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는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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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는 인생이다!
[김욱한PD의 촌방촌설 村放寸說] KBS부산총국 ‘뮤직토크쇼 가요1번지’
  • 김욱한 포항MBC PD
  • 승인 2016.04.20 17:0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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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이여 그 강을 건너지 마오”로 시작하는 고조선 시대의 가요로 알려진 ‘공무도하가’에서부터 우리 민족의 절창이 시작되었을 것이다. 그 정서와 맥은 고구려를 거쳐 신랑의 향가와 고려가요로 이어지고 근대 이후에는 서양 음악의 외피를 수용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가요’라는 말이 사라져가고 있다. 가요는 ‘뮤직’이라는 영어 단어에 그 자리를 내주고 한물간 표현의 단어로 인식되고 있는 실정이다. 댄스뮤직, 힙합뮤직, 인디뮤직, K팝 등의 이름으로 대중가요의 시장은 재편되었고, 가요는 ‘성인가요’라는 단어 속에서 겨우 명맥을 유지하는 시대인 것이다.

그러나 사라져 가는 가요를 다시 전면에 불러내고 민족의 정서를 이어가는 프로그램이 여기 있다. KBS부산총국이 제작하는 <뮤직토크쇼 가요1번지>가 바로 그것이다. 중앙 방송에서는 잊힌 장르가 되어버린 트로트에서부터 포크와 록까지 아우르며 시대의 고비를 서민들과 함께 넘어왔던 주옥같은 노래와 사연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 KBS부산 <뮤직토크쇼 가요1번지>는 타이틀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노래와 이야기가 절묘하게 배합을 이루는 프로그램이다. ⓒKBS

2015년 2월 첫 방송을 시작으로 1년을 넘게 제작해온 <뮤직토크쇼 가요1번지>는 타이틀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노래와 이야기가 절묘하게 배합을 이루는 프로그램이다. 매회 새로운 주제를 설정하고 초대 가수와 함께 그 날의 주제를 함께 이야기하고 또 노래를 라이브로 부르는 형식이다. 뮤직토크쇼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지만 이 프로그램의 깊은 맛은 노래와 이야기를 넘어선 주제의식에서 발견된다. 가요에 대한 이야기에 머무르지 않고 우리 근현대사의 인문학적인 시대 고찰까지 나아간다는 점이 <가요1번지>가 가지는 미덕일 것이다. 이런 면에서 부산이라는 도시는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살릴 수 있는 가장 적합한 고장이다. 근현대사의 격랑이 관통했던 도시이자 한국가요의 출발지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지역의 정서와 부합하는 좋은 기획이 좋은 프로그램으로 태어난 셈이다. 최형준 PD가 직접 이야기하는 기획의도를 들어보면 이해가 더 쉬우리라.
“부산은 지리적으로나 역사적으로나 한국 가요의 출발점이었고 가요의 본고장이었습니다. 좋든 싫든 일본의 영향으로 ‘엔카’(일본의 전통가요)가 한국의 가요에 영향을 미치면서 부산이 그 전초기지였고,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지친 국민들에게 용기가 되어주고 애환을 달래주는 노래가 당시 임시 수도였던 부산에서 탄생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노래를 이야기 해보고자 했습니다. 노래 본연의 이야기 뿐 아니라 노래를 통한 우리 근현대사의 인문학적인 읽기를 해보고자 했지요. 노래를 이야기하다 보면 우리 서민들의 인생이 보이지는 않을까요?”

