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MBC, 공권력 남용 의문조차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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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파이프 ’ ‘각목 ’ 헤드라인 배치, 물대포 피해 농민 소식 짧게 보도

지난 14일 서울 도심 대규모 집회에 참가한 60대 농민이 경찰의 물대포를 맞아 중태에 빠져 공권력의 '과잉 진압' 논란이 불거지고 이에 대한 문제를 지적한 곳은 JTBC <뉴스룸>뿐이었다. 지상파 3사의 메인뉴스는 '과잉 진압'과 '과잉 시위'라는 집회측 참가자와 공권력 사이의 대결 구도를 부각시키는 모습이었다.

KBS 수능 피해 부각, MBC SBS "집회 영향 없었다" 상반 

14일 <KBS 뉴스9>는 ‘서울 도심 대규모 집회…격렬 시위에 부상자 속출’ 리포트를 14번째 꼭지에 배치했다. 제목에서부터 ‘부상자 속출’이라는 부정적인 부분을 부각하는 보도 프레임을 사용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뉴스 영상 왼쪽 상단에는 '광화문 격렬 시위'라는 소제목을 삽입했다.

▲ 14일 MBC 뉴스데스크의 한 장면. ⓒMBC

리포트의 리드(첫 문장)는 “시위대가 경찰이 집회를 불허한 광화문 광장을 향해 행진에 나서면서 저지에 나선 경찰과 충돌했습니다”로 시위대가 쇠파이프와 각목으로 경찰 버스를 부수고 밧줄을 연결해 버스를 끌어당기는 장면을 내보냈다. 그 후에 경찰 진압 장면을 보여주며 공권력이 어쩔 수 없이 시민들을 진압할 수밖에 없었다는 흐름을 유지한다.

이어 보도된 15번째 꼭지는 ‘서울 시내 교통마비에 논술 수험생 발 ‘동동’‘이라는 제목으로 이날 열린 광화문 집회로 인해 시내 교통이 마비돼 시험을 치르지 못한 학생까지 생겼다는 짤막한 인터뷰 형식의 리포트였다. KBS는 “서울 시내로 모여든 수험생 12만여 명과 학부모들은 주말에 비가 내리는 데다 대규모 집회까지 겹치면서 가중된 교통 정체로 가슴을 졸였다”고 보도했다. 반면 MBC와 SBS는 메인뉴스에서 “대입논술과 면접시험은 집회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진행됐다”고 처리했다.

같은 날 <SBS 8뉴스>의 집회 관련 보도는 ‘도심서 대규모 집회, 차벽 저지 '충돌'…부상자 속출’ 한 건이었다. SBS도 시위대가 경찰에게 각목과 쇠파이프를 휘두르고 청계광장경찰 차벽을 해체하기 위해 밧줄로 버스 6대를 끌어내는 장면을 가장 먼저 삽입했다. 하지만 리포트는 “경찰이 캡사이신 용액을 넣은 물대포와 소화액을 쏘며 시위대 해산을 시도했다”며 타 뉴스에 비해 경찰 진압에 대해 자세히 보도했다. 이어 의식을 잃은 백 모 씨의 피해 소식도 덧붙였다.

KBS·MBC, 물대포 맞은 농민 생명 위독 소식 짧게 보도

▲ 지난 19일 KBS <뉴스9> 보도 ⓒKBS

하지만 KBS와 MBC는 백 씨의 피해 소식을 다음날인 15일 메인 뉴스 말미에 전하며 집회 참가자에 대한 엄중 처벌을 내리겠다는 정부 입장에 초점을 맞췄다. MBC는 “어젯밤까지 이어진 도심 집회는 결국 폭력이 난무하는 시위로 변질됐다”며 “과잉진압이냐, 과격시위냐”는 이분법적 대립 구도를 부각시켰다. KBS 뉴스 역시 피해자 백 씨의 소식보다는 “경찰 113명이 다치고 차량 50여대가 파손됐다”며 경찰 피해를 부각시키는 모습이었다.

반면 같은 날 SBS는 MBC와 KBS가 리포트 말미에 백 씨의 피해 소식을 잠깐 언급하는 것과 달리 “병원에 실려 간 백 모씨가 아직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며 피해 소식을 자세히 전했다. 또한 리포트는 살수차 운용지침에 대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조영선 변호사의 코멘트를 첨부하는 등 비교적 공정한 보도를 하려는 모습이었다.

지상파3사 중에는 SBS만이 경찰이 캡사이신 용액까지 넣은 물대포를 시위대 상체에 조준해 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살수 진압 시 상체 조준은 위법행위다. 차벽설치 때문에 교통이 혼잡됐다는 점은 3사 모두 지적하지 않았다. 차벽설치가 위헌이라는 2011년 판결에 대한 언급 또한 없었다. 차벽이 위헌이라고 지적한 곳은 JTBC<뉴스룸>이 유일했다. JTBC는 14일 ‘뉴스룸’에서 “위헌이라는 판단에도 불구하고 다시 등장한 차벽이 더 견고해졌다”고 보도했다.

▲ 집회 다음날에서야 SBS는 뉴스8에서 살수진압에 대한 기준을 지적했다.ⓒSBS

또한 JTBC는 ‘위헌 결정 내려졌음에도…다시 등장한 경찰 차벽’ 이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이어 보도하며 “2011년 헌법재판소는 차벽이 행동 자유권을 침해한다고 위헌 판결했다. 반면 최근 법원에선 시민 통행로가 마련된다면 차벽을 설치할 수 있다는 결정을 내놓았다”고 전한 뒤 “하지만 제 뒤에 보시는 것처럼 경찰차들이 이 길을 막고 있다”며 “오늘 차벽은 광화문에서 경복궁까지 3중으로 설치돼 이 일대는 하나의 섬이 됐다”고 보도했다. 이날 집회 관련 보도는 총 3건이었다.

지상파 3사는 모두 일요일 메인뉴스에서 단 1건의 리포트를 방송한 반면 JTBC는 15일에도 3건의 집회 관련 리포트를 보도하면서 공권력의 진압 방식에 대한 문제를 구체적으로 전했다. 

특히 ‘살수차 운용 지침 지켰나? 과잉진압 논란 분석해보니…’라는 제목으로 앵커와 직접 현장에 갔던 구동회 JTBC 기자가 집회 보도 영상에서 문제가 됐던 장면을 하나하나 짚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기자는 14일 집회 때 사용된 직사살수의 세기인 15기압을 소방 진압 호스와 비교해 설명했다. 살수 시에는 안전을 고려해 가슴 아래쪽에 분사해야 한다는 규정을 언급하며 경찰의 규정 위반을 의심할 수 있다는 분석도 덧붙였다. 또한 앵커는 이날 진압에 사용된 캡사이신, 최루액 허용 기준을 짚으며 ‘과잉 진압’의 가능성을 질문하기도 했다.

▲ 15일 JTBC '뉴스룸'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전진배 앵커(좌)와 구동회 기자(우).ⓒJTBC

마지막으로 취재 기자는 최루액이 눈에 들어가 괴로워하는 의경의 눈을 물로 닦아 주는 시민의 사진을 보여주며 “어제 집회를 처음부터 끝까지 봤지만, 반드시 폭력으로 얼룩진 집회라고 볼 수는 없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지상파 3사가 ‘과잉진압’과 ‘과잉시위’의 대결 구도와 공권력에 대한 ‘도전’이라며 정부 측의 일방적인 의견만을 보도한 것과는 매우 다른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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