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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살아나는 식민지 언론인가?
  • 승인 2003.08.13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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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소속 대학생들이 미군 사격훈련장에 들어가 장갑차를 점거하고 성조기를 불태운 시위를 대하는 심경은 착잡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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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을 다시는 전쟁터로 만들지 않겠다고 반전시위를 벌인 젊은 대학생들의 충정이 화염병과 쇠파이프가 없었다고 해서 정당한 시위라고 강변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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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과 배경을 도외시한 채 정치권과 언론이 일방적으로 몰아가는 마녀사냥식 접근 또한 온당한 방향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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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시위든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서는 시위 방식이 이성적이고 평화적이어야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또, 살얼음 위를 걷고 있는 남북관계의 현실을 고려할 때, 대학생들의 이번 시위는 방법상 무모하고 비이성적이었다는 점에서 유감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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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정치권과 언론은 이번 사건을 놓고 본질보다는 학생 시위의 불법성과 과격성만 부각시킴으로써 국민의 이성적 판단을 흐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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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베이징에서 6자 회담이 준비되는 마당에 미군이 신속기동여단을 투입해 이 땅에서 실전훈련을 하는 것은 한반도의 평화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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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어렵게 마련된 북핵 회담을 수포로 돌리고 또다시 한반도에 긴장과 전쟁의 가능성을 고조시킬 위험이 짙다. 우리 언론이 이러한 본질적인 문제를 지적했다는 소식은 전해 듣지 못했다. 언론은 자신의 본분과 책임은 외면한 채 대학생들의 시위가 벌어진 뒤에 결과만을 문제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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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서글픈 것은 이번 사태로 우리 언론에서 일제 식민지 언론의 행태가 되살아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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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는 11자 사설에서 “성조기를 태우는 장면을 보면서 미군 병사들은 분노의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라며 “이미 미국 내에서 ‘이런 대접을 받으며 굳이 한국에 미군이 주둔해야 하는가’라는 회의(懷疑)가 일고 있고, 그것이 혐한(嫌韓)감정으로 확산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미국쪽 정서를 섬세하게 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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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보도 사설에서 “미군 장갑차를 점거하고 성조기를 태우는 한국 학생들을 본 미국인들이 무슨 생각을 하겠는가. 이런 상황에서 미군이 땀 흘리며 훈련하고 (한국을) 지킬 필요가 있느냐’는 일부 미국 기자들의 불만은 한미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라며 미국 기자의 심경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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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마치 60년전 그들 신문이 신민의 예를 다하여 일본 천황을 모시던 시절을 떠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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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한반도를 분노와 슬픔으로 몰아넣었던 미군장갑차 여중생 압사 사건 때 우리는 이토록 간절하게 국민 감정에 호소하던 신문 보도를 경험하지 못했다. 또, 미국이 한국인에게 사죄하며 이토록 자상한 입장을 피력했다는 얘기도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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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은 국민들이 냉정하고 이성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정확하고 공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기본적인 사명이다. 학생이든 노동자든 불법적인 시위를 했다면 그 불법성과 함께 원인과 배경까지도 보도해야 하며, 그 판단은 국민의 몫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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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 자신의 입맛에 따라 사회 현상을 재단하고 국민의 판단을 특정한 방향으로 유도할 권리는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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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한총련 대학생들의 시위는 법에 따라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으면 된다. 정치권과 언론이 미국을 의식하여 이를 철부지들이 저지른 불경죄라도 되는 양 호들갑을 떠는 모습이야말로 경거망동일 것이다. 일본 황궁을 향해 머리를 조아리던 식민지 언론의 모습은 더 이상 떠올리지 않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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