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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6.29 13:40
  • 수정 2015.07.06 07:31

“사람들의 선입견 깨는 과정에서 재미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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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MBC ‘일밤-미스터리 음악쇼 복면가왕’ 민철기 PD

▲ MBC <일밤-미스터리 음악쇼 복면가왕> 민철기 PD. ⓒMBC

“누굴까?” 지난 28일 MBC <일밤-미스터리 음악쇼 복면가왕>(이하 <복면가왕>)에서 펼쳐진 ‘사모님은 쇼핑중’과 ‘내 칼을 받아라 낭만자객’의 대결. 대결에서 이긴 건 ‘낭만자객’. 그러나 중요한 건 누가 ‘이겼나’가 아니라 복면에 감춰진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하는 점이다.

‘사모님’의 정체가 배우 문희경으로 밝혀지면서 사람들은 예상치 못했던 인물에 한 번 놀라고, 그가 과거 강변가요제 대상 출신이라는 점에서 또 한 번 놀랐다. 이처럼 ‘누구’에 대한 추측과 ‘복면’ 뒤 목소리의 ‘재발견’이 바로 <복면가왕>의 매력이다. 지난 22일 <PD저널>과 전화인터뷰를 진행한 민철기 PD는 “선입견을 많이 깼다는 게 좋다”며 “지금도 시청자분들의 편견을 깨는 섭외를 하기 위해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복면가왕>이 방송되는 날이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와 인터넷이 시끌벅적하다. 지금 방송에 나오고 있는 복면A와 복면B의 정체는 누구일까, 아마 누구이지 않을까 하는 등의 추측으로 말이다. 출연자의 복면이 벗겨지는 순간은 말 그대로 ‘반전’이다.

메인 작가인 박원우 작가의 기획으로 시작된 <복면가왕>은 토너먼트 형식의 서바이벌 음악쇼다. 그러나 재밌는 것은 승자와 패자가 갈리는 포맷에도 승자와 패자가 중요치 않다는 것이다. 복면을 쓴 모든 출연자, 그리고 가왕이 된 출연자 모두가 주목받는 프로그램이 가능한 것은 ‘쇼’, 즉 예능에 보다 많은 초점을 뒀기 때문이다.

“심각한 대결이라기보다는 예능적인 면에 포커스를 많이 뒀다. 복면과 복면의 이름, 그리고 심사위원들도 전문 음악인 뿐 아니라 다양한 예능인들이 나온다. 음악인, 예능인, 평범한 일반 대중들이 나와서 ‘이 음악의 주인공이 누굴까’ 하는 거다.

한마디로 일상생활에서 벌어질 법한 일을 TV로 옮겨놓은 거다. 마치 카페에서 노래가 나오는데 누구 노래인지 긴가민가할 때 ‘이거 누군 거 같지 않아’라는 것처럼 말이다. 복면을 쓴 사람이 누구인지 따라가는 과정에 초점을 두고, 복면을 벗었을 때는 ‘누구였구나’하는 의외성이 있다. 맞추면 맞혀서 좋고, 못 맞춰도 전혀 예상치 못한, 못 맞출법한 사람이 나오는 데서 재미를 얻는 거다”

▲ MBC <일밤-미스터리 음악쇼 복면가왕> ⓒ화면캡처

그만큼 <복면가왕>에서 출연자 섭외는 프로그램의 가장 큰 축이다. 반전의 충격을 주려는 제작진과 제작진이 낸 과제를 맞추려는 시청자 간의 끊임없는 추리전. 이 같은 ‘미스터리 음악쇼’라는 콘셉트를 이끌어나가는 게 바로 ‘섭외’이기 때문이다. 한 회 한 회 영화 <식스센스>와 같은 반전을 선보여야 하는데다 시청자들의 높아진 눈높이를 맞추는 게 요즘 제작진의 가장 큰 고민이다.

“섭외는 잘 되는데, 시청자의 눈높이가 높아지니 거기에 맞는 캐스팅에 어려움이 있다. 기대치 충족시켜 줄만한 캐스팅을 해야 한다는 게 어렵다. 처음에는 그런 지적을 많이 받는다. 출연할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냐고 말이다. 그러나 출연할 가수가 없거나 하는 건 아니다. 다만 시청자 눈높이 어떻게 맞추느냐가 관건이다. 그럼에도 백청강, 홍석천, 장석현 씨 등 시청자나 판정단이 못 맞출만한 분들, 그런 의외성이 있는 이들이 아직까지 많다.”

