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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11.20 11:04
  • 수정 2015.11.24 16:37

현실의 수많은 ‘김혜진’을 그리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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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MBC ‘그녀는 예뻤다’ 정대윤 PD

▲ 지난 13일 은 상암MBC에서 정PD를 만나 <그예>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어 보았다. ⓒ김성헌

“모든 젊은이들이 김혜진처럼 스스로의 하이라이트를 꺼버리지 않고 해피엔딩을 맞기를 소망한다.”

지난 11일 종영한 MBC 수목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이하 그예)를 연출한 정대윤 PD는 이 시대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을 응원했다. 자신도 IMF를 겪었지만 지금의 젊은이들을 보면 안쓰럽고 미안하기까지 하다던 정PD는 ‘처세서적인 얘기’ 같아서 낮 부끄러운 감이 있지만 ‘그럼에도’ 자신의 꿈을 잃지 않기를 당부했다. 지난 13일 <PD저널>은 상암MBC에서 정대윤 PD를 만나 <그예>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어 보았다.

<그예>는 백수시절 자신의 처지를 부끄러워 해 어린 시절 첫사랑 지성준(박서준 분)을 만나는 자리에 주인공 김혜진(황정음 분)이 친구 민하리(고준희 분)를 대신 내보내며 시작되는 이야기다. 드라마는 하리가 성준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혜진이 알게 되고, 또 그런 혜진을 최신혁(최시원 분)이 짝사랑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네 남녀의 사랑과 우정을 흥미진진하면서도 따뜻하게 풀어냈다. 그 결과 <그예>는 '시청률'과 '화제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며 ‘2015 최고의 로맨틱 코미디’라는 찬사를 받게 됐다.

시청률 화제성 모두 잡은 비결?  “생동감 있는 캐릭터가 원동력”

▲ 정대윤 PD ⓒ김성헌

하지만 드라마 초기에는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1회 시청률은 5%대. 게다가 아이돌 출신 여배우 황정음이 ‘못생긴 분장을 하고 나오지만 이후에는 다시 예뻐진다’는 뻔한 레퍼토리는 시청자로 하여금 ‘또 그런 얘기냐’라며 식상함을 느끼게 했다. 하지만 그러한 우려는 시간이 갈수록 사그라들었다. 극 중 김혜진을 연기한 배우 황정음이 ‘못 생긴 분장’에도 위축되지 않고 자신감 있는 모습으로 연기에 임하면서 김혜진이라는 캐릭터가 가진 유쾌하고 밝은 매력을 잘 드러냈기 때문이다.

정PD는 “정음 씨는 혜진 그 자체”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드라마 기획 단계에서부터 황정음을 고려할 만큼 캐스팅에 공을 들였다. “나뿐만이 아니라 대본을 보면 누구라도 그녀를 떠올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배우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안 예뻐지는’ 콘셉트를 누구보다 쿨하게 또 성실하게 받아들일 배우라고 생각했고, 현장에서 역시 그런 우리의 예상을 한 치도 벗어나지 않았다.”

정PD는 <그예> 흥행요소 중 하나로 ‘입체적이고 생동감 있는 캐릭터’를 꼽았다. 실제로 주연배우 4명이 극중 캐릭터를 잘 표현해 몰입도를 높였다는 평을 받았다. <그예>를 두고 ‘캐스팅의 승리’라는 분석이 나올 정도. 그는 “주인공 4명이 모두 에너지 있고 사랑스러웠던데 (흥행의) 원동력이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지성준 역을 맡은 배우 박서준도 “목소리가 좋고 웃는 얼굴이 귀여워 멜로에 적합한 배우”이며, 고준희 또한 외적인 매력뿐만 아니라 “의리파에 속해 배려심도 깊다”며 하리 역에 적합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드라마를 통해 연기자로서 자리매김한 최시원에 대해 “아이돌 임에도 망가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더라. <무한도전> 식스맨을 보면서 짐 캐리처럼 한 순간에 수많은 표정들이 지나가는데 그게 신혁의 이미지에 부합할 거란 생각을 했다”며 캐스팅 배경을 밝혔다. 정PD는 개성 넘치는 연기로 ‘씬스틸러’로 평가받은 배우 황석정 씨에 대해서 “극중 김라라 편집장을 완벽 소화한 황석정 씨는 하마터면 다른 작품과 겹쳐 출연하지 못할 뻔 했다”며 “겨우 설득해 우여곡절 끝에 출연하게 됐다”는 캐스팅 비화도 전했다.

