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의 가창력 ‘토너먼트’로 소비되는 음악 예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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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의 가창력 ‘토너먼트’로 소비되는 음악 예능
  • 방연주 객원기자
  • 승인 2016.04.15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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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예능’이 범람하고 있다. MBC <일밤-복면가왕>(연출 민철기, 노시용), KBS <불후의 명곡 전설을 노래하다>(연출 이태헌, 유일용, 김성), JTBC <투유 프로젝트-슈가맨>(연출 윤현준 등) 등이 방영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새로운 ‘음악 예능’들이 나오고 있다. 이는 <복면가왕>이 높은 시청률과 온라인상에서도 화제를 모으며 ‘제2의 나가수’ 열풍으로 이어지자, 방송사들이 앞 다퉈 나서고 있는 것. 이처럼 ‘음악 예능’은 ‘요리 예능’, ‘육아 예능’과 함께 삼파전이지만, 정작 가수의 음악을 즐기는 무대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요즘 지상파, 케이블 채널 가릴 것 없이 황금시간대에는 ‘음악 예능’이 전진 배치돼 있다. 그 시작은 <복면가왕>의 공이 컸다. 가수, 아이돌, 연기자, 뮤지컬 배우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 중인 연예인들이 가면을 쓰고, 오로지 노래 실력과 음색만으로 경합을 펼치는 포맷이다. <복면가왕>은 방영한 지 딱 1년째 됐지만 <아빠 어디가> 이후 주춤하던 일요 예능의 판도를 바꿨다. 특히 <복면가왕>은 전작 <애니멀즈>의 2배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는 등 화제를 모았다.

▲ SBS '판타스틱 듀오' ⓒSBS

유행은 대세가 된다. SBS <보컬전쟁 신의 목소리>·<판타스틱 듀오>(17일 방영), MBC <듀엣 가요제> 등이 편성됐다. 지난 달 30일 첫 선보인 <신의 목소리>(연출 박상)는 일반인이 가수에게 도전하는 형식이다. 시청률 4.2%(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했다. 또 지난 설 특집으로 방영됐다가 정규 편성된 <듀엣 가요제>(연출 강성아, 장승민)는 가수와 일반인이 꾸미는 콜라보레이션 무대를 선보이며 시청률 7.6%로 호응을 얻었다. 오는 17일부터 방영 예정인 SBS <판타스틱 듀오>(연출 김영욱)도 김범수, 임창정, 이선희, 변진섭 등이 출연해 일반인과 호흡을 맞춘다. 특히 <판타스틱 듀오>는 <런닝맨> 방영시간대에 편성돼 동시간대 경쟁 프로그램인 <복면가왕>과 맞붙는다.

이처럼 ‘음악 예능’의 재점화는 누구나 즐기기 쉬운 ‘음악’을 소재로 했기에 가능했다. 방송사들은 ‘음악 예능’을 아이돌 혹은 연기자의 이미지에 따른 편견을 깨는 무대로<복면가왕), 명곡의 재해석과 한 시대 풍미했던 가수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불후의 명곡>, <슈가맨>)로, 재야의 노래 실력자들이 데뷔하는 발판(<신의 목소리>, <판타스틱 듀오>)으로 삼고 있다. 그 결과 방송사들은 친숙함을 무기삼아 전 연령대의 시청자를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가수들과 진행자의 겹치기 출연이 불가피해지면서, 시청자에게 피로감을 준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MBC <듀엣가요제> ⓒMBC

무엇보다 ‘음악 예능’은 방송사가 가수들을 ‘엔터테인먼트’로 소비하는 방식을 재확인하는 자리로 보인다. 즉, ‘음악 예능’으로 가수들의 ‘설 자리’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가수의 ‘음악이’ 설 자리가 없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실제 음악 프로그램은 아이돌의 독무대가 된지 오래고, 가수의 다양한 음악을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들은 손에 꼽을 정도다. 따라서 가수들은 요즘처럼 ‘노래’와 ‘엔터테인먼트’가 결합된 ‘음악 예능’을 통해서만 시청자 혹은 대중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설사 이 기회를 얻었다 해도 가수들은 자신의 음악보다 과거에 인기를 끌었던 히트곡을 부르거나 가수의 가창력은 음악적 배경 혹은 맥락이 생략된 채 토너먼트로 소비된다.

따라서 방송사의 황금시간대에 ‘음악 예능’이 편성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더욱 더 TV에서 가수가 가수로서만 살아남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다. 장르 불문하고 ‘엔터테인먼트’의 힘이 막강해진 현실을 목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추억을 소환하거나 자신의 노래가 아닌 누군가의 명곡을 부르는 ‘음악 예능’만을 탓하기엔 TV, 라디오와 같은 기존 매스 미디어의 홍보를 통한 음악 소비력이 만만치 않다. 또한 실제 인기가수가 컴백해 차트 정상을 차지하더라도 인기를 유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물론 가수 윤종신처럼 기존 미디어가 아닌 온라인 채널을 통해 6년 째 매달 신곡을 발표하는 제3의 길도 있다지만, ‘음악 예능’에서 비롯된 ‘음악 표준화’ 파도 앞 가수들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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