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88’, 왜 쌍팔년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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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시태그로 미리보는 #응팔

▲ 기대를 모으고 있는 '응답하라 1988'.ⓒCJ E&M

6일 첫 방송을 앞두고 있는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은 1988년을 배경으로 한 골목을 두고 살아가는 다섯 가족과 주인공 덕선(이혜리 분)을 중심으로 한 쌍문동 5인방을 둘러싼 좌충우돌 가족 코믹극이다.

<응팔>은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가 또다시 손을 잡았다는 사실만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신 PD와 이 작가는 전작 <응답하라1997> <응답하라1994> 시리즈를 통해 ‘복고’를 대중문화의 트렌드로 부상시킨 바 있다. 시청자들은 이번 시리즈 역시 과거 아날로그 식의 생활상과 소시민의 가족 이야기로 향수와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방송 전날인 5일 오후 3시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주고받은 신원호 PD의 이야기와 드라마 포인트를 4개의 카테고리로 정리했다.

#아날로그 #골목길 #이웃집 #친구
<응팔>은 1980년대 후반, 이웃 간의 오고가는 정이 담긴 골목을 그려내는 따뜻한 드라마다. 서울 쌍문동의 골목길을 배경으로 한 이 드라마는 제작진의 ‘사라진 골목길에 대한 아쉬움’에서 출발했다. 실제로 기획단계에서 신원호 PD는 실제로 골목을 주제로 한 기사와 감서 에세이들을 많이 참고했다. 당시 인기 아침드라마였던 MBC <한 지붕 세 가족>에서 느꼈던 감성처럼 옆집의 숟가락이 몇 개인지 까지 알고 있는 끈끈한 이웃 관계를 그려낼 예정이다. 기자간담회에서 신 PD는 “많은 사람이 요즘 살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따뜻한 정(情)이 그리운 분들이 많지 않을까. 시청자들을 위해 따뜻한 드라마를 만들고 싶다”며 기획의도를 밝혔다.

따뜻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싶어졌다는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는 보면 마음이 푸근해지는 드라마를, 가족 이야기를 해보고자 했다. ‘촌스러운 드라마 하나 있으면 어때’ 라는 생각으로 기획했다. 신 PD에 따르면 1988년은 “한국에 무슨 기운이 들어왔기에 올림픽이라는 큰 행사도 열리고, 좋은 음악과 영화들이 쏟아져 나왔는지, 사건사고는 왜 그리 많았는지 의아한” 한 해였다. 결국 드라마를 통해 할 이야기도 많고 지금보다 더 끈끈하고 가까운 우정과 이웃 관계가 살아있던 시절인 80년대 후반, 그 중에서도 1988년도를 선택한 것이다.

#서울올림픽 #호돌이 #굴렁쇠소년

▲ 5일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신원호 PD.ⓒCJ E&M

왜 하필 1988년을 왜 배경으로 했을까. 드라마의 배경인 1988년은 대한민국 역사상 뜻 깊은 해다. 대한민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격변기였다. 경제의 고속성장과 88올림픽으로 대변할 수 있는 스포츠를 비롯한 대중문화의 급속한 확산과 발전으로 인해 문화의 융성이 뚜렷했던 르네상스 시대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1988년에는 아시아에서 2번째, 세계에서 16번째로 개최된 올림픽인 '88 서울올림픽'이 열렸다. 이념의 벽을 넘어 화합을 이뤄내자는 취지에 따라 전 세계 159개국, 1만 3,304명의 선수단이 참여했던 올림픽 사상 최대 규모였다. 서울올림픽 마스코트 호돌이는 서울을 뜻하는 S자의 상모를 돌리는 모습으로 당시에는 뽀로로 못지않은 인기를 얻기도 했다. 극 중 정봉(안재홍 분)이 입고 나오는 호돌이 티셔츠와 88올림픽 개막식을 숨죽여 ‘비디오 녹화’하는 성균이네 풍경 등 드라마 곳곳에서도 서울올림픽 당시의 분위기와 사람들의 열기를 엿볼 수 있다.

