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톡] EBS ‘스페이스 공감’ - ‘김준수’라는 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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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톡] EBS ‘스페이스 공감’ - ‘김준수’라는 가수
  • 김세옥 기자
  • 승인 2015.05.01 03:32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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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제가 6년 간 방송활동을 못하면서, 아니 안 하면서로 할게요. ‘못하면서’는 너무 슬프니까.”

그동안 가수로서 음악 활동을 하지 않은 것도, 그를 TV 무대에서 보고 싶다는 팬들의 바람이 부족했던 것도 아닌데, 음악방송의 카메라 앞에 서지 못했다. 그렇게 보낸 시간이 무려 6년이다. 김준수(그룹 JYJ 멤버)는 방송 무대에 서지 못했던 그 시간 동안 뮤지컬 공연을 통해 팬들과 만났다. 그것을 가능하게 했던 뮤지컬 <모차르트!>의 넘버 ‘황금별’을 부르기에 앞서 곡에 얽힌 사연을 얘기하며 김준수는 그 6년이란 시간동안 자신이 방송활동을 못 한 게 아니라, 안 한 거라고 표현하겠다며 웃었다. 그 말을 들은 팬들도, 웃었다.

그러나 그도, 그의 말에 함께 웃었던 팬들도, 예정했던 방송무대의 끝엔 결국 눈물을 훔쳤다. “6년 간 방송활동을 못했다고 얘기 했지만, 사실은 대한민국의 가수로서 대한민국의 방송에 나갈 수 없다는 건 여러 가지로 힘든 게 사실이에요…(중략) 왜 이렇게 힘든지 모르겠는데, 그래서 오늘은 저에게도 잊을 수 없는 시간인 것 같고….”

▲ EBS <스페이스 공감> ⓒEBS 화면캡쳐

음악방송 무대에 서지 못한 6년의 시간을 견디기 위해 스스로를 벼리고 벼렸을 가수와 팬이 단 한 곡을 남겨두고 눈물을 쏟을 수밖에 없었던 것은, 앞으로 또 얼마의 시간을 지난 6년처럼 다시 벼리고 벼려야 할지 모르기 때문일 터다.

너무도 잘 알려진 얘기지만, 김준수는 과거 SM엔터테인먼트 소속의 그룹 동방신기의 일원이었다. 김준수는 현재 그와 함께 그룹 JYJ로 활동하고 있는 두 명의 멤버와 함께 2009년 전속계약의 불공정을 주장하면서 SM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냈고, 수년간의 분쟁 끝에 2012년 전속계약 종료와 향후 상호 활동에 간섭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2013년 공정거래위원회가 SM엔터테인먼트 등에 대해 JYJ의 활동 방해 행위에 대한 금지명령을 내렸지만, 그 뒤로도 JYJ는 여전히 방송에 출연하지 못하고 있다.

더 이상 전 소속사의 ‘공식적인’ 방해 활동이 없음에도 김준수와 JYJ가 지상파와 유료방송을 망라하고 음악방송에 출연하지 못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터다. 방송사가 연예기획사와의 관계에서 과거와 달리 더 이상 확실한 갑(甲)의 위치에 서있지 못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김준수와 JYJ가 겪고 있는 일이야말로 냉정한 시장의 작동 원리에 따른 수순일지도 모른다.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그럴듯한 명분하에 대기업 중심의 시장질서가 당연한 듯 형성돼 있는 현실을 사실 우리는 늘, 목도하고 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그런 현실은 시정해야 하는 게 맞다. 공정함을 담보하지 못할 때 사회는 다양성을 잃고, 다양성을 잃은 사회는 결국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힘이 지배하는 시장의 흐름을 개선하기 위해 사회에선 ‘공정’이란 가치를 우선에 두는 법과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6년 동안 음악방송 출연을 못했다곤 하지만 그럼에도 드라마와 공연 등 다른 영역에서 상당한 지분을 구축한 김준수와 JYJ를 놓고 다양성을, 공정함을 말하는 건 과한 게 아니냐는 의견도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이 음악방송 외의 무대와 다른 분야에서 쌓은 것들이 많다 하여 김준수와 멤버들이 경험하고 있는 상식적이지 않은, 그리하여 불공정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면죄부가 주어지는 건 아니다.

게다가 자칫 그런 논리가 앞세워지면 어떤 이유로든, 어떤 종류의 권력에 ‘찍힌’ 이들은 당연하게 카메라 앞에서 사라져도 이상하지 않은 게 된다. 그리고 우리는 김준수와 JYJ가 아니더라도 그런 일들이 더 존재하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되는 사례들을 알고 있다.

▲ EBS <스페이스 공감> ⓒEBS 화면캡쳐

그럼에도 ‘공정’이란 단어의 무게가 너무 무겁다면 이런 얘기는 어떨까. 소극장 공연과 음악방송의 경계에 있는 프로그램인 <스페이스 공감>에 출연한 김준수는 중간 중간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게 방송인지, 아니면 공연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공연처럼 하는 게 있고 방송처럼 하는 게 있는데 <스페이스 공감>은 공연과 방송의 어떤 수평선 같은, 그렇게 걸쳐져 있는 것 같아 특별한 것 같다.”

같은 노래라 하더라도 어떤 상황에서 어떤 형태로 들려지고, 또 보이는지에 따라 느낌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가수들이 음악공연과 음악방송에서의 무대를 각기 다르게 연출하는 이유일 터다. 이날 김준수는 소극장 공연장과 같은 <스페이스 공감>에 맞춰 ‘꽃’이라는 노래의 편곡을 앨범과는 다르게 선보였다. 하지만 원래의 편곡에서 담고 있는 웅장한 현악 스트링과 합창을 포함하는, 조금 더 큰 음악방송 무대에서 구현 가능한 ‘꽃’을 우리는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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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05-06 02:00:29
좋은 글 감사합니다 :)

ㅇㅇ 2015-05-01 10:54:41
좋은 내용의 기사네요.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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