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봄기운을 닮은 예능 ‘1박 2일’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교석의 티적티적]

최근 방영되는 예능 중 가장 활기찬 프로그램은 단연 <1박2일>이다. 일요예능 최고의 시청률이 이를 증명하며 게스트에 대한 반응도 뜨겁다. 사실상 너무나 익숙한 이 예능은 여행 콘셉트에 의미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구성에 변화를 주긴 하지만, 예능적 가치는 순수한 개구쟁이 소년 같은 멤버들이 함께 떠나는 여행길에서 나온다. 식사, 잠자리 등 본능에 충실한 조건들을 내기로 내걸고 어른들이 하기에는 우스꽝스러운 내기에 몸을 던진다. 그 안에서 멤버들끼리 적자생존을 모색하다 제작진과 날을 세울 땐 또 똘똘 뭉쳐 티격태격한다. 강호동 시절부터 계속되어온 이 패턴을 잘 알면서 다시 빠져든다.

이를 가능하게 만드는 매혹은 제작진부터 출연진까지 관계망을 끈끈하게 엮는 <1박2일>만의 특별한 에너지에서 비롯된다. 배우 한효주가 게스트로 참여한 방송은 제작진과 출연진이 끈끈하게 뭉친 높은 에너지레벨의 <1박 2일>팀을 만날 수 있는 기회였다. TV예능에서 보기 힘든 주연 여배우가 게스트로 나왔을 때 멤버들이 환호하는 건 조건반사적인 반응이다. 제작진과 한효주가 ‘작당’을 하고 멤버들에게 선사한 몰래카메라도 즐겁긴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반전이라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한효주와의 만남에 에너지업 되는 멤버들이나, 이 쇼를 함께 만드는 제작진들이 멤버를 속이겠다는 일념으로 보여준 단결력과 연기력은 일품이었다. 이 에너지의 차이가 익숙한 상황도 재밌고 설레게 만든다.

▲ KBS <해피선데이>'1박 2일' ⓒKBS

몰래카메라를 끝낸 한효주가 합류하자마자 실시한 첫 복불복은 ‘조기 퇴근’이었다. 평소에는 가장 반기는 종목이지만 이날은 출연료까지 넣어두라며 난색을 표했고, 이런 멤버들을 상대하는 제작진은 능청스럽게 약을 올렸다. 제작진과 출연진이 서로 기대어 지붕을 잇는 합이 웃음 포인트다. 여기서 높은 에너지는 시청자들이 상황에 몰입할 수 있도록 현실감을 높인다. <1박2일>을 둘러싼 장난기와 우정이 기묘하게 섞인 분위기는 시청자들이 기분 좋게 몰입할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입장권인 셈이다.

리얼버라이어티를 유지하는데 가장 어려운 점은 첫 번째가 매력적인 캐릭터의 창출이고, 그 다음이 이 캐릭터들이 서로 아웅다웅 지내며 만드는 전체적인 에너지 총량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일이다. 정치는 생물이라고 하듯 예능도 생물이라 그렇다. 에너지가 떨어져 있는 리얼버라이어티는 현실감이 와 닿지 않게 되고, 그 세계에 시청자들을 초대하지 못한다. 그럼 ‘유치하다’는 한마디와 함께 외면받기 십상이다. 친구와 이웃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도록, 넓게는 한 가족인듯한 정서를 시청자들과 나눠야 한다.

현재 <1박2일>은 제작진과 출연진의 유대와 균형을 토대로 최고 출력의 에너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에 시청자들이 느끼는 호감도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새로워서가 아니라 시청자들을 끌어당기는 에너지가 커서 그렇다. 제작진의 브랜드가 커질 수 있도록 멤버들이 잘 받쳐주고, 제작진은 매우 사랑스런 눈길로 멤버들을 바라본다. 최근 복불복게임을 근간으로 한 올드스쿨한 예능이 다시 각광받는 건 이 때문이다.

다른 예능에서 잘 느껴지지 않는 에너지, 함께 뭉치면 재밌는 일이 벌어질 것 같은 기대감, 그리고 가식이 아니라 정말 함께 이야기하고 게임을 하는 게 즐거워 보이는 상쾌한 기운이 요즘 <1박2일>의 여행길에서 감돈다. 새롭고, 독특한 기획이 없더라도,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구성은 아니더라도, 멤버들이 최고레벨의 에너지를 유지하고 몰입할 수 있는 울타리를 만들고 관리하는 역할을 제작진은 매끄럽게 해냈다. 눈에 보이는 특별한 변화 없이 좋은 분위기를 이토록 오래 꾸준히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은 전적으로 제작진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결과다.

<1박2일>은 한때 겪었던 정체를 떨쳐내고 오늘날 가장 뜨거운 예능으로 다시 한 번 치고 올라가는 중이다. 제작진과 멤버간의 신뢰가 쌓여 만들어진 에너지가 어떤 힘을 낼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기복이 있든 없든 꾸준히 일정 수준 이상의 에너지를 유지하고 시간을 켜켜이 쌓은 덕에 가장 오래된 방식의 리얼버라이어티쇼는 더 높은 상승 기류를 탈 기회를 잡았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