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인트’ 논란으로 본 ‘웹툰 드라마화’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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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인트’ 논란으로 본 ‘웹툰 드라마화’의 미래
[방송 따져보기]
  • 방연주 객원기자
  • 승인 2016.03.03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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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영 전부터 큰 관심을 모았던 tvN <치즈 인 더 트랩>(이하 <치인트>)이 논란 속에 막을 내렸다. 지난해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치인트>가 드라마로 제작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웹툰 열혈 독자들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치인트>는 극이 전개될수록 비판에 휩싸였다. 당초 내세운 ‘로맨스 스릴러’라는 취지와 어긋날 뿐 아니라 ‘삼각관계’ 늪에 빠져들면서 ‘용두사미’격이 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웹툰 작가인 순끼 작가가 드라마 전개와 관련해 제작진에 공식적으로 항의하기에 이르렀고, 주연 배우도 극중 캐릭터에 대한 설득력 있는 표현이 떨어졌다며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다. 급기야 제작진은 원작자와 시청자에게 사과하기에 이르렀다.

비단 이번만이 아니라 ‘웹툰 원작 드라마화’에 따른 불협화음은 예전부터 종종 빚어졌다. <미생>, <송곳>처럼 웹툰의 명성만큼 ‘웰메이드 드라마’로 남은 선례도 있지만,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들은 대개 방영 직전까지 캐스팅 논란에 시달리거나 연출력이 도마에 오르기 일쑤였다. 일본 유명 만화 ‘노다메 칸타빌레’가 원작인 KBS <내일도 칸타빌레>의 경우 캐스팅에 대한 원작팬들의 원성이 높았다. SBS <패션왕>, OCN<닥터 프로스트>는 웹툰 연재 당시 독자들의 주목을 받았지만 막상 드라마화됐을 땐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웹툰 원작 드라마는 원작을 잘 표현하는 동시에 TV 드라마만의 연출력을 얼마만큼 발휘하는 지가 중요하게 작용했던 것이다.

▲ tvN <치즈 인 더 트랩> ⓒCJ E&M

그러나 방송사들이 캐스팅부터 원작과의 싱크로율, 연출력에 대한 부담감을 안고서라도 웹툰 원작 드라마화에 앞장서는 이유는 대중의 소구점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웹툰 원작 드라마는 항상 원작팬들의 지지를 받을 순 없지만, 웹툰의 성공을 발판 삼아 기존 독자층을 흡수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앞서 언급한 ‘치인트’의 경우에도 웹툰 연재 당시 회당 조회수가 약 100만 명을 훌쩍 넘었다. 장기 연재인 점을 감안해도 누적 조회수가 무려 11억뷰를 넘을 정도로 탄탄한 고정팬층을 확보한 콘텐츠였다. 따라서 <치인트>는 논란에 휩싸이기 전까지 이슈 선점 효과를 누린 데 이어 최고 시청률 7%를 돌파하는 등 화제를 낳았다.

최근에는 웹툰 원작 드라마화가 ‘예능 드라마’까지 영역을 넓혀가는 모양새다. KBS는 웹툰 ‘마음의 소리’를 원작으로 한 예능 드라마를 준비하고 있다. <마음의 소리>는 조석 작가가 지난 2006년부터 연재 중인 대표작으로 최근 1000회를 돌파했고, 누적 조회수는 50억 건을 기록하는 등 성공을 거둔 작품이다. KBS는 10분 분량의 예능 웹드라마로 10편을 내달 공개하고, 조만간 TV 편성 여부도 결정할 예정이다. 하루 종일 휴대폰을 쥐고 콘텐츠 소비하는 사람들이 급증하자 방송사가 대중의 관심을 사로잡은 웹툰을 원작으로 한 ‘쇼트콤’(예능 드라마)이라는 형식으로 선보이기에 이른 것이다. 한 때 <논스톱>, <세친구> 등 시트콤 열풍이 불었지만 방송사들은 저조한 시청률로 인해 시트콤 편성을 기피해왔다.

이처럼 웹툰 원작 드라마의 논란을 안고서 방송 장르에서 웹툰의 영역이 확장되는 현상은 방송사에게 기회인 동시에 위기이다. 젊은층을 겨냥한 웹툰은 참신하고 다양한 소재를 에피소드 중심으로 연재한다. 긴 호흡의 소설, 만화에 비해 웹툰은 호흡이 짧기 때문에 ‘예능 드라마’ 혹은 ‘시트콤’으로 제작하기에 제격이다. 지금까지 미니 시리즈 위주의 웹툰 원작 드라마 붐이 이어졌다면, 웹툰을 기반으로 한 예능 드라마 제작은 침체기를 겪었던 시트콤의 부활을 견인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방송사들은 웹툰 독자를 시청자로 끌어올 수 있을 거라는 안정적인 흥행에 대해 기대감을 품는 것과 달리 원작 각색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변수들을 극복해야 한다. ‘치인트’를 포함해 ‘웹툰 원작 드라마’들은 원작자와의 협의가 미진하거나 각색 과정에서 마찰을 빚는 논란으로 작품의 빛이 바래기 때문이다. 기회가 위기가 교차하는 요즘, 방송사들은 ‘웹툰 원작 드라마’를 모바일 콘텐츠 소비자를 시청자로 껴안는 장르로, 콘텐츠 영역을 확장하는 도구로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이야기 산업 규모가 약 5조원(2020년 기준, 한국콘텐츠진흥원)까지 늘어날 거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방송사의 선택과 활용에 따라 ‘웹툰 원작 드라마’의 미래도 좌지우지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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