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공화국’ 만드는 메이크오버 방송 의사들도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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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공화국’ 만드는 메이크오버 방송 의사들도 우려”
[인터뷰] 홍정근 대한성형외과의사회 공보이사
  • 최영주 기자
  • 승인 2015.07.06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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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토리온 메이크오버 프로그램 <렛미인 시즌5> ⓒ화면캡처

“일부의 병원들이 홍보 활동으로 (메이크오버)프로그램을 이용한다. 하루에 의사가 수술을 할 수 있는 환자에는 한계가 있는데 홍보로 환자가 많아지면서 대리 수술, 유령 수술 등의 폐해가 나타난다. 의료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악순환을 막아야 한다는 게 성형외과 의사들의 생각이다.”(홍정근 대한성형외과의사회 공보이사)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TV 성형프로그램을 통해서 본 의사・병원 방송협찬의 문제점’ 토론회에는 성형외과 의사가 토론자로 참석했다. 홍정근 대한성형외과의사회 공보이사다. 그는 메이크오버(미용과 성형을 통해 출연자의 외모를 바꿔주는 프로그램) 프로그램의 폐해를 의료인의 입장에서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는 지난 1월 16일 대형 성형외과병원을 중심으로 집도의를 바꿔치기하거나 비자격자가 수술에 참여하는 유령수술이 판을 치고 있다며 내부고발에 나섰다. “유령수술병원의 공통점은 포털사이트 카페와 블로그, 연예인광고 등을 하면서 10명 이상의 의사를 고용한 병원”이라며 환자들의 피해 방지를 당부하기도 했다. 그만큼 성형외과 의사 내부에서도 무분별한 성형 광고와 수술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고 이와 같은 맥락에서 메이크오버 프로그램에 대한 문제의식도 확산되고 있다.

▲ 홍정근 대한성형외과의사회 공보이사. ⓒPD저널

지난 6월 23일 서울 시내의 모 성형외과에서 만난 홍 공보이사는 이날도 “메이크오버 프로그램의 문제점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방송이 나가기 때문에 많은 사람에게 영향력을 미치고 또한 성형을 조장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과도한 성형을 조장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갖는 폐해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대표적인 메이크오버 프로그램은 지난 2011년 첫 방송을 시작해 현재 시즌5를 방송 중인 스토리온 <렛미인(Let美人)>이다.

‘내면의 아름다움을 깨워라’라는 슬로건 아래 방송되고 있는 <렛미인>은 외모 문제로 고통 받는 출연자를 대상으로 ‘메이크오버’, 즉 개조 내지 변신을 시킨다. 프로그램의 과정은 출연자 등장-사연 소개-출연 의사(닥터스) 회의-수술 대상자 선정-시술 및 수술-외모 변화 후 등장으로 진행된다.

그들의 사연은 하나같이 극적이다. 안면비대칭, 주걱턱, 터너증후군(여자의 성염색체의 이상으로 생기는 증상), 거대유방 등 일상생활의 어려움은 물론 사회의 시선도 따갑다. 그런 점에서 출연자들의 고민과 고통을 덜어주는 건 긍정적인 측면이다.

턱을 교정하는 것 이상으로 여성들이 선호하는 V라인으로 만들고, 눈과 코에 대한 성형까지 함께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마치 일정 기준 이상의 획일화된 외모를 지녀야만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것처럼 이야기한다.

이는 획기적인 시각적 변화를 위한 과정이기도 하다. 단순히 문제가 되는 부분에 대한 교정뿐 아니라 연예인 같은 화려한 외모를 동반했을 때 ‘변신’의 효과는 더욱 커진다. 이를 본 시청자들은 마법과도 같은 수술 결과를 보며 성형에 대한 유혹을 느끼게 된다.

