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타임이 시급한 ‘언니들의 슬램덩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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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타임이 시급한 ‘언니들의 슬램덩크 ’
[김교석의 티적티적]
  •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
  • 승인 2016.05.06 09: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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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들의 슬램덩크>를 주목한 이유는 그동안 명맥이 끊겼던 여성 예능이 부활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방송 예능사상 김미화, 이영자 정도를 제외하면 여성 코미디의 성공 사례 자체가 극히 드물었고, 당연히 주류였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작년부터 새로운 기운이 감돌았다. 유리천장이 퓨리 국장의 방탄유리보다 두꺼워지는 세태에 많은 사람들이 아쉬움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때마침 김숙, 이국주, 박나래 등 여성 예능인의 활동이 활발해졌고, 미국에서 불어온 여성 코미디 열풍은 응원이 되었다. 바로 이때 첫 발을 내딛은 여성 예능이 바로 <언니들의 슬램덩크>다. 그런데 많은 기대 속에 시작했지만 휘슬이 울리자마자 심각한 문제가 드러났다. 준비한 전략으로는 슬램덩크는 고사하고 림 근처도 못 가고 있는 실정이다.

▲ KBS <언니들의 슬램덩크> ⓒKBS

첫 번째 문제는 캐스팅이다. 그동안 여성 예능이 어려움을 겪은 구조적인 이유는 진행하는 MC와 쇼에 에너지를 불러일으킬 캐릭터라는 대형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는 여성 예능 캐릭터의 단조로움과 연결된다. 출연자들을 통솔하고 아우를 수 있는 중심을 잡아주는 MC가 여성 예능에는 부족하다. 더 심각한 문제는 모든 캐릭터가 예쁜데 털털하거나, 기가 세거나, 망가지는 역할 중 하나라는 점이다. 일종의 여성성에 대한 잣대 때문인지 반목을 꺼리면서 다양한 캐릭터가 엮일 틈이 없다. 기존 예능에 필수요소인 갈등과 대립이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캐릭터쇼의 가능성은 줄어들고, 결국 생얼 공개 등 털털함을 선보이다 우정을 눈물로 확인한 후 사라졌다.

<언니들의 슬램덩크>도 이런 한계를 안고 시작한다. 제작진은 출연진 구성을 어떤 연결고리나 콘셉트 대신 홍진경부터 티파니까지 예능 각지에서 활약하던 선수들을 올스타를 선발하듯 불러 모았다. 기존 팀워크는 물론 나이 외에 대형을 갖출 기준이 없다. 그런데 모이자마자 꿈을 향한 달리기가 시작된다. 서로 서먹서먹한 상황에서 합심해서 꿈을 이루도록 도와주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없다. 이 쇼도 마찬가지로 친해지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 그러다보니 스토리는 뻔히 보이고, 긴장감은 점점 줄어든다. 소소한 꿈을 이루는 착하기만 한 예능 이외의 가능성이 보이질 않는다.

두 번째 문제는 꿈과 여성 예능과의 연결고리다. 이 쇼는 리얼 인생스토리가 담긴 여자들의 꿈에 대한 도전기라고 명명했다. 여성 예능만의 차별화를 ‘꿈’으로 풀어낸 것이다. 그러면서 특이하게도 20~40대 남성들을 추억소환 단어인 ‘슬램덩크’를 붙였다. 균열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제목과 여성 예능이 딱 붙지 않는 것처럼 모처럼 돌아온 여성 예능과 꿈이 왜 연결되는지 쉽게 이해가 가질 않는다. 여성 예능이 여성들이 출연한 것 이외에 특성을 아무것도 갖지 못한 것이다. 게다가 꿈을 갖고 들어오면서 ‘여성 예능 = 착한예능 = 재미보다 감동’의 도식으로 이어 붙였다.

문제는 이마저도 <남자의 자격>의 마이너 버전이다. 이들은 4회 만에 제작진까지 포함해 눈물을 흘리고 부둥켜안았다. 출연자들의 진정성과 우정을 확인했다. 그런데 그들이 감동을 쏘아올린 가평의 번지점프대는 놀러가서 돈을 내고 하는 레저다. 진정성과 간절함의 표현과 새로운 예능의 출사표라는 두 가지 차원에서 이보다 더 진부한 소재를 찾기도 힘들다. 멤버들은 번지점프 앞에 하나가 됐지만 꿈과 여성 예능을 결합한 매듭은 풀어졌다. 결국 출연자들 모두 좋은 사람이었다는 것을 확인하는 또 한 번의 친목도모로 흘러가고 있다.

▲ KBS <언니들의 슬램덩크> ⓒKBS

<언니들의 슬램덩크>는 여성 예능 부활과 프로그램의 콘셉트가 제대로 결합하지 못하면서 초반부터 매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의미가 실종되면서 치고 올라가야 할 속도는 더욱 떨어지고 있다. 남은 게임 시간을 고려했을 때 재빨리 다음 플랜으로 전환해야 반전의 실마리를 마련할 수 있다. 급한 마음에 MT, 번지점프, 퀴즈 풀이 등 기획의도와 큰 상관없는 진부한 예능 작법을 동원하는 미봉책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전술이다. 지금의 어려움이 여성예능의 어려움으로 단정할 수 없다. 본질적으로는 출연자만 여성일 뿐 여성의 예능을 안 해서 어려운거다. 여성이 출연한다고 착한 예능을 떠올리는 진부함으로는 새로운 흐름을 창출할 수 없다. 따라서 지금 게임의 흐름은 시간을 주고 기다려줄 때가 아니라 빠른 작전타임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대로 가다간 가뜩이나 힘들게 돌아온 여성 예능이, 다음에 돌아올 때는 더욱 더 험난한 길에 놓이게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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