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찰 논란 부르는 통신자료 제공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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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입법조사처 “현행 제도 유선전화 시절 체계, 개선 필요”…영장주의, 사후통지 등 대안 논의

국가정보원과 경찰이 야당 국회의원과 시민단체 활동가, 기자 등의 통신자료를 조회한 사실이 최근 연이어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국회 입법조사처가 지난 16일 발간한 ‘이슈와 논점’ 보고서에서 “통신 프라이버시 관련 제도 개선 논의에서 수사상 편의성에만 치중할 경우 실질적인 이용자 프라이버시 보호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한 통신자료 제공제도의 개선방향’을 주제로 한 이 보고서에 따르면 통신자료 제공제도는 1983년 제정된 공중전기통신사업법 제82조 2항(공사‧전신 업무 취급국‧전화업무 취급국 또는 공중통신사업의 일부를 수탁 취급하는 자는 수사상 필요에 의해 관계기관으로부터 공중통신 업무에 관한 서류 열람‧제출 서면요구가 있을 때 이에 응할 수 있다)에서 유래한다. 1991년 전기통신사업법으로 변경된 이 법은 2000년 개정을 통해 통신자료 제공 요청 주체와 절차 등에 관한 조항을 추가했고, 2010년 3월 전기통신사업법 전면 개정을 통해 해당 조문을 현재의 제83조 3항 이하에 규정했다.

보고서는 “현행 통신자료 제공제도는 사실상 유선전화 시절의 체계를 상당 부분 유지하고 있어 개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작금의 모바일 통신환경에선 사실상 기기와 이용자가 1대 1로 대응한다고 볼 수 있어 과거 통신자료 제공에 비해 기본권 제약 가능성이 더 커졌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주민번호와 아이핀 등과 같은 개인 식별정보의 범용적 활용이 입법적으로 제도화 돼 있어 단순한 이용자 인적사항에 대한 정보라 할지라도 범죄수사 등 공익의 필요성을 넘어 이용자 사생활의 상당부분을 추적하는 게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2012년 헌법재판소의 인터넷 게시판 본인 확인제 위헌 결정이 있긴 했지만, 실제 콘텐츠 접속과 이용의 관문 역할을 하는 휴대전화와 통신망 가입 시 본인 확인이 의무화 돼 있어 상황이 크게 변화했다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수사기관의 편의상 목적으로 통신자료를 제공하는 건수는 매해 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 확인 결과 통신자료 제공건수는 2011년 65만 1185건에서 2012년 82만 800건, 2013년 94만 4927건, 2014년 100만 1013건 등으로 크게 늘었다.

보고서는 “2012년 이후 주요 포털사들이 통신자료 제공요청에 응하지 않으면서 수사기관 등이 정보저장매체(서버 등)의 압수‧수색 등과 같이 통신자료 제공제도에 비해 기본권 제한 가능성이 더욱 높은 수사방식을 취하게 되는 건 아닌지, 수사편의에 치중한 불필요한 정보수집 우려가 나온다”고 꼬집었다.

서울고등법원은 2012년 수사기관의 요청에 따라 영장 없이 회원의 개인정보를 넘긴 포털 ‘네이버’의 배상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는데, 이후 정보저장매체에 대한 압수‧수색 건수가 가파르게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지난 10일 대법원은 2012년 서울고법 판결을 파기환송, 수사기관의 요청에 아무 판단도 없이 회원의 개인정보를 넘긴 네이버에 배상책임이 없다고 판결했다.

보고서는 “이처럼 통신자료 제공제도의 운용방식은 궁극적으로 통신 프라이버시와 연계된 다른 제도들과 상호 연관성을 갖는 만큼, 제도개선 논의에서 단편적인 수사상 편의성에만 치중할 경우 실질적인 이용자 프라이버시 보호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보고서는 “실질적 프라이버시 보장을 위해선 통신비밀보호법 등에 규정된 유관제도(통신제한조치, 정보저장 매체 압수‧수색,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제도 등)와의 연계 속에 개선 논의가 이뤄져야 하다”고 제언했다.

또한 “수사목적 정보수집의 불가피성을 인정하더라도 이로 인해 개인정보 자기결정권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 이뤄질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통신자료 제공요청에 대한 실효적인 사전‧사후 통제방안이 필요한 상황으로, 현재 영장주의와 사후통지 등이 대안으로 논의 중에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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