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의 CJ헬로비전 인수, ‘공정’ 명분 사업자 이전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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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의 CJ헬로비전 인수, ‘공정’ 명분 사업자 이전투구
[현장] 방통 융합에 따른 제도 개선 토론회…이용자·시청자 ‘관점’은 어디에?
  • 김세옥 기자
  • 승인 2015.11.26 12: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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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통신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이 케이블 TV 1위 사업자인 CJ헬로비전을 인수하고 SK브로드밴드와의 합병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이후 업계 안팎에서 ‘방송‧통신 융합에 따른 성장동력 확보’와 ‘독과점 심화’의 문제를 놓고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는 통신업계 내의 문제만은 아니다. 지역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케이블 사업자인 CJ헬로비전이 인수의 대상인 만큼 지역성은 물론 이용자의 선택권까지 방송의 역할과 책무 등을 놓고도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 많다. 하지만 업계 안팎의 논의 과정에서 이 부분은 여전히 주요하게 논의되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

SKT의 CJHV 인수합병 논란 속에서야 '방송의 미끼상품화' 걱정하는 통신업체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우상호‧정호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25일 국회에서 ‘방송‧통신 융합에 따른 제도 개선’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하겠다고 밝힌 뒤 통신 3사가 처음으로 하나의 테이블에 앉아 저마다의 논리 대결을 펼쳤다. 그러나 업계의 이해만 충돌했을 뿐 인수합병으로 위협받을 우려가 있는 방송의 공공성, 지역성, 시청자의 선택권 등에 대한 논의는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이용자와 시청자를 대표할 만한 패널도 없었다. 이용자와 시청자의 관점에서 이 사안을 살펴야 하는 정부 관계자들은 아직 합병과 관련한 공식 절차가 진행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말을 아꼈다.

이날 토론에서 SK텔레콤 측은 CJ헬로비전 인수가 ‘융합’을 통한 성장 토대 확보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상헌 SK텔레콤 상무는 “올해 통신 3사의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모두 감소했고 SKT의 경우 영업이익까지 감소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매출 감소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상무는 “더구나 ICT 생태계에서 구글, 애플 등 글로벌 플랫폼 기업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국내) 통신사업자의 입지는 더욱 위축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해외 통신‧방송 기업들이 상호 M&A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성장정체 등의 위기 상황 극복을 시도하고 있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M&A를 통한 방송‧통신 융합이 세계의 추세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이 상무는 미국(AT&T(통신)‧DirecTV(방송)), 스페인(Telefonica(통신‧방송)‧Canal+(위성방송)), 독일(Vodafone(통신)‧Kabel Deutschland(케이블)) 등의 사례를 언급하며 “다양한 콘텐츠 분야와 첨단 디지털 기술이 교차되는 방송 산업은 통신과 융합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최적의 분야”라고 강조했다. ‘공정경쟁’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KT와 LGU+에 대해 이 상무는 “일일이 말하진 않겠지만 인수합병이 진행된 후에도 여전히 유료방송, 초고속인터넷, 인터넷전화 등의 1위는 KT이고 이동전화 시정 역시 거의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 새정치민주연합 우상호, 정호준 의원 주최로 25일 국회에서 ‘방송통신 융합에 따른 제도 개선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PD저널

반면 김희수 KT경제경영연구소 부소장은 해외 사례를 인용하며 SK텔레콤에서 M&A의 당위성을 언급하는 데 대해 “M&A가 기업 성장의 주요 통로인 건 맞지만, 해외의 통신‧방송 M&A는 유료방송이 없거나 매우 미약한 통신사업자가 커버리지를 빠르게 확보할 수 있는 위성TV 인수에 국한돼 있다”고 반박했다. 시장지배력에 있어 차이가 있다는 것으로, 김 부소장은 “M&A로 지배력을 형성해 이를 확장한다면 시청자 피해 등 공익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김 부소장은 “SK텔레콤은 2010년부터 무선다회선 결합상품으로 방송을 ‘이동통신의 덤’ 상품으로 만들면서 이동통신 시장의 지배력을 방송시장으로 전이시키는 데 주력했다”며 “(인수합병 후) 이동통신 시장에서의 지배력을 활용해 방송 결합상품 전략을 확대 적용하면 유료방송의 저가구조가 고착화되고 지역 방송시장의 독과점화는 더욱 심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박형일 LGU+ 상무도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방송통신 결합판매 강화는 결국 방송서비스의 ‘무료 경품화’, ‘부상품화’를 심화시키고, 효율성 측면에서 거대 이동통신 사업자를 따라갈 수 없는 SO(종합유선방송)들은 시장에서 축출될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K텔레콤이 이동통신 시장에서의 지배력을 방송시장에 전이하게 될 것이라는 일련의 문제제기엔 일리가 있다. 그러나 이런 문제가 SK텔레콤만의 것처럼 얘기하는 건 결국 모순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현재 유료방송 분야의 1위는 KT로 가입자만 836만명에 이르는 상황으로, 결합상품을 통해 방송을 일종의 ‘미끼상품’으로 전락시키고 있다는 문제제기는 이동통신 3사 모두를 대상으로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IPTV 쪽으로 가입자 전환 유도 가능성, 이용자 부담 증가 가능성 등 검토해야”

