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정보 통제에 혼란, 정부 발표 믿고 기다려 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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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진들, 언론의 ‘합리적 의심’ 강조…감염병에 대한 위기 대응 시스템 점검해야

▲ 자료사진. 9일 대전 을지대병원 중환자실에 입원중인 환자가 메르스 확진이 나와 발생 병동의 의료진과 환자를 전원 격리하는 코호트 격리를 시행하고 있다. ⓒ뉴스1

지난 5월 20일 첫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확진 환자가 나온 이후 10일 현재 메르스 확진자가 13명이 추가되며 총 108명에 달하고 부산·강원도에서도 발견되는 등 메르스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초기 방역 실패와 정보 통제 논란, 미흡한 방역체제로 인한 혼란과 공포 역시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정부에 혼란스러운 건 국민뿐만이 아니다. 취재진들도 이로 인한 취재·보도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정부의 메르스 대응을 본 사람들은 컨트롤타워의 부재한 메르스 사태를 지난해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사태에 비견하기도 한다.

지난 2일 메르스는 밀접 접촉을 통한 비말감염을 통해 전파되므로 메르스 환자와 2m 이내에 있지 않다면 감염에 대해 우려할 필요가 없다던 보건당국은 사흘 뒤인 지난 5일 밀접 접촉 뿐 아니라 간접 접촉에 대해서도 조심해야 한다고 입장을 바꿨다. 정부와 보건당국이 발표한 ‘낙타와의 밀접한 접촉을 피하세요’, ‘멸균되지 않은 낙타유 또는 익히지 않은 낙타고기 섭취를 피하세요’라는 메르스 예방법은 현실과 동떨어진 내용으로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정부는 1번 환자가 29명의 2차 감염자를 발생시키고, 1번 환자로부터 감염된 14번 환자는 서울삼성병원에서 47명의 감염자를 발생시키는 등 감염자가 증가하는 상황에서도 감염경로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며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결국 언제 어디서 감염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국민들은 SNS(소셜네트워크) 상에 정보를 올리기 시작했고, 서울시 등 지자체에서 자체적으로 정보를 공개하기 시작했다. 이에 정부는 사태 발생 18일 만인 지난 7일에서야 정부는 병원 24곳을 공개했다. 명단 공개도 시간을 두 차례 연기했으며, 오류가 발생하기도 했다.

▲ 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이 7일 정부세종청사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 브리핑실에서 메르스 대응 조치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우주 대한감염협회 이사장,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최경환 부총리,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 ⓒ뉴스1

이처럼 정부의 오락가락 대응 체제와 정보 통제로 혼란과 불안을 느낀 것은 일반 국민뿐만이 아니다. 메르스 사태를 취재하는 취재진도 정보의 부재 속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A방송사 ㄱ기자는 “사실 의학전문기자들도, 보건복지부 출입을 오래한 기자들도 보도의 균형점을 잡기 어려웠다”며 “게다가 복지부나 질병관리본부 조차도 이런 사례 자체를 처음 겪는 거다 보니 결과적으로 처음부터 몰라서, 무지에 따른 오판에서 시작해 오판에 따른 혼란, 혼란 확산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B방송사 ㄴ의학전문기자 역시 새로운 감염병이 국내에 유입됐을 경우 정부의 초동대응이 미흡할 수는 있으나 문제는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정보를 통제해 제대로 된 보도가 힘들었다는 지적이다.

ㄴ기자는 “가장 중요한 건 팩트(사실) 취재인데, 정부의 브리핑이 나오면 이게 맞는지 안 맞는지, 혹은 누락된 게 없는지 확인하기 어려웠다”며 “정부 브리핑만을 의지할 수는 없는데 환자들을 직접 보는 간호사, 의사까지 통제하는 건 정말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C인터넷신문 ㄷ기자는 “다 알겠지만 정부가 여러 차례 말을 바꿨다. 보건복지부 장관은 마스크를 쓰는 게 의미가 없다고 했지만 정작 본인들은 쓰고 나오는 등 일관성 없이 대응하다보니 방역을 책임지는 기관에서도 메르스를 제대로 모르는 거 아닌지 의심이 간다”며 “현장이 그러니까 혼란스럽고 이렇게 취재해도 되나 싶기도 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 7일 24곳의 병원 명단을 공개한 후 지속적으로 정보를 공개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정부의 인식과 대처는 미흡하다는 게 취재진들의 입장이다.

A방송사 ㄹPD는 “이제 병원명은 공개를 하고 있는 상황이고 메르스 사태는 다른 페이지로 전환이 된 것 같다”며 “메르스가 의외의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고, 갖가지 현상만 난무하고 있지만 본질이 무엇인지, 확산의 원인이 무엇인지 하는 부분들은 명확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병원 명단 공개 이후 메르스 환자가 속출하고 있는 대형병원은 물론 중소병원에도 주의를 촉구하는 것은 물론 지자체와의 협력 강고, 입원·격리자에 대한 긴급생계자금 지원 발표 등 각종 조치를 취하면서 사태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 메르스 공포가 확산되고 있는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 기업체 사옥 로비에서 출근자들을 대상으로 발열측정기를 이용해 온도를 측정하고 있다. ⓒ뉴스1

그러나 10일 확인된 추가 확진자 13명 중 10명이 2차 유행 중심지로 지목된 삼성서울병원에서 나오는가 하면, 건양대병원, 대청병원, 한림대동탄병원 등 확진자가 추가되는 병원이 늘고 있다. 진정세를 보일 거라는 당초 보건당국의 발표와 달리 메르스 확산이 ‘병원’을 중심으로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는 모양새를 보이면서 정부의 방역시스템이 미흡하다는 지적은 계속되고 있다.

취재진들은 여전한 불안과 불신 속에서 제대로 된 보도를 하기 위해서는 취재진 스스로 끊임없는 확인과 정부 발표에 대한 의심을 갖는 것은 물론, 구멍 난 정부의 방역시스템을 제대로 지적하고 비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ㄷ기자는 “지금은 정부가 잘할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하는 때라고 생각하는데도 현장에 직접 가보면 여전히 방역도 문제 투성이”며 “정부의 미흡한 방역시스템을 비판하는 등 문제를 제대로 바로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ㄱ기자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던 상황에서 메르스 확산을 막는데 일조를 해야 하는 것도 우리가 보도를 하는 이유이자 의미"라며 "다 몰랐던 건 마찬가지지만, 지금도 그런 상황이 계속 되고 있다는 점, 그리고 기자로서도 확산을 방지하는데 도움이 됐어야 하는데 그런 걸 제대로 못한 게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전반적으로 세월호 때도 마찬가지지만 국민의 위기 상황, 즉 감염병에 대해 전반적으로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ㄴ의학전문기자는 “이번 사태에서 정말 황당했던 게 정보의 부재다. 정부는 정보를 서둘러 공개했어야 했다”며 “정부도, 언론도 정보를 공개할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부분에 대해서 그걸 누구의 입장에서 생각할 것이냐 하는 부분을 조금 일찍 고민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ㄴ기자는 “언론이 반성해야 할 부분은 정부가 하는, 정부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하는 전문가에 대해 언론은 의심의 눈으로 봐야 하는데 되돌아보면 이 부분이 부족했고 개인적으로 반성하는 부분”이라며 “기자들이 전문가의 전문성을 의심한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우나 그런 부분까지 짚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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