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소수자’ 혐오 논란 방송 심의에 ‘인권보호’ 조항 어디로?
상태바
‘성 소수자’ 혐오 논란 방송 심의에 ‘인권보호’ 조항 어디로?
[심의 On Air] 성 소수자 폄하 논란 경남CBS ‘오! 해피데이’
  • 최영주 기자
  • 승인 2016.05.11 18: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가 11일 방송심의소위원회(이하 방송소위)를 열어 동성애 반대 단체 관계자와의 인터뷰 과정에서 동성애 혐오로 해석 가능한 출연자 발언을 그대로 방송한 경남CBS <오! 해피데이>(3월 24일 방송)에 대한 제작진 의견진술을 청취한 결과 법정제재인 ‘주의’(벌점 1점)를 결정했다. 심의위원들은 해당 방송이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14조(객관성), 제20조(명예훼손 금지) 1항, 제21조(인권보호) 2‧3항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일시: 2016년 5월 11일 오후 3시 40분

■참석자: 방송심의소위원회 소속 위원 5인 전원(김성묵 부위원장(소위원장), 장낙인 상임위원, 윤훈열‧하남신‧함귀용 위원)

■방송 내용
경남CBS <오! 해피데이>는 3월 24일 방송한 ‘금요 초대석’ 코너에서 ‘바른 성문화를 위한 국민연합’ 경남지부 차정화 대표를 출연시켜 해당 단체의 활동 등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차별금지법과 인권보도준칙 등에 대해 얘기했다. 이 과정에서 차 대표는 차별금지법이 통과될 경우 소아성애와 수간 등이 모두 성 소수자에 대해 합법화 된다는 주장을 펼쳤다.

또 에이즈의 99%가 남성 동성애자들에게 일어난다며 ‘동성애=에이즈’ 주장을 펼치고, 동성애의 부작용으로 괄약근 기능의 손상 등을 언급하는 등의 발언을 했다. 또 성전환 수술을 받으면 생명이 단축되고, 깔끔하게 죽을 수 없다는 등의 주장을 펼쳤다.

■관전 포인트
① 해당 방송에서 문제가 된 게 성적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동성애에 대한 혐오적 발언일까, 단순히 묘사의 수위만일까. 참고로 심의위원들은 해당 방송이 ‘방송은 심신장애인 또는 사회적으로 소외받는 사람들을 다룰 때에는 특히 인권이 최대한 보호되도록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명시한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21조(인권보호)제2항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② 맥락과 상관없이 일부 발언만을 떼 내어 그것이 마치 동성애로 인한 폐해를 보여주는 사례처럼 포장되는 것은 문제가 없을까? 그걸 사실 확인이 된 발언이라고 말할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일까?

③ 동성애를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성 소수자도 보호받아야 한다면서, 동성애를 방지하기 위한 캠페인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무슨 논리일까? 누군가의 성적다양성을 ‘방지’해야 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위반 조항
① 제14조(객관성) 방송은 사실을 정확하고 객관적인 방법으로 다루어야 하며, 불명확한 내용을 사실인 것으로 방송하여 시청자를 혼동케 해선 안 된다.

② 제20조(명예훼손 금지) 제1항 방송은 타인(자연인과 법인, 기타 단체를 포함한다)의 명예를 훼손해선 안 된다.

③ 제21조(인권보호) 제2항 방송은 심신장애인 또는 사회적으로 소외받는 사람들을 다룰 때에는 특히 인권이 최대한 보호되도록 신중을 기해야 한다. / 제3항 방송은 정신적‧신체적 차이 또는 학력‧재력 등을 조롱의 대상으로 취급해선 안 되며, 부정적이거나 열등한 대상으로 다루어선 안 된다.

▲ 경남CBS <오! 해피데이> 홈페이지 ⓒ경남CBS 화면캡처

■참고
① 질병관리본부는 ‘HIV감염인=에이즈’가 아니라고 설명한다. HIV는 에이즈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로 HIV 감염인은 HIV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 중 에이즈 정의질환(주폐포자충폐렴, 카포시육종 등 질병명으로 에이즈를 추정할 수 있는 질환)이 없는 사람이다. 에이즈는 HIV 감염 후 질병이 진행돼 나타나는 면역결핍증후군을 의미한다. 질병관리본부는 또 현재(2015년 9월 기준) HIV 감염경로에 대해 △성관계 0.01~0.1% △주사바늘 공동사용 0.5~1% △감염된 산모의 출산 25~30% △감염 혈액 직접 수혈 99~100%이라고 밝히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감염경로 1위로 감염인과의 성관계(98%)를 지적하고 있긴 하지만, 이를 두고 남성 동성애자가 동성애 고위험군이라고 단정하긴 어렵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2012년 발간한 ‘언론과 미디어를 위한 HIV/AIDS 길라잡이’를 통해 특정 집단만이 아닌 누구나 HIV에 감염될 수 있다고 밝히며 잘못된 정보와 공포심 조장 등이 이뤄져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오해 04] 에이즈 AIDS는 동성애를 통해서만 감염된다?

