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는 진지한 대화의 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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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올해의 PD상 수상한 EBS ‘다큐프라임’ 추덕담 교육다큐부장

지난 12일 제27회 한국PD대상 시상식이 서울 상암동 SBS 프리즘타워에서 열렸다. 한국PD대상의 대상격인 올해의 PD상 수상자는 프로그램 한 꼭지의 제작진이 아닌 EBS <다큐프라임>팀 전원이었다. 팀 전체가 수상을 하는 특별한 영광을 얻은 것이다. 상을 받는 마음과 감회도 남달랐을 터, 서면과 전화를 통해 <다큐프라임> 추덕담 교육다큐부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추 부장은 “청춘과 영혼을 바친 PD들의 정성을 알아줘서 감사하다”며 “EBS 전체가 상을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 말은 <다큐프라임>의 제작 방식과도 관련이 있다. <다큐프라임>은 기획안 공모와 심사 자체가 전사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제작도 자체제작과 외주제작으로 나누어진다. 추 부장은 “한 편의 프로젝트가 크게 회자된 적도 있었지만, 2007년 이후 8년 동안 축적된 힘이 <다큐프라임>의 브랜드를 만들고 콘텐츠의 신뢰도를 높였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하며, 팀 전원에게 상을 준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라 추측했다.

▲ 한국PD대상 올해의 PD상을 수상한 EBS <다큐프라임> 제작진을 대표해 추덕담 교육다큐부장(가운데)이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다. ⓒPD저널
이번 시상식에서 <다큐프라임>은 실험정신상과 작품상 TV 교양정보부문도 함께 수상해 3관왕에 올랐다. 추 부장은 ‘소재의 선택과 접근 방식’, 그리고 ‘색다른 영상미의 구현’을 좋은 평가를 받는 이유로 들었다.

 
그는 “사실 <다큐프라임>은 소재나 스토리텔링 방식이 다른 다큐와 많이 달라서 시청자들이 쉽고 편하게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은 아니다”라며 “이번에 실험정신상을 수상한 백경석 PD의 ‘악기는 무엇으로 사는가’만 보아도 타 방송사의 음악 다큐멘터리와는 극명한 차이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청자들의 내면에는 본질, 근원에 대한 갈급이 있지 않나 싶다”며 “<다큐프라임>이 부족하지만 조금이나마 그 목마름을 채워줬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또한 “추상적인 소재와 스토리를 영상으로 구현해내기 위해서는 독창적인 그림을 만들어 낼 수밖에 없다”며 “날 것, 살아있는 그대로의 그림이 아니라는 점에서 논쟁의 주제가 되기도 하지만, 이제 적정한 수준을 찾은 것 같다”고 밝혔다.
 
추 부장은 <다큐프라임> 제작진의 가장 큰 강점 중 하나로 ‘열린 마음으로 듣고 수용하는 전통’을 꼽기도 했다.
 
<다큐프라임>은 장기 기획물로 제작되는 특성상 시청자의 피드백을 바로바로 작품에 반영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엄격한 내부심사를 진행한다고 한다. 가편집 단계에서 전체 PD들이 함께 보는 시사회를 갖는다.
 
추 부장은 “사전 공부 없이 보기 때문에 시청자의 마인드로 신랄하게 비판한다”며 “나 역시 시사회에서 어렵고 지루하면 졸기도 하는데, 시청자의 마음으로 솔직하게 얘기해준다”고 말했다. 그는 “담당PD는 당황하고 상처받기도 하지만 그 과정을 거쳐 한 달 후에 완성된 방송본은 대부분 새롭게 바뀌어 있다”며 “열린 마음으로 듣고 수용하는 전통이 <다큐프라임>의 가장 큰 힘”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2014년에 방영된 <다큐프라임>의 많은 작품 중에 그의 기억에 가장 남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이번에 교양정보부문 작품상을 수상한 ‘가족쇼크’를 뽑았다. ‘가족쇼크’는 대한민국 전체를 충격에 빠뜨렸던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 이야기가 담겨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래서였을까. <다큐프라임> PD들은 전원 세월호 노란 리본을 가슴에 달고 시상대에 섰다. ‘가족쇼크’ 김광호 PD는 수상소감에서 세월호 유가족을 언급하며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다큐프라임>팀은 어떤 마음으로 다함께 노란리본을 달았을까. 추 부장은 언급을 조심스러워 하면서도 “미안한 마음”이라고 답했다. 그는 “세월호 가족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상을 받는 게 너무 미안했다”며 “TV에 비칠 기회가 주어졌으니 잊지 말자는 의미에서, 그리고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을 전하자는 소박한 의미에서 달고 나온 것”이라고 전했다. 남들 눈에 일회성 행사나 위선처럼 보일지라도 한 번이라도 더 기억됐으면, 그리고 잊히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제작진의 마음이었다.
 
“다큐멘터리를 만들기 정말 힘든 시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영방송의 역할이 더 중요하죠.”
 
방송제작환경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한숨이 여기저기서 들리는 요즘. 타 장르에 비해 상업성이 떨어지고 제작비에 비해 시청률도 적게 나오는 다큐멘터리는 말할 것도 없다. 그런 측면에서 다큐멘터리는 성공을 가르는 잣대도 모호한 것이 사실이다.
 
이에 대해 추 부장은 “다큐멘터리는 시장의 논리로 친다면 채산성이 맞지 않는다”며 “그래서 공영방송의 역할이 아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큐멘터리는 상업방송에서는 쉽게 투자할 수 없는 영역”이라며 “EBS <다큐프라임>의 존재가 더 소중한 것은 방송의 공영성을 판단할 가늠자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다큐프라임>은 VOD, DVD, 책 출판 실적 등이 아주 좋은 편이다. 롱테일(비주류 상품이 대중적인 주류 상품을 밀어내고 시장점유율을 높여가는 현상)의 성격도 갖고 있다. 그러나 추 부장은 “정량적인 성공보다 더 중요한 성공은 시청자들의 관심과 사랑”이라며 “<다큐프라임>을 보고 나서 ‘진정 공영방송답다’라는 메시지를 보내 주실 때 가장 큰 성공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 제27회 한국PD대상에서 올해의 PD상을 수상한 EBS <다큐프라임> 제작진. ⓒPD저널
추 부장은 “다큐멘터리는 진지한 대화의 수단”이라고 말했다. 그는 “장르간의 경계가 무너지는 시대에서 다큐멘터리도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다큐멘터리가 무엇일까? 어떻게 만들어야할까?’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며 “TV를 통해 다양한 주제에 대해 함께 고민해 볼 수 있게 하는 장르가 다큐멘터리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또한 “시청자와 함께 고민하고,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 속 진실한 이야기를 찾아서 나누는 것이 다큐멘터리의 역할”이라며 “언제든 새롭게 재미있고, 동시에 함께 생각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은 영원한 숙제”라고 말했다.
 
추 부장에 따르면 <다큐프라임> 제작팀에게 다큐멘터리란 진행형의 열정이자, 절대 동경의 대상이다. 그는 “그래서 우리에게 다큐멘터리를 사랑하는 시청자들은 절대적인 존경의 대상”이라며 감사함을 표하기도 했다.
 
“<다큐프라임>이 항상 시청자들의 영혼을 울릴 수 있도록, 최고의 다큐멘터리로 보답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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