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광고 54개보다 중요한 문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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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포커스] ①스포츠보도까지 가상광고 허용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종편신문에게 시청권이란?

올해 하반기 TV 속 풍경이 또 한 번 변화할 전망이다.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 이하 방통위)는 지난 24일 전체회의에서 지상파와 유료방송에 대한 광고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지상파 방송에도 유료방송과 마찬가지로 광고총량제가 도입하고, 가상·간접광고의 허용 범위는 더욱 확대했다. 많은 사람들이 간접광고와 혼동하는 협찬고지의 경우 금지 품목은 완화됐고 종류도 늘어났다. 이런 규제완화는 TV시청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그리고 이런 변화를 매체들은 어떻게 전하고 있을까.

방송법 시행령 개정 과정에서 가장 말이 많았던 건 지상파 방송에 대한 광고총량제 허용 부분이다. 지상파 방송은 그동안 프로그램 전후에 붙는 방송프로그램 광고(6분)와 방송 프로그램 사이에 붙는 토막광고(3분), 자막광고(40초), 현재시간 고지 시 함께 방송되는 시보광고(20초) 등 광고 유형에 따른 규제를 받아왔다. 그러나 이번 광고총량제 도입에 따라 지상파 방송은 앞으로 프로그램 편성시간 당 평균 15%에서 최대 18%(평균 9분, 최대 10분 48초)까지 자유롭게 광고를 편성할 수 있게 됐다. 단, 지상파 TV 방송의 경우 시간당 최대 9분을 넘지 못하도록 제한을 뒀다.

가장 단가가 높고 시청자들에게 광고를 인지시키기 좋은 방송프로그램 광고의 경우 현재 60분짜리 드라마를 기준으로 할 때 15초짜리 광고 24개가 가능하다. 하지만 방송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산술적으로 계산할 경우 앞으로 최대 36개까지 방송프로그램 광고가 가능해진다.

▲ 2월 28일 MBC <무한도전>에선 진행자인 유재석이 갑자기 노트북을 사용하는 모습이 방송됐다. 삼성노트북에 대한 간접광고였다. ⓒMBC 화면캡쳐

이와 관련해 많은 매체들은 편성 시간이 길고 시청률뿐 아니라 한국방송광고공사에서 실시하는 몰입도 조사에서도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는 MBC <무한도전>을 사례로 들고 있다. <무한도전>의 편성시간은 대체로 90분을 유지하고 있는데, 광고총량제 도입에 따라 프로그램 전후에 13분 30초 동안 최대 54개의 방송프로그램 광고를 붙일 수 있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계산상으로는 그렇다.

이런 계산을 앞세워 그동안 지상파 광고총량제 도입에 적극 반대 목소리를 내왔던 신문들은 “다른 매체의 광고가 지상파 방송으로 옮아가는 광고 쏠림 현상이 우려”(4월 25일 <동아일보> 8면 기사)된다며 “불공정 해소를 앞세운 방통위가 오히려 미디어 시장의 왜곡을 확대하는 결과를 자초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4월 25일 <중앙일보> 30면 사설)고 비판하고 있다.

그런데 지상파 방송으로의 광고 쏠림 현상에 대한 우려의 실체는 사실 분명하지 않다. 앞서 조선·중앙·동아·세계일보 등은 지난 1월 30일 공개된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하 KISDI)의 보고서를 인용해 “광고총량제가 도입되면 광고주의 87%가 다른 매체에서 광고를 빼서 지상파에 광고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2월 14일 <조선일보> 8면)고 보도했다.

하지만 KSIDI 보고서의 내용은 이런 보도 내용과 다르다. KISDI는 해당 연구를 진행하며 국내 400대 광고주(지상파 TV, 신문, 라디오) 중 지상파 방송광고 집행 실적이 있는 281개사의 광고담당자를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해 135개사로부터 응답을 받은 결과를 보고서에 적었는데, 이에 따르면 19%(전체 응답자의 15.5% 수준)에 해당하는 26개사만이 광고총량제 도입 시 지상파 TV 광고비 지출 규모를 늘리겠다고 답했다. 76%(102개사)는 현재 수준을 유지하겠다고 밝혔고, 5%(7개사)는 오히려 광고비 지출 규모를 줄이겠다고 했다.

이어 ‘증액 의사를 밝힌’ 응답자, 즉 19%를 상대로 광고비 조정규모에 대한 질문을 하자 이 가운데 81.7%가 여타 매체의 광고비 지출 규모를 조정해 지상파 광고를 늘리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조선일보> 등은 ‘증액 의사를 밝힌 광고주’라는 표현을 생략하는 것으로 지상파 광고총량제 도입에도 광고를 늘리지 않겠다고 밝힌 76% 광고주의 의사를 없는 사실로 만드는 동시에 광고총량제에 따른 광고 시장의 광고비 조정규모를 확대했다.

