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국제영화제 ‘7년, 그들이 없는 언론’ 관객과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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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혁 감독의 <7년-그들이 없는 언론> 상영후 '관객과의 대화'가 진행되고 있다. ⓒ전주국제영화제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전 EBS PD 김진혁 감독의 <7년, 그들이 없는 언론>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GV)'가 이어졌다. 이 자리에는 김진혁 감독을 비롯해 조승호 YTN 해직기자, 최승호 MBC 해직PD, 박성제 MBC 해직기자, 노종면 YTN 해직기자, 현덕수 YTN 해직기자, 정유신 YTN 기자(해직 후 복직), 권성민 MBC 해직PD 등이 참석해 함께 대화를 나눴다.

다음은 ‘관객과의 대화’ 일문일답.

사회 김진혁 감독님 인사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진혁 감독 영화의 상당부분이 제가 직접 촬영한 내용이 아니라 여기 계신 분들, 또 이분들이 계셨던 방송국의 언론인들이 찍었던 영상입니다. 그런 점에서 여기 계신 해직 언론인 한분, 한분이 진정한 영화의 연출자이십니다.

사회 편집하면서 가장 중점에 둔 기준이 있었나요?

김진혁 감독 최대한 제가 연출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영상에서 나오는 느낌을 가감 없이 전달하고, 또 그걸 앞뒤로 연결했을 때 왜곡되거나 과장되지 않게, 분위기가 너무 다운되지 않게 하는 것에 신경 썼습니다.

사회 영화에서 객관성을 유지하려는 게 보였습니다. 이제 관객들의 질문을 받아보겠습니다.

관객1 진정한 표현의 자유를 위해 무엇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노종면 (YTN 해직기자) 영화 끝 부분에 나왔던 ‘정치 환경이 바뀌어서 주어지는 자유는 진정한 자유가 아니다’라는 최승호 선배의 말에 공감합니다. 하지만 현실이 언론인만 싸워서 될 일이 아니라는 걸 지난 8년 동안 경험했습니다. 사회가 같이 변해야만 언론의 자유, 또 다른 중요한 자유들을 획득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김진혁 감독의 <7년-그들이 없는 언론> 상영후 GV에서 참석자들이 대답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권성민, 정유신, 현덕수, 노종면, 박성제, 최승호, 조승호, 김진혁 ⓒPD저널

관객2 종편 출범 저지를 했었는데, 막상 현재는 지상파 3사 모든 뉴스가 공정성에서 멀리 벗어나 있고, JTBC <뉴스룸>이 그나마 가장 객관적인 보도를 하고 있다고 많은 분들이 믿고 있죠. 정말 JTBC가 객관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김진혁 감독 제 생각에는 가장 공정한 언론이 현재로서는 뉴스타파라고 생각을 합니다. (관중 웃음) 그래서 최승호 뉴스타파 PD님께 이 질문을...

최승호 (MBC 해직PD) JTBC를 평가해달라는 거에요? (관중웃음) 종편이 출범할 때 분명히 그런 문제가 있었고, 실제로 출범 이후에 많은 문제점들이 드러났죠. 그럼에도 JTBC는 상업방송의 기조 속에서 중도적인, 진보적인 입장을 취한 겁니다. 공영방송이 완전히 무너졌기 때문에 그 빈 공간을 치고 들어가는 전략을 충분히 구사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봅니다. 그 속에는 물론 JTBC 안에 있는 여러 언론인들의 올바른 방향설정이 있었겠죠. 이런 걸 부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상업방송은 그나마 자기네 채널을 망치지는 않잖아요. 광고가 들어와야 하니까, 시청자들이 봐야 그 채널이 살 거 아니에요? KBS, MBC 경영진들의 행태는 상업방송보다 못한 행태입니다. 자기네들이 살기 위해 자기네가 커온 매체 자체가 죽어도 상관없다는 식의 경영을 하고 있는 거니까요.

