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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를 찾아서

|contsmark0|매일 진행되는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보니 하루종일 하는 일이란 것이 신문 뒤적이고, 인터넷 들여다보고, 섭외전화하고, 원고 쓰는 일의 반복이다. 그러면서 문득 이런 생각을 해 본다. ‘시사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이 이전보다 편해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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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전에 프로그램을 만들던 때와 비교해보면 많은 것이 달라졌다. 인터넷이 등장한 것이 가장 큰 변화다. 인터넷을 통해서 수많은 정보를 접한다. 과거에는 신문과 잡지를 통해서 정보를 얻고 그 가운데서 방송아이템을 정하는 일이 대다수였지만 이제는 인터넷을 통해서 시시각각 전해지는 세상의 새 소식들을 검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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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 만 아니다. 큐시트에 볼펜으로 꾹 꾹 눌러 질문을 적은 원고를 팩스로 보내던 것이, 이제는 컴퓨터로 정리한 원고를 이메일로 보내면 끝이다. 잘못된 원고를 다시 정리해야 할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화급하게 펜으로 원고를 다시 정리할 수밖에 없어 손목이 아프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런데 ‘긁어서 찍어 붙이면’ 그만인 컴퓨터는 참으로 편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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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과정에 큰 변화를 준 또 한가지는 휴대전화다. 휴대전화가 없던 시절에는 섭외하고 싶은 사람이 직장이나 회사 그리고 집에 머물러 있지 않는다면 접속할 도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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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해진 프로그램 제작과 시사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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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발달로 이렇게 편리해졌는데, 과연 그만큼 프로그램 만들기도 편해졌는가? 분명 편리해진 측면이 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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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렇게 한번 물어보자. 프로그램 만들기가 편리해진 만큼 요즘의 시사프로그램들은 더 다양해지고 깊이 있는 내용으로 만들어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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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구에 cctv를 설치한다고 했다.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는 것이 구청에서 내세운 취지였다. 인터넷에서는 발빠르게 네티즌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를 실시한다. 찬성이 훨씬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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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결과는 프로그램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찬반 토론을 해도 네티즌들의 의견을 수용해서 ‘찬성우세’로 결론이 난다. ‘인권침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는 제대로 대접을 받을 수가 없다. 이런 분위기에서 작업장에 설치돼 있는 노동감시의 기재들도 덩달아 슬그머니 면죄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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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노조원들의 월급이 엄청나다고 몇 몇 신문에서 써 재끼기 시작했다. 네티즌들이 달려들기 쉬운 주제다. 인터넷 공간에는 발빠르게 이 문제를 두고 토론방이 열린다. 네티즌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방향으로 주제를 섹시하게 잡아서 배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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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토론방에서 한국노동자들의 임금이 과거에 비해서 얼마나 실질적으로 변화했는지, 자본과 노동간의 불평등구조는 얼마나 해소되고 있는가 하는, 깊이와 넓이 있는 연구가 요구되는 이런 논의는 발붙일 틈이 없다. 재미없으니 관심을 끌기 어렵다. 그래서 토론은 이쯤의 깊이에서 맴돌다 다른 토론거리를 향해 나아갈 뿐이다. 시사프로그램, 토론프로그램들이 이런 주제를 방송에서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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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과 깊이를 고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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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제가 규격화된다. 토론도 얕음을 면하지 못한다. 올바른 의제를 설정하고 그 의제의 핵심을 짚어야 할 언론의 목표는 언론학개론 속에서 공허하게 맴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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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워 펜으로 지웠다 쓰기를 반복한 흔적이 역력한 편지와 이메일로 받아보는 편지가 주는 느낌과 무게가 다른 것처럼, 편리한 디지털시대의 시사프로그램들이 깔끔하고 말끔하기는 하나 무게가 느껴지지 못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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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폭과 깊이를 고민하자. 디지털 시대에도 아날로그 시대의 정신을 잃어버리지 않아야 한다. 디지털을 구성하는 0 과 1 사이에 실은 수많은 숫자들이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될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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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에는 달과 별만 있는 것이 아니다. 달과 별을 감싸고 있는 어둠이 훨씬 더 넓고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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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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