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1박 2일’ 안 맡으려고 잠수 타기도 했죠”
상태바
“처음 ‘1박 2일’ 안 맡으려고 잠수 타기도 했죠”
[현장] KBS '1박 2일' 유호진 PD 드림 페스티벌 특강
  • 구보라 기자
  • 승인 2016.05.12 17: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지난 11일 한국PD연합회와 중앙대 총학생회 공동주최로 중앙대학교에서 열린 2016 ‘드림 페스티벌 특강’에서 KBS '1박 2일'의 유호진 PD가 2시간 가까이 강연을 진행했다. ⓒPD저널

“2013년 <1박 2일> 시즌2가 끝나갈 때, 메인 연출자를 맡으라는 얘기를 들었다. 당시 입사 6년 차였다. 원래 10년은 되어야 메인 연출자 기회가 주어지는데, 과연 내가 잘 할 수 있을지 걱정부터 앞섰다.”

지난 11일 한국PD연합회와 중앙대 총학생회 공동주최로 중앙대학교에서 열린, 2016년 ‘드림 페스티벌 특강’에서 유호진 PD는 <1박 2일>을 처음 맡았을 때 "부담이 컸다“며 속내를 털어놓았다. 유 PD가 <1박 2일>을 맡았을 땐, 시청률 40%까지 육박하는 국민 예능이었던 <1박 2일>의 인기가 주춤주춤 시들어가며 ‘폐지론’까지 나오던 때였다.

"<1박 2일>을 맡고 나서 잘 되지 않으면 ‘일못’(일 못하는 사람)으로 찍히지 않을까 걱정했다. 주말 내내 잠수를 타고 국장님의 전화를 안 받았지만, 결국 월요일에 출근하니 업무 분장이 되어있었다(웃음)"

그렇게 시작한 KBS 간판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 메인 PD를 맡으면서 그의 마음가짐도 많이 바뀌었다고 한다. 유 PD는 "신입PD 때는 ‘의무감’으로 편집할 때도 마치 세공사처럼 맡은 부분만 열심히 하면 됐는데 메인 PD가 되고 나서는 의무감이 책임감으로 바뀌게 되었다"며 "특히 사람을 잘 챙기려고 많이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는 객석에 있던 한 청중이 “<1박 2일>에서 막내 PD로 몰래카메라 하던 시절엔, 리더쉽이 없어보였다. 어떻게 메인 PD를 잘 하고 있느냐”는 짖굳은 질문에 유 PD는 솔직하게 답을 하기도 했다. 그는 “나는 ‘묻어가는 리더십’이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듣고 반영한다. 리더쉽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지 않나. 절대 ‘제왕적 리더쉽’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1박 2일>의 인기 유지 비결에 대해 유 PD는 “연예인에게 ‘밥을 못 먹게 하고, 안에서 잠을 안 재우는’ 첫 아이디어가 신의 한수였다. 지금까지 10년을 가고 있지 않나. 그리고 끊임없이 철저한 준비가 있었기에 인기가 유지된다고 생각한다. 준비가 없다면 촬영현장에서 아무런 돌발적인 일도 일어나지 않고, 재미도 생기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1박 2일>은 평범한 ‘우리들의 이야기’"라며 "만약 시청자들이 ‘<1박 2일> 여행은 연예인들의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시청률이 잘 나오지 않았을 거"라며 "연예인들이 복불복 게임으로 밥을 먹기 위해 힘들게 애쓰는 과정에서 다양한 모습들이 나타나는데 우리의 삶도 그렇다. 시청자들이 공감하기에 <1박 2일>이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지난 11일 한국PD연합회와 중앙대 총학생회 공동주최로 중앙대학교에서 열린 2016 ‘드림 페스티벌 특강’에서 유호진 PD가 2시간 가까이 강연을 진행했다. ⓒPD저널

우여곡절이 있었겠지만 <1박 2일>은 현재 어느 정도 정상 궤도를 회복한 상황이다. 초창기 <1박 2일>의 노하우를 가장 잘 알고 있던 유 PD가 프로그램을 맡으면서 조금씩 시청자들도 다시 <1박 2일>을 찾기 시작했고, 현재는 15%가 넘는 시청률로 동시간대 시청률 1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같은 시간에 방영하는 MBC <진짜 사나이2>(10%대), SBS <런닝맨>(8%대)의 시청률보다 훨씬 앞서는 상황이다.

이날 강의를 찾은 100여명의 대학생들은 유호진 PD에게 <1박 2일>에서 매회 여행 컨셉과 장소를 정하는 방법과 노하우, 멤버 섭외 이유, 보람을 느끼는 경우, 슬럼프는 없었는지, 여행을 다니는 이유 등등 수많은 질문을 던졌다.

특히 지난 9년 간 예능 PD로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PD를 꿈꾸는 대학생들에게 “보수를 주면서, 마감이 있는 곳에서 일하는 경험을 쌓으라”며 조언이 될 만한 이야기를 건네기도 했다. 그는 “스트레스 받는 상황에 처해야 자신의 일처리 방식, 책임지는 스타일을 알 수 있다. 대학 때의 그 경험이 자신만의 물통을 만든다”고 조언을 하기도 했다.

또 취업준비로 힘들어하는 대학생들에게는 “상황이 점점 나빠지는 것 같아 여러분에게 죄송하다. “꿈을 가지라는 말”도 솔직히 무책임하다고 생각한다. 결국 이 문제는 기성세대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