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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밤의 정치원 유희

|contsmark0|방송을 놓고 벌이는 정치권의 유희(遊戱)가 한여름 더위를 증폭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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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계 인사에 있어 ‘자기 당의 언론특보는 괜찮고 남의 당 언론고문은 안 된다’는 해괴한 논리를 펴던 정당이, 얼마나 심심하고 무료했는지 또 전가의 보도인 양 ‘공영방송 민영화론’을 내던져 이 땅의 방송인들의 정신을 혼미케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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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략적 목표 앞에서 눈이 멀어버린 정치권에 아무리 ‘방송은 국민이 주인’이라고 외쳐본들 ‘쇠귀에 경읽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마냥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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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야당의 언론특위 위원장이라는 이가 ‘kbs2와 mbc를 민영화시키겠다’고 정책 의지를 밝히더니, 보름만에 같은 당 대표는 ‘현 단계에서 민영화를 집행하자는 것은 아니다’라며 딴 소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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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5월 대선 정국에서도 똑같은 해프닝이 있었다. 한나라당이 선거공약을 발표하며 ‘2003년까지 방송법을 개정하고 2007년까지 정부소유 언론사와 방송사 중 1∼2개를 제외하고 나머지를 민영화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가, 빗발치는 여론 앞에서 ‘당장 민영화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검토할 사안일 뿐’이라며 한 발 물러서는 행태를 보였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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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방송이 무엇이관대 정치권은 이를 두고 제멋대로 요리하지 못해 안달일까. 입만 열면 방송의 ‘독립’이니 ‘중립’이니 떠들면서 실제로는 방송을 정치적 전리품이나 나팔수쯤으로밖에 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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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을 놓고 벌이는 정치인들의 그 능수능란한 변신술을 간파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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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4월 공동여당인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방송법 개정을 앞두고 ‘mbc 민영화론’을 들고 나왔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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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두고 한나라당은 ‘(공영방송이)특정 재벌에 넘어갈 우려가 있다’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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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은 당시 공동여당의 방송법안이‘방송장악 음모’이자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고 장기집권을 획책하기 위한 의도’라고 입에 거품을 물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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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장악 음모 중단하라’며 던지는 달걀 세례를 즐겨 받던 신한국당이 97년 대선 패배 후 야당으로 변신하여 공동여당을 향해 똑같은 공격을 가하던 모습을 보고, ‘한나라당이 이제는 진짜 철드는가 보다’ 하며 그들의 개과천선(?)을 대견해 하던 이들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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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한나라당이 과반수를 무기로 (본연의 모습을 되찾은 양) 더욱 집요하게 방송을 요리하려 드는 추태를 접하니 실망에 앞서 서글픔을 가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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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는 mbc를, 올 들어서는 kbs를 군기잡아 혼내주고 길들이고야 말겠다는 것이 공영방송에 대한 한나라당 정책의 근간으로 드러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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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의 김중배 mbc 사장과 지난 4월의 정연주 kbs 사장이 양 방송사에서 최초로 정치적 간섭 없이 선임되었음을 모든 방송인과 시민사회단체가 자랑스러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한나라당만이 이를 정치적 선임이라고 강변하는 것은 아직도 색안경을 벗지 못했거나 정략에 눈이 멀었음을 깨닫지 못하는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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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시각은 우리 방송의 앞날을 어둡게 할 것이 분명하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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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을 다시 장악하려는 정치권은 구시대적 망상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87년 6월항쟁 이후 이 땅의 방송인들은 정치권의 여와 야를 떠나, 방송을 장악하고 간섭하려던 세력에 맞서 온갖 고난과 희생과 무릅쓰고 항거해왔음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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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경고를 무시한 채 구태를 반복한다면 그 화는 반드시 정치권에게 돌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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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강조하거니와, 정치권은 이 땅에서 방송의 독립을 이루어 국민의 품으로 되돌리려는 방송인들의 노력을 더 이상 모독하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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