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치고 떠나는 예능은 어려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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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치고 떠나는 예능은 어려울까
장수 예능 프로그램의 이해…유료방송은 시즌제 전략
  • 방연주 객원기자
  • 승인 2015.08.03 09: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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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은 망해야 끝나는 거야. 드라마는 16부작, 50부작 뭐 이렇게 정해져 있잖아. 그래서 막 박수받고 화려하게 끝나잖아. 근데 예능은 안 그래. 사람들이 박수치면 계속해. 근데 영원히 박수만 칠 수는 없잖아. 언젠가는 질리구, 빤해지구, 점점 안 보구, 어느새 민폐가 되구. 그럼 그때서야 끝나는 거야." (KBS 드라마 <프로듀사> '장수 프로그램의 이해'편 라준모 PD의 대사)

최근 JTBC <마녀사냥> 100회 특집이 눈길을 끌었다. <마녀사냥>은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에서 연애에 대해 발칙하고 거침없는 입담을 시도한 예능이다. 100회 특집에서는 축하의 인사를 받을 법도 했지만 오히려 시청자의 쓴 소리를 듣는 것으로 대신했다. 출연자들은 “노잼사냥”, “쓰레기 같은 프로그램” 등의 시청자 반응을 그대로 전하는가 하면, 초대된 빅데이터 전문가 송길영은 “팬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마녀사냥>을) 보고 있는데 확장된 확률이 줄어들고 있다”며 현실적 조언을 건네기도 했다. 이를 반영하듯 햇수로 3년째를 맞은 <마녀사냥>은 한 때 시청률 3%를 넘기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1%대 초반에 머물며 화제성이 떨어지고 있다. <마녀사냥> 100회 특집은 ‘장수 예능’으로 가는 첫 단추를 끼웠으나 그만큼 위기의식을 느낀 돌파구로 보인다.

▲ 지난 7월 10일 방송된 JTBC '마녀사냥' 100회 특집 방송 ⓒJTBC

지상파 방송으로 눈을 돌려보자. 지상파 3사에서 올해 신설된 예능은 MBC <복면가왕>‧<마이 리틀 텔레비전>, KBS <청춘FC 헝그리일레븐>‧<나를 돌아봐>, SBS <아빠를 부탁해>‧<썸남썸녀>‧<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불타는 청춘> 등 8개를 제외하면 현재 방송 중인 19개 예능 프로그램의 평균 방영기간은 5.3년이다. 최장수 예능은 2001년부터 방영된 KBS <해피투게더>로 시즌, 게스트 개편 등으로 명맥을 이어왔다. 이밖에도 MBC<무한도전>은 2006년, SBS<놀라운 대회 스타킹>은 2007년부터 방송을 이어오고 있다.

이처럼 방영 기간 3년을 넘어선 이른바 ‘장수 예능’은 안방극장에 안착한 듯 보인다. 하지만 오랫동안 방영됐다고 해서 시청자의 사랑을 꾸준히 받고 있다고 등치시키긴 어렵다. ‘국민 예능’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 KBS 2TV <해피선데이-1박 2일>은 한 때 강호동의 탈세와 이수근 도박 논란으로 시청자들부터 질타를 받으며 존폐 위기에 놓였었다. 최근 SBS <정글의 법칙>은 ‘대자연 속에서 고군분투하며 생존한다’는 기획의도가 희미해지고, ‘정글이 아이돌 장기자랑 무대가 되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는 김제동을 단독MC로 내세우고, MBC <나 혼자 산다>는 김광규 하차 등으로 변화를 모색하고 있지만 결과는 미지수다.

이처럼 방송사들이 ‘위기론’, ‘비판 여론’에도 ‘장수 예능’을 고수하는 이유는 안정적인 시청률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방송사 입장에서는 신규 예능으로 ‘모험’을 감행하기보다 기존 예능의 시청층을 제대로 굳히는 게 좀 더 수월하다. 특히 ‘장수 예능’이 꾸준히 화제성을 모은다면, 안정적인 광고 수입원으로 자리 잡게 된다. 콘텐츠 파워 지수 1위를 기록하는 MBC <무한도전>의 광고 단가는 지난 5년 간 가장 비싼 1125만 5000원선을 유지되고 있으며, 광고도 매번 완전히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2015년 5월 15일 <세계일보> ‘하나의 ‘무한도전 PPL’, 열 광고 안부럽다고?‘)

하지만 ‘장수 예능’은 ‘약’이 되기도 하지만 때론 ‘독’이 될 수도 있다.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시청률 경쟁 속에서 ‘장수 예능’은 필연적으로 ‘아이템 고갈’에 직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장수 예능’으로 자리 잡은 주말 예능의 경우 한 주에 영화 한 편에 맘먹는 100분가량 방송 시간을 내보내는 현실을 고려하면 PD와 제작진이 연출력을 극대화하고, 유지하는 것 자체가 한계적인 상황에 다다랐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제아무리 ‘장수 예능’으로 자리 잡았다 해도 시청률 높이기 위한 아이템 위주로 제작될 가능성이 농후하고, 이에 시청자는 피로감을 느낄 수 있다.

▲ KBS 대표 장수 예능프로그램 '해피투게더-1박 2일' ⓒ화면캡쳐

이렇듯 ‘장수 예능’에 대한 고민은 지상파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종편과 케이블 채널에서도 고민이 될만한 지점이다. 하지만 종편과 케이블채널은 지상파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해 보인다. 오히려 명확한 시청 타깃층을 기반 삼아 ‘시즌제 예능’으로 승부수를 띄우고 있기 때문이다. tvN<꽃보다 할배>·<꽃보다 누나>·<삼시세끼>는 7~14부작으로 방송될 때마다 온라인에서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들 프로그램을 연출한 나영석 PD는 “시즌제 제작은 무엇보다 높은 퀄리티의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며 “제작진은 제작진대로 준비할 시간을 갖고 출연자도 영광스러운 자리에서 프로그램을 그만할 수 있다. 박수칠 때 떠날 수 있다”고 밝혔다.(2015년 5월 22일 <스포츠투데이> ‘나영석표 예능 성공키워드는 바로 '시즌제 제작'이었다’) 모두가 늘 박수를 쳐주지 않듯이 지상파 방송사도 ‘장수 예능’의 안착에 관심을 기울이는 만큼 변화도 함께 준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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