‘평범한 외모’와 ‘그저 그런 스펙’을 가진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

▲ '그녀는 예뻤다' 촬영현장. ⓒMBC

정 PD는 악성곱슬머리에 주근깨가 내려앉은 평범한 '김혜진'을 통해 현실의 수많은 ‘김혜진’을 보여주고 싶었다.

“미모가 뛰어난 사람은 우리 중 극히 일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범한 외모를 가지고 살아간다. 그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진짜배기 주인공을 꼭 한번 만들어 보고 싶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돈도 별로 없고 스펙도 그닥이고 얼굴도 안 예쁘다. 많은 시청자들도 꿈을 잃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는 착한 혜진에게 감정이입을 해주신 것 같다.”

극 초반은 혜진이 '언제, 얼마나 예뻐질까', '서준이 자신의 정체를 숨긴 혜진을 언제 알아볼까'라는 호기심을 자극했다면 극 중반부터는 삶을 대하는 혜진의 태도에 시청자는 매료되기 시작했다. 김혜진은 외로워도 슬퍼도 결코 울지 않는 전형적인 '캔디 캐릭터'를 넘어 누구 하나 거들떠 봐주지 않지만 씩씩하면서도 유쾌하게 맡은 바 일을 잘해내는 '긍정적인 마인드'의 소유자다.

“‘헬조선’이라는 말은 나도 많이 들었다. 나도 사회 초년생일 땐 IMF를 겪었지만 지금은 그때보다 더 심한 것 같다. 사회 몇 년 선배밖에는 안 되지만 너무 안쓰럽고 미안하기까지 하다. 솔직히 그 동안 이 일을 하면서 드라마가 거짓 희망을 주는 게 아닌가 자문할 때도 많았다. 하지만 결국 결론은 <그예>의 김혜진이었다.”

정 PD는 혹여나 드라마 속 김혜진처럼 ‘열심히 노력하면 사회에서 인정받고 행복해질 수 있다’는 식의 메시지를 줄까봐 조심스러워 했다. 그가 전하고 싶은 것은 ‘당당함’이었다. “아무런 이유 없이 당당한 사람들이 있다. 돈이나 빽이 없는데 말이다. 주변 사람들도 당당한 사람은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 현실에서도 김혜진과 같은 사람들이 많다. 자신을 비하하거나 자책하지 않고 당당하게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얘기를 하고 싶었다.”

중요한 것은 남이 아니라 자신에게 예쁨 받는 것

▲ 정대윤 PD는 현실 속에서 당당하게 살아가는 수많은 김혜진을 그리고 싶었다. ⓒ김성헌

<그예>의 마지막 회는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키며 완벽한 해피엔딩으로 끝이 났다. 혜진은 패션잡지 ‘모스트’ 편집부를 떠나 동화작가의 삶을 이루게 된다. 찰랑거리는 머릿결과 메이크업으로 가린 뽀얀 피부 대신 다시 곱슬머리에 주근깨 가득한 얼굴로 돌아왔다. 그렇다면 <그예>에서 말하는 ‘예쁘다’의 정의는 무엇일까. 정 PD가 말하는 예쁨은 핵심은 ‘스스로를 예쁘다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스스로가 예쁘다고 느끼는 사람이 예쁜 사람이라고 혜진이 얘기하는 장면이 있다. 진짜 말하고 싶은 메시지였기에 투박하지만 그렇게 표현했다. 외모가 뛰어나지 않아도 자신이 예쁘다고 느끼는 사람은 주변 사람들에게도 그런 믿음을 은연중에 전파시킨다. 그래서 결국 모두에게 예쁨 받는 사람이 된다. 요즘 꼭 한번은 짚고 넘어가야하는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당분간은 휴식을 취하고 싶다는 정PD는 기회가 된다면 다시 ‘로맨틱 코미디’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정대윤 표 따뜻한 로맨틱 코미디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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