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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의 존재와 의식의 상관관계

|contsmark0|‘요즘 언론인들은 과거 선배들이 가졌던 지사적 정의감과 치열한 비판의식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을 가끔 듣는다. 한마디로 ‘월급쟁이가 되고 말았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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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계가 고임금과 어디 가서 큰소리라도 가끔 칠 수 있는 힘을 보장하니, 그것을 누리기 위해 기를 쓰고 언론고시를 치른 젊은이들만 들끓는다는 뜻이 여기에 들어있을 것이다. 개개인으로 보자면 억울할 수도 있으나 전반적으로 판단한다면 딱히 항변하기도 힘들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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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언론인이 단순한 월급쟁이에 머무르지 않고, 상당한(?) 위상에 오른 자신의 계급적 이해를 대변하는 경향이 있다는 비판도 자주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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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사람 눈에는, 없는 사람들의 입장과 처지가 들어오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이치고, 그 결과로 화면과 지면에도 있는 사람들의 눈으로 본 프로그램과 기사가 대부분이라는 얘기일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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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비판에 대해서 단호하게 부인할 자신은 없지만, 그래도 아직은 많은 언론인들이 본연의 사명을 다하기 위해서 치열한 자기반성을 하고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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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 본연의 사명이란 국민의 알권리 충족, 권력감시, 사회정의 실현과 같은 거창한 말들을 일컫게 되겠지만, 이런 사명들을 온전히, 그리고 끝까지 견지하게 하는 힘은 ‘끊임없는 자기 반성’과 ‘인간에 대한 따뜻한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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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필자가 소속된 방송사의 노동조합 홈페이지에 최근 올라 온 다음과 같은 글은 나의 머리를 서늘하게 만들었다. 좀 길지만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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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청소를 도맡는 용역 아줌마들이 어디서 쉬고 어디서 끼니를 해결하는 지 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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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관시설이나 통신박스 안에 장판을 깔고 지내시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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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역시 최근에 안 사실은 아니지만 이제서야 정신이 번쩍 들듯이 그분들이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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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좀 이상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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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19세기 영국 노동자들도 그보다는 나은 곳에서 팍팍한 다리, 시큰거리는 허리를 펼 수 있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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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예비군 훈련 때 만난 tv본부의 한 pd는 세상에 이게 말이 되냐며 분개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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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제대로 된 휴게실 하나 없을 수 있냐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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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직원을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는 얘기 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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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드르한 교회에 말끔한 옷 입고 머리에 지꾸 바르고 성경책 옆에 끼고 다니면서도 정말 못나고 더럽고 삶이 힘겨운 사람들에게는 눈을 내리까는 사람들, 구한말부터 기독교를 받아들인 저희 집안에도 많습니다만, 정말 사랑하고 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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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미지가 우리 회사 경영진, 혹은 우리들의 모습과 겹쳐지니 마음이 아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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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네 pd네 하면서 부지런히 복도를 오가는 동안 그분들은 몇 푼 안되는 일에 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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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몸뚱어리 잠시 쉬어보겠다고 쥐처럼 벽 속에서 꼼지락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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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붕 아래 사람들은 내버려두고 비정규직이 어떻고, 파견노동이 어떻고 이래저래 떠들어온 저, 어디서 김치찌개 냄새가 나냐며 눈을 찌푸렸던 저 역시 자괴감을 누를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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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속한 방송사는 지난 몇 년간 지독한 노사분규를 겪었고, 그 과정에서 상식을 많이 뛰어넘는 몰상식과 부도덕과 파렴치를 몸으로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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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과정 속에서 우리는 우리의 처지에 대해서만 생각했고, 우리보다 더 어려운 남을 돌아볼 수 있는 눈길은 흐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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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 때문에 한 동료가 쓴 이 글을 나는 ‘샘물 같다’고 느낀다. 그리고 이런 샘물이 솟아날 수 있는 이유가 언론사 가운데 최하의 수준에 머물고 있는 우리의 ‘존재’ 때문만은 아닐 것이라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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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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