서 열린 방송법 시행령 개정 공청회에서는 침체를 거듭하고 있는 방송광고 시장과 그에 따른 방송의 재원 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은 찾지 못했다. 게다가 규제 완화 흐름 속 위협받고 있는 시청권에 대한 우려는 9인이 공술인 중 언론단체를 대표해 나온 2인으로부터만 나왔다. ‘광고’라는 먹을거리를 놓고 다투는 사업자들에게 시청권은 ‘원론’으로만 존재하는 개념이었다.

“중간광고 없는 지상파 광고총량제 아쉽다. 하지만 ‘무한도전’ 2년 제작비 충당 가능”

지난 2일까지 입법예고를 거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은 지상파 방송에 광고총량제를 도입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지상파와 유료방송 모두에 대해 그동안 운동경기 중계 프로그램에만 허용했던 가상광고의 범위를 교양·오락·스포츠보도 등으로 확대하고, 간접광고의 범위 또한 허위·과장이 아닌 이상 상품의 기능을 시현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그밖에도 협찬고지의 품목과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방통위는 이처럼 방송광고 규제를 개선해 방송광고 매출액의 증가와 이를 바탕으로 하는 고품질 콘텐츠 제작이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를 마련하겠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공술인들은 방통위 이 같은 기대에 대해 의문을 표시했다.

▲ 13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방송통신위원회 주최로 열린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공청회’에서 패널로 참여한 이해관계자들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 News1
우선 지상파 방송과 광고업계에선 방통위의 방송광고 규제 완화 방안에 대해 긍정의 평가를 먼저 밝혔다. 광고주협회에서 공술인으로 추천한 김병희 서원대 교수(광고홍보학과)는 “지상파 광고총량제 도입을 두고 총광고비의 규모는 변하지 않기 때문에 (유료방송 등) 다른 매체의 광고비가 이전하는데 그친다는 일부의 주장은 지나치게 단순한 논리”라며 “지상파 방송 활성화에 따른 시너지 효과 때문에 전체 광고 산업의 규모가 커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호윤 MBC 광고기획부장은 “방송광고에 있어 지상파 방송이 과거에 지녔던 독과점 지위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라며 “지상파 방송 독과점 시대에 만들어진 규제를 유지할 게 아니라 이제는 공정한 경쟁 환경 조성을 원칙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방송광고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긍정했다.

이호윤 부장은 또한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연구 결과 광고총량제를 도입할 경우 지상파 방송 3사의 프로그램 광고 수익이 217억~383억원 가량 늘어날 전망이라고 한다”며 “이 경우 MBC는 연간 100억원 정도 광고 수익이 늘어나는 건데, 이 돈으로 <무한도전> 100편을 2년 동안 제작할 수 있고, 16부작 미니시리즈는 두 편을, 60부작 대하사극도 한 편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쉬움도 나왔다. 이호윤 부장은 방송광고 규제 완화 속에서도 지상파 방송과 유료방송 간의 비대칭 규제를 유지하겠다는 방통위의 방침에 대해 “우리나라 모든 유료방송이 광고 매출이나 콘텐츠 경쟁력 측면에서 보호받아야 할 만큼 취약한 지에 대해 객관적 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의 관계회사로 다수 채널을 통해 지상파 방송에 필적하는 화제성 높은 콘텐츠를 제작해 지상파 방송 수준의 광고매출 실적을 기록하는 방송사들이나, 막강한 사회적 영향력을 가진 언론 기업의 일원으로 매년 두 자릿수 이상의 광고매출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방송사들이 단지 유료방송이라는 이유로 법적인 보호를 받아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CJ E&M이나 조선·중앙·동아·매경 등 유력 신문을 대주주로 두고 있는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까지 약자의 범주에 넣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이호윤 부장은 또한 “(광고규제 완화와 관련한) 방통위의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가장 적합한 수단인 중간광고에 대한 논의 자체를 일방적으로 배제한 것은 유감”이라며 “여전히 남아 있는 지상파 방송의 광고편성 자율성에 대한 과도한 제약으로 방송법 시행령 개정의 실효성은 매우 제한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양승진 CBS 매체정책부장도 “지상파 TV에 광고총량제와 중간광고를 동시 허용한다면 광고 결합판매 금액이 늘어 중소방송 경영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 부장은 “라디오에서 중간광고 도입은 필수”라고 거듭 강조하며 “사정이 어려운 지역 라디오 방송사에게 만이라도 먼저 허용해서 숨통을 틔워주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광고업계는 아니라지만 종편 등 지상파 광고 쏠림 우려 계속