[진실 04] AIDS는 남녀노소에 관계없이 누구나 감염될 수 있습니다. AIDS는 동성애자, 이성애자, 남녀노소에 관계없이 감염인의 체액에 노출되면 감염될 수 있습니다. 즉, 동성애자와 성관계를 했다고 해서 감염되는 것이 아니라 감염인과의 콘돔 없는 성관계가 감염 가능성이 있는 것입니다. <출처=대한에이즈예방협회>

■심의 On-Air

-제작진 의견진술

권석준 경남CBS 보도제작국장(이하 권석준 국장) 일단 저희 CBS의 기조, 방침이 인권보호 차원에서 성 소수자도 보호할 의무가 있다. 이건 방송사들의 기본 기조다. 이번 같은 경우는 과정들이 미숙한 부분이 있었다. MC도 바뀌고 제작자도 바뀌고 저도 내려간 지 얼마 안됐다. (그 과정에서) 필터링이 안 됐다. 성 소수자를 폄하할 생각은 없었는데 결과적으로 폄하한 꼴이 돼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장낙인 상임위원 내려가신지 얼마 안됐다고 했는데, (차정화 대표를) 섭외한 이유는 무엇인가?

권석준 국장 진행자가 섭외를 했는데, 진행자는 1월 1일부터 진행을 시작했고, 제작자는 3월 1일 바뀌었다. 그러면서 방송사 기조를 잘 모르고 섭외를 해서 한 거 같다. 하다보니까 내용상, 저도 말이 안 되게끔 한 결과가 나왔다. 그 부분은 인정한다. 담당자들에게 주의를 심하게 줬고, 필터링 작업 장치를 만들었다. 이렇게 가면 안 되기 때문에…. 심하게 폄하한 내용이 많이 있었다.

하남신 위원 제가 받은 인상은, 성 소수자를 목적으로 해서 폄하하려고, 의도적으로 한 방송은 아니다. 성 소수자의 행태를 문제시하고 비판하는 과정에서 묘사의 수위가 방송에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내가 여기서, 이 자리에서 지금 문제가 지적된 내용을 입에 담기도 민망할 정도다. 무슨 항문, 출혈, 동성애가 무슨 항문에 해서 줄줄 새고, 이런 이야기가 온에어 됐다고 상상해보라. 주제와 상관없이 주제가 무엇이든 간에, 방송인의 자질 문제다. 방송에서 할 이야기가 있고 술자리에서 할 이야기가 따로 있다. 그런 면에서 필터링이 안됐다고 생각한다. 거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권석준 국장 당연한 지적이다. 의욕적으로 방송한 측면 있다 보니 너무 사실적이고 구체적으로 내용을 밝히면서, 저도 들어보면 민망할 정도로 수위가 높다고 생각한다. 담당 MC한테 상당히 문제가 됐다고 주지시켰다. 이런 식으로 할 줄 본인도 몰랐다고 했다. 어쩔 수 없이 생방송으로 진행하다보니 수위가 넘어갔는데. 제재할 수 없는 부분이, 만약 그 시간에 내가 모니터링하고 있었다면 제재했었을 텐데 나중에 사후 보고를 받고 알았다. 이번에 이런 계기를 통해, 경남CBS가 오래되지 않은 방송사로, 제작자, MC가 확실하게 무엇을 잘못했는지 주지시킨 건 잘된 일이라고 본다. 필터링을 못한 건 제 책임이다. 필터링을 하기 위해 어떤 작업을 해야 하는지 명시했기에 앞으로 그런 일은 없을 거라 생각한다. 진행자하고 나왔던 출연자들이 다 미숙해서 벌어진 일이다. 어쨌든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함귀용 위원 방송은 품격을 유지해야 한다. 유의해 달라. 동성애를 조장해서는 안 되겠지만, 동성애자도 성 소수자로 그들의 인격도 보호받아야 한다. 어떤 캠페인을 하더라도 동성애를 방지하기 위한 좋은 쪽에서의 캠페인을 해야 한다. 성 소수자가 피해를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권석준 국장 네, 알겠습니다.

-의견진술 종료

함귀용 위원 동성애를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성 소수자도 보호받아야 하는데 이런 식으로 해서는 문제다. ‘주의’ 의견 내겠다.

∴전원 주의(벌점 1점). 최종 제재수위는 전체회의에서 결정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