#박남정 #무한궤도 #이문세 #소방차 #대학가요제
대중문화계에서도 새 바람이 불었다. 80년대 후반은 코리아나의 '손에 손잡고' 외에도 이상은, 이문세, 이선희 등 지금까지도 명곡으로 인정받는 노래들이 많이 탄생한 시기다. 지금은 사라진 MBC 대학가요제와 강변가요제가 주요 무대였다. 특히 1988년은 고(故) 신해철이 '무한궤도'라는 팀으로 대학가요제 대상을 수상한 해이기도 하다. 브라운관에서는 감각적 영상을 통해 젊은이들의 사랑을 전면에 내세운 미니시리즈가 등장하기 시작했고 ‘유머1번지’ 등의 개그 프로그램도 본격적으로 방송을 시작했다.

‘응팔’에서는 배경음악으로, 등장인물들의 춤으로 당시 유행하던 대중문화를 다룰 예정이다. 신 PD는 “1980년대 후반은 트로트, 발라드, 댄스 등 다양한 장르로 소비되던 시절인 만큼 편집하며 선곡할 때는 행복했다”며 “복고를 환기시켜주는 건 결국 ‘음악’이다. 젊은 시청자들이 모르지만 지금도 사랑받을 만한 명곡들이 많아 선곡에 선택지가 많았다. 명곡은 세월이 지나도 힘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교복자율화 #청청패션 #상고머리 #잠자리안경

▲ '응답하라 1988'의 골목 5인방 중 동룡, 선우, 정환. ⓒCJ E&M

1984년 정부지침으로 교복자율화 및 두발자유화가 실시된 이래 서울시내 대다수 학교들이 사복을 입고 등하교했다. 당시 '트렌디 세터'의 필수품인 청청 패션과, 디스코 패션을 상징하는 땡땡이 스카프 정도는 매줘야 동네 멋쟁이로 인정받았다. 극중 동룡(이동휘 분)의 노란 공갈티, 성균(김성균 분)의 까만 잠자리 선글라스, 덕선의 일자 상고머리 등 당시 유행하던 헤어스타일과 패션을 매회 엿볼 수 있는 점 또한 묘미다.

못난이 인형, 바둑 만화책, 전화기 등 과거로 돌아간 느낌을 주는 드라마 속 소품과 디테일도 또다른 재미다. 물론 이면에는 ‘응답하라’ 미술팀의 눈물겨운 노력이 있었다. 실제로 <응팔> 제작진에 따르면 소품을 구하기 위해 날밤을 새며 구제시장을 돌아다니고 모형을 사실감 넘치게 만들어내는 일도 미술팀의 몫이었다.

'응답'시리즈는 추억을 담아내는 드라마다. 이번 <응답하라 1988>은 전작들과는 다르게 “내 끝사랑은 가족이었습니다”라는 메시지와 ‘가족 코믹극’이라는 새로운 수식어를 내걸었다, 그만큼 훈훈하고 소소한, 하지만 가슴 뭉클해지는 우리네 사는 이야기를 전하겠다는 제작진의 포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응답’시리즈의 전작들이 남편 찾기와 첫사랑 등 주요 인물 사이의 러브라인에 무게가 실렸다면 이번 <응답하라 1998>의 메시지는 ‘가족’이다.

신 PD는 “물론 ‘응답’시리즈처럼 러브라인이나 남편 찾기라는 콘셉트는 그대로 가져가겠지만 가족과 우정, 이웃 간의 정에 초점을 두고 싶다. 우리는 가족과 얽힌 일과 추억은 너무나 쉽게 잊어버리는 것 같다. 가족이란 존재가 늘 공기처럼 존재하지만 그 소중함과 고마움을 잘 느끼지 못해서일까”라며 “매 회 드라마 한 편을 보고 나면 옆에 있는 사람의 체온이 느껴지는, 혹은 가족에게 문득 전화를 걸고 싶다면 그걸로 성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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