<뮤직토크쇼 가요1번지>를 채우는 대부분의 노래는 이른바 트로트 가요이다. 해방 전후를 시작으로 민족의 정서를 대변하는 최고의 인기 장르로 자리 잡은 트로트는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그 힘을 잃기 시작해서 이제는 명맥만 유지하는 마이너 장르로 전락했다. 그리고 급기야는 성인가요라는 정체불명의 이름까지 붙여졌는데, 이런 네이밍은 ‘성인◯◯’식의 퇴폐적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역효과까지 일으키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나 <뮤직토크쇼 가요1번지>는 오히려 당당히 트로트 가요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복원하는 용기 있는 시도를 보여준다. 이런 시도는 중앙의 방송이 버려두었던 블루오션을 선점하는 효과와 아울러, 지역의 정서를 대변하는 올바른 지역방송의 역할을 제시하는 성공을 거두기도 한다. 최형준 PD의 이야기 속에 그 답이 있다.
“트로트 장르를 골랐다고 하기 보다는 그 시대를 파악할 수 있는 바로미터를 고른 겁니다. 가장 짧은 시간에 변화무쌍했던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를 가장 잘 파악할 수 있는 노래의 장르가 이 트로트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엔카와 트로트 편> 이나 <가사가 들린다, 성인가요 편>을 보면 트로트는 엔카의 아류도 아니고, 유치하고 단순한 뽕짝도 아니란 걸 알 수 있습니다. 세대를 지나면서도 사랑을 받을 수밖에 없는 장르는 트로트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가요1번지’에서 트로트만 다루는 것은 아닙니다. 인생을 읽어낼 수 있는 것이라면 다른 장르를 다룬 적도 많습니다. 어린이날 특집으로 <동요 편>을 선보인 적도 있고, <한국의 록>이나 <포크송>을 다루기도 했지요”

‘트로트의 재발견’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고 싶은 <뮤직토크쇼 가요1번지>는 한국의 근현대사뿐만 아니라 한국 가요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포크와 록을 거쳐 힙합에 이르기까지 한국 가요역사에서 서양의 음악을 도입한 이들은 뮤지션이라는 찬사를 받게 되고, 민족의 정서를 담은 트로트를 잇는 이들은 ‘딴따라’라는 경멸과 조롱을 뒤집어 써야하는 세간의 평가를 다시 바로 잡을 수 있는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 <뮤직토크쇼 가요1번지>는 오히려 당당히 트로트 가요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복원하는 용기 있는 시도를 보여준다. ⓒKBS

지금의 <뮤직토크쇼 가요1번지>가 있기까지는 제작진의 반짝이는 기획과 피땀 어린 노력이 거름이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노력의 성과 위에 든든한 토대를 세운 이들이 있다. 메인 MC를 맡고 있는 조항조와 한서경이다. 중견 가수이자 트로트계의 버팀목이기도한 조항조는 수줍은 듯 진지한 진행으로 자칫 가벼워질 수 있는 프로그램에 차분함과 진솔함을 공급하고 있고, 한서경은 주부 경력을 무기로 여자의 입장을 똑 부러지게 정리하는 안방마님의 역할을 톡톡 튀는 진행으로 이끌고 있다. 여기에 더해 보조진행자들과 전문 게스트들이 <뮤직토크쇼 가요1번지>를 더욱더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이들에 대한 소개는 최형준 PD의 자랑으로 대체하는 것이 나을 듯하다.
“스스로 부산경남 최고의 MC라고 자부하는 주선태씨는 방송 MC가 주업이지만 가요공부를 하고 있으며 전문가 못지않은 지식을 갖추고 있고 관련 책까지 낸 적이 있는 다재다능한 분이세요. 아울러 ‘가요1번지’의 최고 큰 성과 중 하나는 노래강사 임성환씨의 발굴이었습니다. ‘노래교실계 대통령’이라는 별명을 붙여주니 상당히 부담스러워하기도 하셨는데 지금 그 별명에 절대 꿀릴(?) 것 없는 역할을 해 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전문가 집단이 있습니다. 주로 초기 가요사(일제시대~50년대)에는 영남대 국문과 교수를 역임하셨던 이동순 교수님을 주로 모시고 전문지식을 듣습니다. ‘가요계의 바이블’이라고 명명한 박성서 선생님도 계십니다. 주로 60년대~80년대, 소위 말하는 가요계 르네상스 시절 아이템을 할 때 큰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임진모 선생님이 계십니다. 록, 포크 등의 다른 장르를 하거나 80년대 이후 가요사 등을 이야기할 때 주로 모십니다.”

