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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2.26 11:12
  • 수정 2016.03.02 17:53

“‘연애하는 사람’ 아닌 ‘사람이 연애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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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로맨스가 필요해’, ‘아이가 다섯’ 정현정 작가

"사랑했었다, 열매야."

그 순간, 우리는 함께 깨달았다. ‘사랑한다’는 단어의 반대말은 '미워한다'도, '싫어한다'도 아니라는 것을. ‘사랑한다’는 말의 명백한 반대말은, '사랑했었다'라는 과거형이라는 것을.

… tvN <로맨스가 필요해> 시즌2 대사 중에서

너무 현실적이어서 마음이 아픈, 그러나 이내 수긍할 수밖에 없는 '진짜 연애'다. 정현정 작가는 tvN <로맨스가 필요해> 시즌 1‧2‧3, KBS <연애의 발견>을 잇따라 내놓으며 한국 드라마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현실감 있는 연애 이야기로 주목을 받아왔다. 그런데 이번엔 ‘사랑 이야기’가 아닌 ‘사람 이야기’로 돌아왔다. ‘저녁 8시 주말드라마’, 그것도 제목이 <아이가 다섯>이다. 그동안의 발자취와는 다르다는 생각에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 정현정 작가 ⓒ한국방송작가협회

"'세월호 사건' 당시 작가로서 자괴감 느껴…‘사람 사는 이야기’가 고팠다"

정현정 작가는 ‘세월호 사건’ 당시 작가로서 자괴감이 들었다며 ‘사람 사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했다. 이번 신작 KBS <아이가 다섯>은 아내와 사별하고 두 명의 아이를 혼자 키우는 ‘싱글대디’와, 바람난 남편과 이혼한 후 아이 셋을 키우는 ‘싱글맘’이 만나 다시 하나의 가정을 이뤄가는 내용이다. 그 안에 각자의 부모님, 장인‧장모, 할머니, 형제자매 등의 사정이 얽혀있다. 이런 가족극을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정현정 작가는 이렇게 답했다.

“<연애의 발견>을 방송하기 전에 세월호 사건이 있었어요. 그때는 이미 <연애의 발견>의 편성이 확정된 상태였는데, ‘이런 시기에 멜로만 계속 써야 하나?’ 하고 작가로서 자괴감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연애의 발견>이 끝난 후 평소 존경하는 드라마하우스의 김지일 대표님을 만났는데 ‘연애하는 사람’ 이야기는 그만 쓰고 ‘사람이 연애하는’ 이야기를 쓰라고 말씀하셨어요. 그 말을 듣고 돌아온 밤에 오래전에 써놓았던 시놉시스를 꺼냈는데, 그게 <아이가 다섯>입니다. 스스로도 사람 사는 이야기가 고팠어요”

사실 정현정 작가는 1999년 MBC 베스트극장 <브라보! 엄마의 청춘>으로 데뷔한 중견 작가다. tvN <로맨스가 필요해> 이전에 MBC 일요아침드라마 <어쩌면 좋아>, KBS 일요아침드라마 <언제나 두근두근>, MBC 일일드라마 <사랑은 아무도 못 말려> 등 다수의 작품을 집필했다. 이때는 연애 이야기보다는 밝고 경쾌한 분위기의 ‘명랑 드라마’로 이름을 알렸다. 그래서 정현정 작가의 작품 이력을 보고 나면 이번 선택이 ‘새로운 시도가 아니라 다시 돌아온 거구나’하고 고개가 끄덕여진다.

▲ KBS <아이가 다섯> ⓒKBS

'싱글대디'와 '싱글맘'의 만남은 '막장'이 아니라 '현실'

일각에서는 싱글대디와 싱글맘의 만남도 하나의 ‘연애’ 이다보니 가족극이라기보다 또 다른 로맨스물이 펼쳐지지는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현정 작가는 “안재욱 씨(싱글대디 이상태 역)와 소유진 씨(싱글맘 안미정 역)의 멜로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는 있지만, 그 사랑이 재혼에 이르면서 양쪽 집안과 아이들이 함께 얽히며 가족의 의미가 확장되는 경쾌하고 발랄한 가족드라마다"라며 이번 드라마가 가족 이야기에 더 많은 초점이 맞춰져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이번 드라마를 구상하는 데에 있어 “주말연속극이 시청자의 연령대와 취향이 훨씬 다양하고 넓다 보니 등장인물의 ‘개성’보다는 ‘보편성’에 ‘트렌드’보다는 ‘전통적인 가치관’에 무게중심을 두려 애썼다”는 정현정 작가는 그럼에도 기존 드라마들이 답습하던 ‘뻔한 막장’ 대신 ‘현실감 있는’ 가족 이야기를 보여줄 예정이다.

특히 <아이가 다섯>의 남녀주인공이 '싱글대디‧싱글맘'이라는 설정은 ‘막장’이 아닌 ‘현실’이라고 꼬집으며 '돌싱의 가정'이라는 설정을 선택한 것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세 집 건너 한 집쯤은 이혼과 재혼에 얽혀 있잖아요. 그래서 현실성 있는 소재라고 생각했고, 전혀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라고 판단했어요. 가족극에서 한 번쯤은 제대로 다룰만한 소재이고, 이런 콘셉트라면 더 늦기 전에 하는 게 좋겠다고 느껴졌어요. 기본적으로 막장의 서사에는 소질이 없어서 밝고 경쾌한 드라마를 콘셉트로 주인공과 주변 캐릭터를 구축했습니다"

▲ 온스타일 <처음이라서> ⓒ온스타일

정현정 작가는 케이블과 지상파 등 플랫폼을 넘나드는 시도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특히 <아이가 다섯> 이전 작품인 온스타일 <처음이라서>는 웹드라마로 에피소드 하나를 선공개한 후 TV 방송에서 전체를 방영하는 새로운 방식을 취하기도 했다. 정현정 작가는 “종편이나 케이블, 이제는 웹드라마까지. 창작자들의 개성이 드러나는 다양한 작품들을 해볼 수 있다는 면에서 새로운 플랫폼이 늘어나는 것은 좋은 일”이라며 “새로운 시도를 해보려고 작정해본 적은 없고, 그때그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썼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상파나 케이블, 종편, 혹은 웹드라마를 구분하고 싶지도 않고, 종속되고 싶지도 않다. 다양한 플랫폼에서 다양한 작업들을 해보고 싶다”고 밝히며 앞으로도 플랫폼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이야기로 찾아오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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