반면 신문업계와 종편 등 유료방송의 주장은 이와 다르다. 허승호 한국신문협회 사무총장은 “국내 광고시장의 정체 상황에서 지상파 광고총량제를 시행할 경우 (광고주들은) 다른 매체에 집행할 광고 물량을 지상파에 몰아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허 총장은 “신문 전체 광고매출의 10~20% 정도가 지상파 광고 시장으로 옮겨가는, 결코 좌시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것인 만큼, 광고총량제 관련 정책에 대한 결정은 국내 전체 미디어 정책을 총괄하는 문화체육관광부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 총장은 이 같은 문제제기와 함께 공청회에서 퇴장했다.

고종원 TV조선 경영기획본부장도 “지상파 광고총량제 도입으로 새로운 광고시장이 창출되는 게 아니라 케이블TV 등 타 방송매체의 광고가 지상파로 수평 이동하는 것에 불과해 미디어 생태계 질서가 파괴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KISDI 보고서에 따르면 지상파 TV 광고 증액 의사가 있는 광고주 중 81.7%는 여타 매체의 광고비 지출규모 조정을 통해 예산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며 “지상파 광고총량제는 전체 방송광고 시장의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않고, 지상파 방송에 편중된 방송광고 시장의 불균형을 더욱 악화시키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고 본부장은 KISDI 보고서를 인용하면서 일부 내용을 생략했다. 고 본부장은 지상파 광고총량제 도입으로 지상파 TV 광고 증액 의사가 있는 광고주 중 81.7%가 여타 매체의 광고비 지출규모 조정을 통해 예산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으나, 지상파 TV 광고 증액 의사가 있는 광고주의 비율이 19%에 그친다는 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자사의 이해(주장)에 부합하는 내용만을 부각하는 이런 모습은 TV조선의 대주주인 <조선일보>가 KISDI 보고서 내용을 보도했던 방식과 같다.

시청권 밀어내고 사업자 이해에만 휘둘리는 방통위 비판

일련의 논의 속 시청자는 소외돼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추혜선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방통위가 사업자들에게 돌아갈 재원확충 등의 산업적인 효과만을 내세운 채 전체 방송환경과 시청자에게 미치는 영향 등을 분석하고 평가하는 규제행위를 생략하면서, 가장 중요한 가치인 ‘시청권’은 논외로 밀려났다”고 말했다.

추 총장은 “방통위는 교양과 오락, 스포츠 보도프로그램에까지 가상광고를 허용하고 시간도 확대했을 뿐 아니라, 간접광고도 상품의 시현을 전면 허용하겠다는 입장인데, 이는 시청 흐름을 방해하는 수준을 넘어 광고와 프로그램의 칸막이를 아예 없애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의 ‘홈쇼핑화’에 대한 우려로, 추 총장은 “프로그램 안에 가상광고와 간접광고 시현 등을 확대하는 안보다, 사회적 합의와 논의가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지만 차라리 중간광고를 갖고 나오는 게 규제기관으로서 더 책임 있는 자세”라고 말했다.

노영란 매체비평우리스스로 사무국장은 “광고제도 규제 완화가 시청자 권익 증진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어 섣부른 광고규제 완화는 오히려 공공성을 크게 퇴보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방통위의 안은 광고총량제 도입으로 얻게 될 매출증가를 어떻게 선순환 시킬지에 대한 대비책이 명확하지 않다”며 “방통위의 긍정적 기대효과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선 인기 프로그램 위주가 아닌 프로그램 다양성이 보장되고 공익성을 강화할 수 있는 실질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방통위가 이날 공청회에서 나온 의견들을 정리해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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