한동안 침체되었던 음악 프로그램들이 요즘 다시 각광받고 있다. 예능적 장치를 장착하고 등장한 ‘복면가왕’부터 ‘듀엣가요제’ ‘신의 목소리’ ‘판타스틱 듀오’ 등이 그 주인공들이다. 노래만 백화점식으로 나열하는 포맷으로는 더 이상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잡아둘 수 없는 현실에서 나온 대안일진데, 이런 흐름의 연장선에서 <뮤직토크쇼 가요1번지>의 기획도 눈여겨볼 만하다. 지역에서 처음 시도되는 예능형 가요프로그램의 실험으로 그 가치를 매겨볼 수 있는 것이다. 중앙 방송사들이 외면했던 트로트 가요를 소개하는 정통 공개방송을 <MBC 가요베스트>와 <가요 탑 텐>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방송이 정착시킨 것처럼, <뮤직토크쇼 가요1번지>는 새로운 예능가요 프로그램의 흐름을 지역에서 당당히 주도할 것이다. 이런 포맷을 정착시키기까지 최형준 PD가 고민해왔던 생각의 한 단면을 소개한다.
“초반에는 공개방송을 하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노래 한 곡을 듣더라도 그 역사를 알고 듣는 것과 모르고 듣는 것은 확연히 차이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음악방송이 아니라 인문학적 교양프로그램입니다. 또 노래를 통해 우리의 인생이야기를 알 수 있다고 생각했고요. 즉 ‘굳세어라 금순아’라는 노래는 피난민들이 국제시장까지 내려올 수밖에 없었던 애환을 엿보기 위해서 주제로 선정했습니다. ‘마도로스 부기’는 전쟁 후 잘 살아보기 위해 외항선을 타야했던 마도로스들의 표정과 그 시대 분위기를 읽기 위해 들으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자연히 노래만하는 가요 프로그램은 아닐 수밖에 없었죠.”

▲ KBS부산 <뮤직토크쇼 가요1번지> ⓒKBS

KBS부산의 간판 프로그램이자 부산을 대표하는 프로그램으로 나아가고 있는 <뮤직토크쇼 가요1번지>는 최고 시청률 15%를 기록하기도 했고 평균 시청률도 10%대를 유지하고 있다. 높고 빛나는 성취이다. 당연히 그에 따른 반향도 클 수밖에 없다. 그 한 예가 홈페이지의 시청자 게시판이다. 트로트가요를 사랑하는 어르신들의 뜨거운 반응이 가득하다. 그 속에는 따뜻한 격려도 있지만 따끔한 질책도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칭찬이든 질책이든 관심의 표현이리라. 게시판에 사과의 글을 올리면서도 행복하다는 담당PD의 고백은 <뮤직토크쇼 가요1번지>가 지역민에게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고마움의 다른 표현일 것이다.

<뮤직토크쇼 가요1번지>는 이제 막 걸음마를 떼고 프로그램의 틀을 갖추기 위해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다. ‘노래 찾아 인생 찾아’등의 코너가 폐지되고 ‘조항조의 명곡 재탄생’ 코너가 자리를 잡고 스튜디오를 풍성하게 이끌고 있는 것은 제작진의 고민과 시도가 멈추지 않는다는 증거일 것이다. 그러면 이 프로그램이 꾸는 꿈은 무엇일까. 최형준PD의 이야기처럼 우리 민족이 애창하는 가요 속에 녹아든 인문사회적 현상을 읽어내고 또 그 애환을 오늘의 시각으로 다시 조망하는 것일 게다. 그리고 그 창대한 끝은 어디에 닿을 지 아무도 모른다. 즐겁게 시청자와 소통하고 지역과 흥을 나누며 노래와 이야기를 이어가는 <뮤직토크쇼 가요1번지>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그래서 오늘도 그들은 이렇게 외치며 흥겨운 프로그램을 마무리한다.

“노래는 인생이다! 여기는 가요 1번지!”

*필자는 포항MBC 편성제작센터장을 역임하고 있다. 술과 썸타면서 방송과 연애하고 있고 책과 밀당 중이다. '변방에서 낮게 나는 부엉이'라는 황당한 닉네임을 스스로 즐겨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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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애 2019-01-03 16:00:07
노래교실 예매 사태로 우울증이 더욱더 깊어졌읍니다 빨리 좋은 개선책을 마련해 주세요 낭 들어가는것도 서러운데 눈도 침&#52847;하고 ,,,,,살맛이 안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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