이날 토론회의 주제발표를 맡은 김경환 상지대 교수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을 “대형마트가 (지역빵집을 삼키고) 지역에 진입한 프랜차이즈 빵집을 인수하는 것과 같다”고 비유하며 “콘텐츠를 갖고 있는 CJ 그룹과 지배적 플랫폼을 갖고 있는 SK텔레콤이 결합해 어떤 불공정 거래가 발생할 수 있는지, 그로 인한 다른 PP(채널사용사업자) 등의 수익 저하 가능성에 대해 면밀히 모니터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CJ헬로비전과 SK브로드밴드의 IPTV 서비스는 내용에 있어 큰 차이가 없는 만큼 CJ헬로비전의 가입자를 점차 SK브로드밴드로 이전시켜 장기적으로 ARPU(가입자당 평균매출)가 높은 IPTV 쪽으로 가입자 전환을 유도, 이용자의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이에 대한 정책당국의 검토와 대책마련을 강조했다. 이어 “동일한 성격의 IPTV와 케이블TV 사업자의 인수합병인 만큼 피인수 기업인 CJ헬로비전의 고용불안전성 증가와 유료방송시장의 고용 감소 또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김 교수는 “위성방송이 OTS(올레TV스카이라이프), DCS(Dish Convergence Solution‧접시 없는 위성방송)처럼 IPTV에 종속적인 서비스로 변질되고 있는 것처럼,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로 케이블TV가 자체 망을 통한 방송서비스를 실시하는 것에 IPTV의 보조적인 서비스로 전락, 유료방송 서비스 전송망의 다양성이 감소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며 “이는 다양한 방송기술의 발전을 저해하고 유료방송 서비스의 다양성을 감소킨다는 점에서 방송산업 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지역채널 운영과 관련한 정책방안 마련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김 교수는 “이번 인수합병으로 SK텔레콤이 지역채널과 직접사용채널 운영권을 확보하게 되면 전국 권역의 서비스 채널과 함께 특정지역(현재 23개 권역)의 독점적인 지역채널 운영이 가능해진다”고 지적했다. 현재의 IPTV법은 IPTV 사업자의 직사채널을 금지하고 있고, 최근 국무회의를 통과한 통합방송법은 직사채널의 명칭을 공지채널로 바꾸고 보도‧논평‧광고 등을 금지하고 있다.

김 교수는 “통합방송법이 직사채널을 가이드채널(공지채널)로 전환해 전국 사업자의 유사 보도채널 운영을 금지할 방침이긴 하지만,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로 사실상 전국사업자가 지역채널과 직사채널을 우회적으로 운영하는 게 가능해진다는 문제점이 발생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향후 추가적인 이종매체 간 인수합병 등의 발생을 고려, 지역채널과 직사채널 운영에 대해선 실질적으로 지역의 여론 다양성 보장이 가능하도록 독립적인 운영과 내실화를 도모할 수 있는 정책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SK텔레콤에서 인수하는 CJ헬로비전의 경우 경영위기나 서비스 중단 상황에 직면한 게 아닌 만큼 현재 상태로 유지하는 데 문제가 없는 만큼, 정부 당국이 6개월이든 1년이든 꼼꼼히 인수합병에 따른 우려 지점 등을 따진 후 승인해도 늦지 않다”며 신중한 의사 결정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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