관객3 이런 영화인지 모르고 들어왔는데, YTN, MBC 언론들이 이런다는 게 너무 기가 막혔습니다. 그런데 언제 정도에 복직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계시는지, 언론은 살아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권성민 (MBC 해직PD) 여기선 제가 제일 빨리 복직할 것 같습니다. 제 사례는 MBC를 비롯한 한국 언론 상황이 지금 어디까지 왔는지를 보여주는 리트머스 시험지 같은 사례였던 것 같아요. 파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셨던 다른 선배들과는 별개로, 저는 혼자 제 페이스북에 만화를 그렸는데, ‘인사발령을 유배라고 표현했다? 너 해고’ 이 정도까지 갈 수 있구나 하는 걸 보여준 거죠. 법원에서도 ‘이건 뭐 더 이상 볼 사례도 아닌 거 같다’ 이렇게 보고 계시는 것 같아요. MBC 선배들 상황은, 결국 정치권이 어떻게 바뀌느냐에 따라 결과가 나타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공영방송은 사장선임을 정치권에서 하니까. 근데 이게 정말 외부적인 힘이냐, 그저 외부적인 힘이냐 물으신다면 그건 아닌 것 같아요. 왜냐면 대선은 투표로 결정이 되는 거고. 그 투표에 표를 던지는 시민들이 있는 거니까요. 방송 바깥으로 나오신 해직 선배님들이 곳곳에서, ‘내가 기자증을 뺏겼고, 취재권을 뺏겼기 때문에 끝이다’ 하는 게 아니라, 계속 언론의 역할을 하고 계시잖아요. 기성통로가 막혔음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채널로 지금 현실이 어떤지를 계속 사람들에게 알려주셨기 때문에, 그게 이번 투표로도 나타났다고 봅니다. 그래서 그만큼, 그런 분들이 계시는 만큼 희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노종면 (YTN 해직기자) 이렇게 훌륭한 분을 왜 잘랐대요?

최승호 (MBC 해직PD) 훌륭하니까 잘린 거죠. (웃음)

▲ 김진혁 감독의 <7년-그들이 없는 언론> 상영후 진행된 '관객과의 대화'에서 김진혁 감독이 대답을 하고 있다. ⓒPD저널

관객4 학교 리더십 워크샵 때, 언론사마다 장기적으로 밀고 있는 아젠다가 있으면 기자 차원에서 그걸 저항하기가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언론자유를 위해 꼭 개혁해야 하는 것이 있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박성제 (MBC 해직기자) 세월호 참사 때 어마어마한 실수와 오보와 왜곡, 정부 받아쓰기가 벌어지지 않았습니까? 이건 정치적인 공정성의 문제와는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또 연결돼있는 문제이기도 해요.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권력자의 눈치를 보지 않고 보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곳에서 훈련받은 기자들은 절대 정부가 던져준 걸 그대로 쓰지 않습니다. 그런 것들이 지난 몇 년간 무너져버린 것 같아요. 청와대가 자기 입맛에 맞는 사람을 내려 보내는 구조가 중요한 원인을 차지한다고 봅니다. 이 구조를 법적으로 개혁하는 게 가장 시급하죠. 그것이야말로 많은 국민들이 함께 도와주셔야 합니다. 물론 내부 언론인들이 싸울 때, 시민들도 도와주고 하시겠죠.

조승호 (YTN 해직기자) 그래도 어떤 희망을 말씀드리자면, 흔히 말하는 보수언론 조중동은 안에서 노동조합이 회사와 싸우는 경우가 딱 한 번밖에 없습니다. 임금협상 때. 그런데 KBS, MBC, YTN은 보도의 공정성을 두고 안에서 기자들이 회사에 문제제기를 하고 싸우고 있습니다. 시청자분들이 KBS, MBC, YTN은 열심히 욕하시되, 그 안에서 싸우는 기자들은 응원해주셨으면 하는 게 바람입니다.

관객5 고등학교 때부터 언론인을 꿈꿨는데 2014년 세월호 사건을 겪으면서, 방송국 회사원으로서의 언론인과 제 자신이 다를 수 없을 것 같아서 꿈을 잠시 접었었습니다. 여기 계신 분들은 신념을 가졌던 분들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싸울 수 있었던 원동력을 알고 싶습니다.

조승호 (YTN 해직기자) 오로지 한 생각밖에 안 했습니다. 나중에 우리 애들이 학교에 가서, 선생님이 ‘너희 아버지 뭐하시노’라고 물었을 때 'YTN 기자인데요' 하는데 ‘거기 어용방송 아니냐?’고 해서 우리 애들이 쪽팔리면 안 되겠다.

최승호 (MBC 해직PD) 개인들이 대단한 신념과 자기 확신으로 어떤 걸 성취해낸다는 그런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노동조합입니다. 옆에 있는 다른 언론인, 동료들과 손을 잡고 같이 나간다는 것. 오늘 영화도 노동조합의 투쟁 기록입니다.