‘마스크를 쓰고 정체를 공개하지 않은 채 무대에서 노래 실력을 뽐내는 음악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라는 프로그램의 콘셉트답게 매회 출연자들은 ‘화생방실 클레오파트라’, ‘3초면 끝 마스터키’, ‘로맨틱 쌍다이아’, ‘불난 집에 부채질’ 등 코믹스런 이름의 형형색색 복면을 쓰고 나타난다. 프로그램이 가진 또 하나의 예능적 코드인 ‘복면’ 역시 <복면가왕>을 이끌어가는 중요 요소 중 하나다.

▲ MBC <일밤-미스터리 음악쇼 복면가왕> ⓒ화면캡처

‘복면’에 숨어 노래를 부른다는 것. 자신은 숨겼지만 오히려 자신을 드러내는 힘이 되는 ‘복면’은 오로지 목소리로 대중 앞에 나서기 위한 장치이자 프로그램의 미스터리한 코드를 위한 장치다. 제작진도 복면에 공을 많이 들이고 있다. 출연자들이 오롯이 자신의 실력을 뽐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많은 시행착오도 거쳤다고 한다.

“아무래도 맨 언굴 상태에서 부르는 것보다는 차이가 있다. 그래서 최대한 지장이 없게끔 인체공학적인 설계를 한다. 사람별로 얼굴 구조가 다른데 노래하는 데는 불편함이 없도록 복면 속에 완충 작용을 할 수 있는 게 다 있다. 가벼워야 하고 땀도 잘 흡수되어야 하고 또 메이크업 상태가 잘 유지되어야 하기 때문에 화장품이 잘 안 먹는 재질을 사용한다. 최대한 여러 임상실험을 통해서 검증된 인체공학적 복면이다.(웃음) 정말 가장 신경을 많이 쓰는 게 복면과 음향부분이에요. 복면 제작과정에 대해서도 문의를 많이 하시는데, MBC 교양 프로그램에서 복면 제작하는 걸 팔로우하고 있으니 나중에 볼 수 있다.”

복면 만큼이나 <복면가왕>의 출연진은 다채롭다. 가수는 물론이고 배우, 뮤지컬 배우, 개그맨, 체조선수 등 분야도 다양하다. 이들 모두 복면을 쓴 채로 노래를 부르면서 보이는 것이 아닌 오로지 ‘목소리’로만 평가를 받게 된다. 아이돌은 춤만 잘 출 것이라는 선입견은 복면 속에 감출 수 있다. 경쟁이지만 경쟁 아닌 프로그램에 자신의 ‘목소리’를 재평가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복면가왕>은 출연자도 선호하는 프로그램이다.

“출연자의 인지도가 넓어지는 프로그램이다. 그래서 출연자들도 좋아한다. 그런데다 우리는 대결이 주는 스트레스가 덜하다 보니 더 그런 거 같다. 일등만 주목받는 프로그램도, 승자독식의 프로그램도 아니죠. 1라운드에서 탈락해도 충분히 주목받을 수 있다. 그런 부담감이 없는 걸 출연자들이 좋아한다.”

▲ MBC <일밤-미스터리 음악쇼 복면가왕> ⓒ화면캡처

배우나 개그맨이 가수 못지않게 노래를 잘 하는 건 놀라운 일이다. 가수가 노래를 잘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보는’ 노래에 익숙해진 시대적 상황에서 사람들은 오히려 ‘듣는’ 노래에 놀라워한다. 시청자들은 이 같은 사실을 <복면가왕>을 통해 새삼 깨닫고 있는 상황이다. 그것도 음악 프로그램이 아닌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서 말이다.

“지금은 아이돌 음악 위주로 대중문화가 돌아가고 있다. 방송이라는 것도 결국 시장 논리를 어느 정도 따라갈 수밖에 없는데, 예전 가수들을 비롯해 가수들이 설 자리가 별로 없기도 해요. 그리고 ‘비디오 시대’라는 것도 작용한 거다. 시대 자체가 비디오에 많이 치중을 하는 시대다 보니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많이 무뎌지고 있다.

의도적으로 하진 않았지만, <복면가왕>을 계기로 가창력 있는 분들이 다시 부각되고, 듣는 음악의 가치가 재평가 되는 건 굉장히 긍정적인 일이다. 제작 목표가 ‘편견을 버리자’다. 그래서 복면을 씌우는 거다. 비디오를 먼저 보면 선입견이 생겨서 안 듣게 될 수 있다. 선입견을 많이 깼다는 데 의미가 있다. 시청자가 좋아할 만한 프로그램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도 많이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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