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폴리널리스트’ 총선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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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폴리널리스트’ 총선 앞으로
민경욱 전 대변인 등 총선 통해 본격 ‘정치’ 데뷔할까…“朴대통령의 ‘진실한’ 언론인 양산 그만” 비판도
  • 김세옥 기자
  • 승인 2015.11.13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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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15일부터 제20대 총선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되는 가운데 박근혜 정부에 입각한 언론인 출신 인사들의 출마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 현직 언론인 신분에서 청와대 등으로 직행하는 모습을 보이는 권력 지향 성향의 언론인을 의미하는 ‘폴리널리스트(정치(Politics)와 언론인(Journalist)의 합성어)’라는 비판을 받았던 이들이 내년 총선을 통한 ‘정치’ 무대로의 본격 데뷔를 노리고 있는 상황이다.

■靑 참모 언론인 출신들 총선 준비= 박근혜 대통령의 전직 참모 중 한 명인 최형두 국회 대변인은 경기 의왕‧과천 출마 쪽으로 최근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일보> 기자 출신인 최 대변인은 김황식 전 국무총리 시절 국무총리실 공보실장으로 일하다 2013년 2월 박근혜 정부 출범에 맞춰 청와대로 자리를 옮겨 홍보기획비서관을 지냈다. <서울신문> 기자 출신으로 2012년 제19대 총선 당시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회 수석부대변인과 2013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대변인실 실무위원을 거쳐 박근혜 정부 출범과 동시에 청와대 국정홍보선임행정관, 춘추관장 등을 지낸 전광삼 전 관장은 대구 북갑 출마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지난 1월 23일 윤두현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인적쇄신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총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언론인 출신 중 최근 방송계 주변에서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인물은 윤두현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이하 케이블협회) 회장이다. 윤 회장은 취임 8개월 만에 총선 출마를 위해 협회장직을 내려놓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그는 출신지역인 대구경북 지역으로의 출마를 예정하고 있다.

YTN 정치부장과 보도국장을 지낸 윤 회장은 지난 2014년 6월 YTN의 자회사인 디지털YTN 사장을 하던 중 KBS 보도통제 논란 속 사퇴한 이정현 홍보수석 후임으로 발탁돼 청와대로 직행했다. 하지만 홍보수석을 맡은 지 8개월만인 지난 2월 청와대를 나오게 됐고, 한 달 뒤인 3월 케이블협회 회장이 됐다. 이 과정에서 유료방송업계 주변에선 윤 회장의 홍보수석 퇴임 직후 미래창조과학부에서 MSO(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들을 접촉해 그를 차기 케이블협회장으로 선출하라고 압박했고, 그 배후에 청와대가 있다는 얘기가 나오며 ‘낙하산’ 논란이 일었다.

이런 과정과 논란 끝에 취임한 윤 회장이 8개월 만에 총선 출마를 이유로 회장직을 내려놓자 총선 출마까지 공백을 메우고 총선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 케이블협회를 필요로 했던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SO(종합유선방송)의 경우 지역에 대한 보도와 선거방송이 가능하기 때문에, 지역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국회의원 등 정치인들에게 지역SO와의 관계는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공직’ 진출, 폴리널리스트 아니라더니= 민경욱 전 청와대 대변인도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이다. 총선 출마를 위해 지난 10월 5일 사의를 밝힌 민 전 대변인은 인구상한선을 넘어 선거구 분구 대상인 인천 연수구에 도전장을 내밀 것으로 알려졌다.

민 전 대변인의 총선 출마가 방송계 주변의 눈길을 특히 끄는 배경엔 단순히 언론인 출신이라는 부분만 있는 게 아니다. 언론인 신분에서 청와대로 직행한 이력의 소유자일 뿐 아니라, 그의 이런 행보를 놓고 논란이 일자 여당까지 나서 “공직”과 “정치활동”은 다르다고 강조하며 ‘폴리널리스트’가 아니라고 두둔했던 인물이라는 사실이 있다.

행정부의 최고 책임자인 동시에 정당 소속인 대통령의 ‘입’ 역할을 하는 위치인 만큼 정치와 무관하다고 말하기 어려운 현실에 더해, 총선 출마를 위해 대변인직을 그만두면서 결과적으로 공직을 국회의원이라는 본격 정치인으로서의 길을 위한 발판으로 삼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인 것이다.

▲ 지난 2014년 2월 6일 민경욱 전 KBS 앵커가 청와대 대변인으로 임명된 다음 날인 6일 오전 서울 청와대 춘추관에서 첫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민 전 대변인은 KBS의 메인뉴스인 <뉴스9> 앵커 출신으로, 지난 2014년 2월 5일 청와대 대변인에 발탁된 당일 오전까지 문화부장 자격으로 편집회의에 참석했다가 2시간 여 뒤 청와대에서 신임 대변인으로 기자들에게 소개됐다. 그는 하루 전인 2월 4일에는 <뉴스9>의 ‘데스크 분석’ 코너에서 리포트도 했다.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언론인에서 청와대 대변인으로 옷을 갈아입은 그의 행보를 놓고 동료였던 기자들은 기수별 성명을 줄줄이 발표하며 “당신이 KBS 기자로서 부끄러운 선택을 했다는 것을 잘 안다”(2014년 2월 6일, KBS 40기 기자들), “마지막 남은 KBS 저널리즘의 자존심을 쓰레기통에 처박은 행위”(2014년 2월 5일, KBS 27기 기자들)라고 비판했다.