결국 <조선일보>(4월 18일·2면)와 <중앙일보>(4월 24일·16면), <세계일보>(4월 22일·2면)는 KISDI 보고서를 잘못 인용했다며 잇달아 정정 보도를 냈다. 지상파 방송사들의 모임인 한국방송협회가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 보도를 신청한 결과다. 지난 25일 <미디어오늘> 보도에 따르면 <동아일보>의 경우 언론중재위에서 KISDI 보고서를 사실과 다르게 보도한 점을 인정하고서도 방송협회가 정정을 요구할 수 있는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를 내세워 조정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총량제 도입에 따른 지상파 방송으로의 광고 쏠림 우려의 근거로 제시했던 내용이 사실과 다름을 인정하고도, 이들 신문은 또 다시 구체적인 근거 없이 막연한 우려를 쏟아내고 있는 모양새다.

▲ 야구중계에서 등장한 ‘알바몬’ 가상광고

더구나 총량제 도입으로 편성시간당 최대 10분 48초(방송프로그램 광고 최대 9분)의 광고를 자유롭게 내보낼 수 있는 게 가능해져도, 실제로 수익으로 이어지기 위해선 전제가 필요하다. 바로 늘어난 시간만큼 광고가 팔려야 한다는 전제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KISDI 보고서의 내용처럼 광고주의 76%는 현재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지상파 방송 외에도 선택 가능한 채널이 많은 상황에서 지루하게 늘어지는 15초짜리 광고에 대한 시청자들의 집중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즉, 광고효과의 문제다. 게다가 모든 방송프로그램이 <무한도전>만큼 광고를 팔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현재 지상파 방송의 광고판매율은 전체 시간 대비 5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방통위의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처리 직후 환영의 뜻을 표하면서도 “현재의 방송광고 제도와 개정 내용이 적절하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4월 24일, 한국방송협회 성명)라고 밝힌 이유다. 방통위 주최로 지난 21일 열린 지역방송발전 지원계획 공청회에서도 대전MBC 광고국 관계자는 중간광고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는 “MBC에서 가장 잘 팔리는 프로그램 패키지는 <무한도전>으로 3억원 정도에 팔리는데, tvN의 <삼시세끼>, <꽃보다 할배> 등도 비슷한 가격에 판매된다”며 “바로 tvN에선 중간광고가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상파 방송의 중간광고 규제 완화 주장은 광고총량제보다도 더 큰 논란을 예고한다는 점에서 당장 논의가 쉽지 않아 보인다.

가상·간접광고 등 규제 완화, 보도에서도 광고가?

이런 가운데, 방송법 시행령 개정과 관련해 언론·시민단체에서 더 주목하고 있는 부분은 따로 있다. 광고총량제를 반대하는 신문, 특히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과 같은 유료방송을 소유한 신문과 케이블 방송 등의 반발을 의식해 방통위가 덧붙였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는 다른 유형의 광고규제 완화다.

가상·간접광고 등에 대한 규제완화가 더 심각하게 시청권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를 언론·시민단체에선 내놓고 있는 것이다. 또 일련의 방송광고 규제완화 흐름을 두고 방통위가 각각의 방송사업자들의 눈치를 보며 슬금슬금 규제의 빗장을 여는 상황의 시작일 수 있다며 경계하는 모습도 언론·시민단체에선 보이고 있다.

내용을 보자. 이번 방송법 시행령 개정으로 그동안 스포츠경기 중계에만 허락됐던 가상광고를 지상파와 유료방송 모두 예능프로그램과 스포츠보도 프로그램에서 내보낼 수 있게 됐다. 유료방송에 대해선 가상광고 시간을 편성시간당 5%에서 7%로 확대했다.

또 간접광고와 관련해선 프로그램의 흐름과 시청흐름을 방해하지 않아야 한다는 시청권 보호 의무 규정을 마련하고, 유료방송에 대해 간접광고 시간을 편성시간당 5%에서 7%로 늘렸다. 방통위는 당초 허위나 과장이 아닌 이상 상품의 특·장점을 시현하는 것도 허용할 방침이었으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에서 담당하는 내용규제 영역이라는 지적에 방심위와 협의해 방송심의규정을 개정하는 방향으로 규제 완화를 추진하겠다며 일단 한 발 물러섰다.

▲ 2012년 11월 24일 방송된 SBS 드라마 <다섯손가락>은 삼성 ‘갤럭시 노트2’와 마임건강식품 ‘골드퀸’의 기능을 설명하는 장면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이듬해 1월 24일 방송심의규정 제46조(광고효과의 제한) 위반으로 법정제재인 '경고 및 관계자징계’ 처분을 받았다. ⓒSBS 화면캡쳐

상품의 특·장점 시현을 가능토록 하는 부분이 방통위의 바람대로 방심위와의 협의를 통해 추진 가능할지 여부는 확실치 않다. 앞서 방심위는 이에 대해 방송의 홈쇼핑화를 우려하며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방통위의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처리 직후 방심위의 고위 관계자도 “특·장점 시현이 가능하도록 방송심의규정을 개정하기로 결정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방심위가 이런 입장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단언하긴 어려운 게 현실이다. 민간 독립기구라고는 하나 심의에 따른 행정처분을 방통위에 의지해야 하는 방심위의 처지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까닭이다.