▲ 스토리온 메이크오버 프로그램 <렛미인 시즌5> ⓒ화면캡처

시장조사전문기업 마크로밀엠브레인의 트렌드모니터가 지난 1월 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성형관련 메이크오버 프로그램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주 시청자 10명 중 6명(59.1%)은 출연자처럼 외모가 훌륭하게 바뀐다면 한번쯤 시도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봤다고 한다. 특히 여성 응답자의 64.3%, 그 중에서 20대는 60.9%가, 30대는 61.5%가 이 같은 생각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방송시청 후 실제로 성형수술 관련 정보를 찾아본 시청자도 35.4%로 나타났으며, 직접 온・오프라인을 통해 수술 상담을 받아 본 시청자도 12%에 달했다.

홍 공보이사는 “보면 알겠지만 얼굴이 확 변하는 수술은 정해져 있다. 양악수술, 안면윤곽수술 등 우리가 ‘이 사람 변했다’ 하는 건 뼈를 건드는 수술에서 많이 효과가 나타난다”며 “그러나 뼈를 건드는 수술은 쉬운 게 아니다. 생명을 담보로 하는 거다. 이런 수술이 필요한 사람은 분명 있다. 그러나 수술 자체를 쇼처럼 해버리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우려에서 한국여성민우회는 방송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민우회는 <렛미인>이 성형수술 방법과 수술 병원에 대한 간접정보, 수술 장면 묘사와 극적인 비포&애프터 연출로 거의 성형 광고처럼 꾸며지는 것은 물론 출연자의 ‘행복’ 실현을 위한 방송처럼 연출되지만, 그 이면에는 제작비를 협찬 받는 방송사와 막대한 광고효과를 노리는 성형외과의 ‘이익’이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의료법 제56조(의료광고의 금지 등)에서 방송을 통한 의료광고를 금지하고 있는 점, 협찬고지에 관한 규칙 제5조(광고효과의 제한)에서 ‘방송사업자는 협찬주에게 광고효과를 줄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제작·구성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렛미인>은 사실상 이 같은 법과 규칙을 위반한 불법적인 ‘1시간짜리 의료 광고’라는 게 민우회의 주장이다.

홍 공보이사도 <렛미인> 일종의 광고 효과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라고 지적했다. 과도한 성형광고가 과도한 성형을 조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고 싶지 않아도 보이는 광고, 즉 다중·공공이용시설 광고와 유사하다.

의사협회 의료광고심의위원회가 지난 2013년 보건복지부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성형광고는 2011년 618건에서 2013년 4389건으로 7배(610%) 이상 급증했다. 또한 의사협회가 의료광고를 사후 모니터링해 자체 적발한 불법의료광고도 2011년 640건에서 2013년 1997건으로 3배가량 늘었다.

▲ 대한성형외과의사회에서 발표한 '유령수술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 ⓒPD저널

이 같은 문제가 계속되자 지하철 성형광고 제한, 수술전후 사진비교 금지 등이 담긴 성형광고제한개정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대한성형외과의사회는 지난 5월 1일 성명을 내고 “광고규제는 성형외과에 불이익을 줄 수 있지만 국민건강권과 의료의 투명성을 지킨다는 차원에서 적극 환영한다” 고 밝혔다. 성형외과 의사들 역시 문제에 대한 심각성과 자정의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동료 의사들이 출연한다는 점에서 공개적인 문제제기가 껄끄러운 일일 수 있지만 자정을 위한 일이라는 게 홍 공보이사의 설명이다.

“어느 성형외과 의사도 ‘성형공화국’이란 명칭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어요. 과도한 성형을 부추기는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에 심히 우려하고 있고, 건전한 성형문화가 정착하기를 바라고 있어요.

사람들이 각자 자기만이 갖고 있는 부분,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걸 사랑할 수 있는, 개성이 인정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해요. 성형외과 의사는 여기에 약간의 도움을 주는 것뿐이에요. 우리나라 성형 열풍이 불게 된 데 미디어가 일조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가 없죠. 그만큼 미디어는 중요해요. (사회 분위기를) 어디로 끌고 갈 것인지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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