논란이 커지자 KBS 회사 측은 2월 6일 내부게시판에 민경욱 문화부장이 이틀 전인 2월 4일 면직 처리됐다고 밝혔다. KBS 회사 측의 설명대로라면 면직 처리가 된 인물을 2월 5일 편집회의에 참석시킨 게 된다. 이에 대해 당시 언론노조 KBS본부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현직 기자의 청와대 직행이 찔리긴 찔렸나 보다. 회사가 민경욱씨를 2월 4일자로 ‘소급면직’ 시켰다. 아마도 KBS 역사상 최초의 일이 아닐까 싶다”고 비판했다.

KBS 회사 측은 또한 민 전 대변인이 KBS 윤리강령(해당 직무가 끝난 후 6개월 이내에는 정치활동을 하지 않는다)을 위반했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윤리강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정치활동’이란 국회의원 등 선출직이나 당적을 가지고 정당 활동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청와대 대변인은 공직이므로 ‘정치활동’ 대상에 포함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새누리당도 같은 날 논평을 통해 “청와대 대변인은 정당가입도 되지 않는 공무원 자리”라며 정치활동과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렇듯 하루 사이 현직 언론인에서 청와대의 ‘입’으로 자리를 바꾼 이를 위해 이례적으로 여당까지 나서 ‘폴리널리스트’가 아니라고 두둔했지만, 결국 민 전 대변인이 총선 출마를 준비하면서 본격 ‘폴리널리스트’의 길을 걷고 있음을 재확인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는 “신뢰받는 언론인의 이미지가 필요하기에 청와대는 대변인, 홍보수석 등의 직함으로 현직 언론인을 발탁하지만 현실적으로 1~2년이 지나면 물러나야 하는 만큼 그들에게 총선 출마의 기회를 열어주는 등 ‘보상’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물론 공천권은 정당의 몫이다. 하지만 정당 입장에서도 언론인으로서 신뢰도를 쌓았을 뿐 아니라 청와대 대변인 등을 지내며 인지도를 높이면서 정치적 감각까지 익힌 이들의 당선 가능성이나 활용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게 최 교수의 지적이다.

최 교수는 “폴리널리스트를 배출한 언론사까지 나서 공직인 만큼 정치행위를 하는 게 아니라고 두둔하지만, 청와대 등으로 직행하는 언론인들이야말로 고도의 정치행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이야 말로 ‘언정(言政)결탁’이라 부를만 하다”며 “현직 언론인의 출마뿐 아니라 공직 진출에도 최소한의 유예기간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지난 25일 신임 청와대 대변인에 임명된 MBC ‘100분 토론’ 진행자 정연국 전 시사제작국장. 정 대변인(54)은 중앙대 독일어교육학과를 나와 울산MBC 보도국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했다. 이후 MBC 뉴스투데이 앵커, 런던특파원, 보도국 기획취재부 부장, 사회2부장을 역임한 뒤, 지난 3월부터 시사제작국장을 맡았다. 정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 배우면서 열심히 함께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청와대 제공) ⓒ뉴스1

청와대로 직행하는 언론인들을 둘러싼 논란은 사실 박근혜 정부에서만 존재하는 건 아니다. 이명박 정부 때에도 홍상표 홍보수석(YTN)과 김두우 홍보수석(중앙일보), 김은혜 대변인(MBC), 유성식 선임 행정관(한국일보) 등이 현직에서 청와대로 직행했다. 앞서 김영삼 정부 때도 주돈식 당시 <조선일보> 논설위원이 정무수석으로, 김대중 정부 때는 조순용 당시 KBS 보도국 편집주간이 정무수석을 발탁된 일도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이런 경향이 더욱 뚜렷해진 것인데, 윤두현 홍보수석과 민경욱 대변인 외에도 초대 홍보수석이었던 이남기 전 수석의 경우 내정 당일까지 SBS미디어홀딩스 사장을 지냈으며, 김성우 현 홍보수석의 경우 청와대 사회문화특보직을 수락하고도 SBS 임원직을 유지하려다 내부의 반발에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 10월 25일 민경욱 전 대변인의 후임으로 발탁된 정연국 대변인 역시 임명 5일 전이었던 10월 20일 MBC <100분토론>을 진행했다.

지상파 방송의 한 관계자는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총선에서 ‘진실한 사람들’만 선택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해 논란이 있었는데, 직업 선택의 자유를 감안하더라도 지금처럼 청와대로 직행할 언론인을 발탁해 선거 출마의 수순을 밟도록 하는 ‘기브 앤 테이크’ 상황이 계속될 경우 정권에서 보기에 ‘진실한’ 언론인들로 더 훼손될 언론의 신뢰는 어떻게 되겠나”라며 “언론이 스스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지만 정권 역시 ‘감시하는 언론’의 역할을 위해 자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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