2010년 간접광고 합법화 이후에도 방심위는 상품의 일반 기능도 시현 못하도록 하는 방송심의규정을 유지해 왔으나 방송계의 반발에 지난해 1월 상품의 특수 기능을 제외한 일반 기능의 시현은 가능토록 규정을 개정했다. 그럼에도 지난해 방심위에서 과도한 기능시현으로 제재를 받은 건수는 16건(지상파 4건, 유료방송 12건)이나 된다. 방통위와 제작 현장의 현실론은 충분한 압박 요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가상광고 허용 장르의 범위를 확대한 데 대한 우려는 특히 더 크다. 스포츠보도로 한정했다고는 하나 객관의 사실을 전달하는 게 기본인 보도의 영역에까지 광고가 허용된 까닭이다. 당장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는 지난 24일 발표한 논평에서 “스포츠보도 프로그램도 보도의 성격을 지니고 있기에 가상광고가 가능토록 한 것은 스포츠보도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훼손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계의 불명확성의 문제 또한 있다. 스포츠보도 프로그램은 별도 편성되기도 하지만 메인뉴스를 포함한 뉴스프로그램 중간에 스포츠 관련 뉴스가 전달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올림픽과 월드컵 같은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열릴 땐 메인뉴스의 절반 이상이 스포츠보도로 채워지기도 한다. 또 지상파 방송뿐 아니라 유료방송들도 메인뉴스 말미 스포츠보도를 별도의 프로그램으로 분리하지 않고 내보내고 있는 현실이다.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은 지상파 방송에 대해선 편성시간당 5%까지, 유료방송에 대해선 편성시간당 7%까지 가상광고가 가능토록 하고 있는데, 이처럼 스포츠보도의 경계가 불분명한 상황에선 가상광고 편성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방통위 관계자는 <PD저널>과의 통화에서 “메인뉴스에서의 스포츠보도 프로그램이 아닌 별도로 편성된 스포츠보도 프로그램에서만 가상광고가 가능하도록 하는 등의 가이드라인을 방송사업자를 비롯한 여러 곳의 의견을 수렴해 상반기 중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가이드라인은 말 그대로 가이드라인일 뿐이기에 강제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 4월 25일 <중앙일보> 8면

지상파 광고총량제에서만 등장하는 종편신문의 시청권 우려

앞서 지상파 광고총량제 도입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혔던 신문들은 지상파 방송으로의 광고쏠림 우려와 함께 시청권 훼손의 문제를 제기했다.

실례로 지난 3월 2일 <중앙일보> 30면 사설에선 “지상파 광고총량제의 경우 지상파 프로그램에 붙는 프로그램 광고량이 50%나 늘어 시청자 복지가 크게 훼손”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날 <조선일보>도 31면에 게재한 사설에서 “한국여성민우회, 언론개혁시민연대 등은 광고총량제와 함께 가상광고, 간접광고까지 허용될 경우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은 마치 홈쇼핑처럼 특정제품을 홍보하는 장이 돼 방송의 상업화를 야기하고 시청자의 시청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런 시청권 훼손에 대한 우려는 자사와 자회사의 이익 앞에 사라지는 모양새다. 일례로 4월 24일자 <중앙일보> 8면 기사를 보자.

“유료방송의 광고시간 확대 요구(20→25%)는 묵살됐다. 방통위는 시청자 불편을 이유로 들었지만, 지상파의 광고시간은 오히려 늘리면서 유료방송의 광고는 그대로 묶어둔 건 납득할 수 없다는 반발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중략) 가상·간접광고는 지상파는 5%(프로그램 방영 시간 기준), 유료방송은 7% 이내에서 가능하도록 했다. 유료방송이 단순 수치로는 2% 많지만, 전체 4조원의 방송광고 시장에서 가상·간접광고의 비중은 1000억원에 불과하다. 대다수는 프로그램 광고수익이다. 가상 광고의 범위도 논란이다. 당초 스포츠 보도, 오락, 교양으로 확대될 계획이었지만 최종 안에선 ‘교양’이 빠졌다. 대다수 중소채널(PP)은 교양 프로그램을 주력으로 제작하고 있어 타격이 예상된다.”

지상파 광고총량제 허용에 대해선 시청권을 우려하더니, 유료방송에 대해선 광고총량제를 더 확대해주지 않았다고, 또 가상·간접광고 등에 대한 규제 완화 범위를 당초 예정했던 만큼 넓혀주지 않았다고 문제를 제기한다. 결국 시청권은 허울일 뿐이었다는 지적이 가능한 대목이다.

이런 가운데 언론인권센터는 28일 논평을 내고 “최근 MBN의 불법광고 영업일지를 통해 방송프로그램이 얼마나 부도덕하게 정보를 가장하여 시청자를 우롱해 왔는지 확인했다”며 “방통위는 종편의 특혜와 사업자의 재원마련을 위한 광고확대를 허용하는 일에 몰두할 것이 아니라 시청자 주권보호를 위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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