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시대, 시청자가 언제까지 볼모로 남을까
상태바
넷플릭스 시대, 시청자가 언제까지 볼모로 남을까
[기자수첩] 지상파-케이블 VOD 대가 산정 갈등, 시청자는 이미 OTT 서비스 경험 중
  • 김세옥 기자
  • 승인 2016.02.03 11: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작 보름의 불안한 휴전이었다. VOD 대가 산정 등의 문제를 놓고 갈등하고 있는 지상파와 케이블 방송사들이 2월의 시작과 동시에 저마다 각각 신규 VOD 공급 중단과 MBC 채널 광고 중단을 무기로 휘두르며 또 다시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

이런 치킨게임은 보름 전에도 있었다. VOD 대가 산정 등의 문제로 갈등하던 지상파와 케이블 방송사들은 지난해 12월 협상 결렬과 함께 테이블을 떠났고, 저마다 취할 수 있는 강공책을 선택했다. 그 결과 지상파는 새해 첫날부터 케이블에 대한 신규 VOD 공급을 끊었고, 케이블은 지상파 측의 협상을 주도한 MBC를 우선 타깃으로 설정하며 1월 15일부터 케이블에서 재송신하는 MBC 채널의 광고를 끊겠다며 맞불로 응수했다.

이미 지상파 VOD 시청에 불편을 겪는 케이블 가입자들(지상파와 독자협상을 진행 중인 씨앤앰을 제외하면 597만명)이 실시간으로 MBC를 시청할 때 프로그램 사이 광고 시간 동안 검은 화면을 봐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위기에 처하자 방송통신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가 중재에 나섰다. 대통령 업무보고 하루 전이라는 절묘한 타이밍이기도 했다.

▲ 케이블 방송사들이 지난 2011년 11월 지상파 디지털 방송 재송신을 중단하고 안내 자막을 통해 해당 사실을 가입자들에게 알리고 있는 장면. ⓒ뉴스1

서로를 향해 신규 VOD 공급 중단의, 지상파 광고 송출 중단의 당위성과 위법성을 말하던 지상파와 케이블은 저마다 한 발씩 물러나 1월 말까지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다. 그리고 지상파는 케이블에 신규 VOD 공급을 재개했으며, 케이블은 MBC 채널 광고송출 중단 계획을 철회했다.

하지만 양측의 입장 차이는 당장 좁혀지기 어려운 모양새다. 케이블은 VOD 문제와 재송신을 별개로 놓고 협상을 하자는 입장인 반면, 지상파는 그간 개별 SO(종합유선방송사업자)들이 그간 한 푼의 재송신료(CPS)도 내지 않고 있었다며 이들에 대해 VOD를 공급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1월 13일 법원은 지상파 방송 3사가 개별 SO들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개별 SO들의 지상파 저작권 침해를 인정하며 190원의 CPS를 제시했고, 개별 SO들은 손해배상금 공탁을 통해 저작권 침해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지상파는 이 판결에 대해 법원에서 지상파의 저작권을 인정했다는 점에 우선 의미를 두면서도 손해배상 금액에 대해선 항소심에서 추가로 더 다툴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결국 마지막 답은 법원에서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는 과정 속 시장의 역학관계 속 양측은 계속해서 협상과 결렬, 시한부의 합의를 반복할 것이다. 여기서 드는 궁금증은 과연 소비자인 시청자들이 양측의 이런 치킨게임을 얼마나 인내하며 기다려 줄까에 대한 부분이다. 거래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힘겨루기가 불가피하다고 하나 이는 양측의 입장일 뿐이다. 보름은 지상파 VOD를 볼 수 있고, 또 보름 뒤엔 끊기고, 언제 블랙아웃이 될지도 모르는 이런 상황들을 시청자는 이미 오랜 시간 감내했다.

▲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OTT 서비스는 매체 중심의 시장을 소비자인 시청자 중심으로 옮겨놓고 있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넷플릭스

하지만 이제 시장의 환경이 변화하고 있다. 아직 한국에서 정식으로 서비스를 시작한지 한 달도 지나지 않은 만큼 영향력을 섣부르게 예측하긴 어렵지만 세계 최대의 OTT 서비스인 넷플릭스가 상륙했다. 그리고 이에 발맞춰 그동안 존재감이 약하던 국내 OTT 사업자들도 전환을 꾀하고 있으며, 거대 통신사들이 운영하는 IPTV 역시 OTT 시대를 대비하며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OTT 서비스는 매체 중심의 시장을 소비자인 시청자 중심으로 옮겨놓고 있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서비스 가입과 이용은 물론 해지까지 최소의 정보와 몇 번의 터치만으로 이용할 수 있을 만큼 간편하다. 불필요한 약정도, 사실상 노동 행위인 광고의 강제 시청도 없다. 세계의 방송시장이 OTT 기반으로 옮겨가고 있는 이유다.

국내의 시청자들의 OTT 서비스 이용 경험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지만 벌써부터 간증 수준의 넷플리스 체험기들이 SNS에 가득하다. 방송 서비스 이용에서 주체가 되는 새로운 경험을 시작한 시청자들은 과연 지상파와 유료방송 사업자들의 갈등 속 볼모 역할을 얼마나 견딜 수 있을까. 지금의 갈등 속 지상파와 케이블은 이 지점에 대한 고민은 충분히 하고 있는 걸까.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