박성제 (MBC 해직기자) 노조도 중요하지만 좋은 선배들도 중요합니다. 저는 최승호 선배한테 많이 배웠습니다. (관중웃음) 이런 분들이 많은 곳에서 기자 수업을 받았기 때문에 저는 당연히 그렇게 가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너무 안일한 생각이었다는 걸 지난 몇 년 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그걸 되돌리려는 노력이 더욱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노종면 (YTN 해직기자) 좋은 선배 YTN에도 많습니다. (웃음)

최승호 (MBC 해직PD) 지금은 뉴스타파죠. (웃음)

노종면 (YTN 해직기자) 신념이라고 부르는 것들이 좀 추상적일 뿐만 아니라, 그건 저희를 지탱하는 것이 아니라고 봅니다. 지난 7년 넘는 시간 동안 가장 크게 배운 건, 내가 기자도, 앵커도 아니고 언론 노동자다. 혼자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걸 아주 뼈저리게 느낍니다. 언론인을 꿈꾸는 분들이 기자, PD, 앵커, 아나운서 말고, 그런 일을 하는 언론 노동자를 꿈꿨으면 좋겠습니다. 보도를 견제하는 시스템들이 노조에서 다 비롯됐는데 그게 깨지는 과정이 지난 8년이었습니다. 아예 없애거나, 있어도 유명무실하게 만드는. 이걸 지키는 방법은 ‘내가 기잔데 우리가 하는 일을 방해해?’ 이런 것보다, 내가 언론 노동자로서 행사해야 할 노동자의 권리를 권력이, 회사가 침범하는구나. 그걸 나 혼자가 아니라 동료와 함께, 조직과 함께 막아내야 한다. 그런 생각을 하시면 결과적으로 좋은 기자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 김진혁 감독의 <7년-그들이 없는 언론> 상영후 진행된 '관객과의 대화'에서 권성민 PD가 대답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권성민, 정유신, 현덕수 ⓒPD저널

현덕수 (YTN 해직기자) 우리가 어떤 장에 있든지 간에, 사람답게 행동한다는 것이 매순간 판단으로 다가오죠, 결정을 해야 하는 시기가 있어요. 그때 인간답게 살려고 판단해왔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감수하는 게 크게 고통스럽지 않았고, 앞으로도 얼마가 될지 모르겠지만 더 견뎌낼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습니다.

정유신 (YTN 기자) 영화는 현재진행형입니다. 저는 법원판결을 통해, 완전한 복직은 아니지만 안에 몸은 들어가 있습니다. 그런데 복직하자마자 다시 징계가 있었고, 그것도 1심에서 100% 승리를 했는데도 항소해서 다시 재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MBC도 그렇고 이런 과정이 안에서 계속 반복되는 실정입니다. 소외되고 잘못 보도되는 부분들에 대해 많은 관심을 기울여 주시고, 최소한 내가 들어가서 ‘기레기’라는 소리는 듣지 않겠다는 각오를 가지시면 좋겠습니다.

권성민 (MBC 해직PD) 사실 영화에는 안 나왔는데, 저는 MBC 예능피디입니다. ‘무릎팍도사’ 했고, ‘쇼음악중심’ 이런 거 했습니다. 언론 신념, 원칙 이런 걸 예능국에 있으면서 고민할 일이 많지는 않거든요. 원대한 이상이나 이것만은 꼭 지켜야겠다는 강한 신념은 오히려 어떨 때는 위험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와 이건 진짜 아닌 거 같은데’하는 순간에 숨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책임감을 1/n로 가져버리면 숨을 수 있는 곳이 많아요. 그렇지만 내 몫의 책임에 대해 회피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가지면 됩니다. 그리고 이미 질문 속에서 본인이 답을 알고 있네요. 회사원으로서 한 사람이 아니라, 언론인으로서 이 일을 하겠다 생각하신다면, 굳이 미룰 필요 없어요. 대학생으로 볼 수 있는 문제가 있고 이슈가 있으니, 지금도 충분히 언론인의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MBC와 YTN은 국가의 재산, 전파를 가지고 방송을 전하는 거잖아요. 그건 플랫폼의 힘에 의지한 거지만 최승호 선배가 하시는 뉴스타파, 노종면 선배가 하시는 일파만파 이런 건 시민들이 공유하고, 전달하고, ‘좋아요’ 누르는 걸로 플랫폼이 되고 그게 곧 전파가 됩니다. SNS 활동하시면서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는 게 있으면 퍼트려주시는 역할도 해주세요. 그 삶을 살면서 내 몫의 책임을 지고, 숨지 않고 살면 특별한 신념이나 이상이 없어도 어디론가 가 계실 거라고 생각해요.

사회 마지막으로 한 말씀 해주세요.

김진혁 감독 ‘그들이 없는 언론’이라고 제목을 지은 이유는 ‘없는’을 ‘있는’ 으로 바꾸고 싶어서입니다. 이분들이 언론으로 돌아가시면 어떨지 한번 상상해보세요. 가슴이 뛰지 않으십니까.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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