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프로그램은 왜 추락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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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프로그램은 왜 추락했나
[방송 따져보기]
  • 방연주 객원기자
  • 승인 2016.05.09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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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방송사에서 ‘애국가보다 못한’ 시청률을 기록하는 프로그램은? 바로 음악 프로그램이다. 각 프로그램의 최종 방영일 기준으로 보면, KBS 2TV <뮤직뱅크> 1% SBS <인기가요> 1.8% MBC <쇼! 음악중심> 2.3%을 기록했다. 케이블 채널 Mnet <엠카운트다운>은 0.3%(닐슨 코리아 집계 기준)에 그쳤다. 방송계에서 시청률 5%만 되어도 ‘폐지론’이 불거지는 가운데 음악 프로그램들은 저조한 시청률에도 장수 프로그램으로 존속하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의 음악 프로그램은 시청률로만 존폐를 논하기엔 복잡한 이해관계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음악 프로그램의 인기는 왜 이렇게 추락했을까. 음악 프로그램 편성 시간대의 한계를 들 수 있다. <뮤직뱅크>, <인기가요>, <쇼! 음악중심> 등은 평일이나 주말 이른 오후(3시대)에 편성돼 있다. 황금 시간대가 아닌 외곽 편성에서 시청자의 이목을 끌기란 쉽지 않다. 또한 ‘제로 TV 시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본방 사수’가 무색해진 방송 환경 탓도 있다. 음악 프로그램의 주요 타깃인 젊은 시청자들은 TV보다 모바일을 통해 콘텐츠를 소비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 SBS <인기가요> ⓒSBS

음악 프로그램은 그 자체로서도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신인, 기성 가수들의 음반을 출시했을 때, 음원 사이트에서 미리 공개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는 대중이 지상파 프로그램으로 음악을 접하는 게 아니라, 음원 사이트, 동영상 채널 등을 통해 음악을 접하는 게 일상화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출연 가수로만 프로그램의 화제성을 일으키기에도 역부족이다. 오히려 음악 프로그램이 다양한 장르의 음악보다 아이돌 위주의 편협한 장르에 치중한다는 인식이 강하다보니 시청자의 관심에서 절로 멀어졌다.

최근에는 콘텐츠 한계에도 봉착했다. 천편일률적인 음악 프로그램과는 다르게 ‘노래’와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접목한 ‘음악 예능’ 붐이 불고 있기 때문이다. 한창 TV를 휩쓸었던 오디션 프로그램 붐이 지나간 자리에 아이돌과 기성 가수, 일반인과의 콜라보레이션, 할머니와 래퍼의 팀 배틀 등 ‘스토리’를 담은 음악 예능(<듀엣가요제>, <판타스틱 듀오>, <힙합의 민족>)이 쏟아지고 있다. 다양한 방식으로 명곡을 재해석하는 콘텐츠 붐 속에서 진부한 포맷의 음악 프로그램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해보면 현재 지상파의 음악 프로그램은 ‘계륵’에 가깝다. 하지만 방송사들이 저조한 시청률에도, 낮은 화제성에도, 제작비의 부담을 안고서 프로그램을 폐지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음악 프로그램이 장수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하는 동안 방송계 안팎에서는 공공연한 사실로 꾸준히 나온 이야기가 있다. 바로 방송사가 음악 프로그램을 자사의 섭외력을 높이는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음악 프로그램 뒤에는 방송사와 엔터테인먼트 산업, 그리고 거대 음원 사이트 간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예컨대 기획사 입장에서는 신인 가수의 얼굴을 알리는 게 중요하다. 방송사 입장에서는 예능 프로그램 등 여타 프로그램의 화제성을 위해 톱스타나 인기 아이돌의 섭외가 필요하다. 음악 프로그램은 기획사의 신인 가수 혹은 소속 가수의 이름을 알리는 데 기여하고, 방송사는 예능 프로그램의 섭외에 활용할 수 있다. 방송사의 수익을 좌지우지하는 예능의 화제성을 고려한다면, 음악 프로그램 폐지에 따른 방송사의 비용과 부담이 클 수 있다.

이처럼 시청률로도, 화제성으로도 뒷걸음질 치고 있는 음악 프로그램을 두고 김진우 한국음악콘텐츠산업협회 가온차트 수석 연구원은 한 칼럼을 통해 “현재 지상파 방송사의 음악방송은 지금 우리 주변에서 인기 있는 노래들을 들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아닌 신인 아이돌의 홍보의 장으로서의 역할만을 하고 있는 듯하다”고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칼럼) 길게는 20여년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지상파 음악 프로그램. 그간 순위제 부활과 폐지를 반복하며 변화를 모색하는 제스처를 취했지만 실상 ‘속 빈 강정’처럼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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