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배 “난 MBC에 대한 죄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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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권 강의 ‘알권리와 저널리즘’에서 밝혀 …“알권리는 곧 살 권리”

“삶과 죽음의 경계까지 허무는 것이 ‘알권리’이고, 그것이 곧 ‘살 권리’다. ‘알권리’는 언론의 자유 수준이 아니라, ‘살 길’이라는 것”

지난 17일 저녁 신촌 다래헌에서 언론인권센터 주최로 열린 ‘2016 언론인권 8강’의 두 번째 연사로 나선 김중배 전 MBC 사장이 ‘알권리와 저널리즘’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김중배 전 사장은 1957년부터 16년 간 <한국일보>, <동아일보> 등에서 기자생활을 하고, 논설위원으로서 <동아일보>에 ‘김중배 칼럼-그게 이렇지요’를 오랜 기간 연재했으며 김영삼 정부 시절 <한겨레> 사장을, 김대중 정부 시절 MBC 사장을 역임했다.

박정희-전두환 군부 시대를 거쳐 2000년대까지도 언론인으로서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에 대해 날선 비판을 했던 그는, 그럼에도 올바르지 못한 언론 환경을 바꾸지 못한 자신을 ‘죄인’이라고 지칭하며 강연을 시작했다.

▲ 17일 저녁 신촌 다래헌에서 언론인권센터 주최로 열린 <2016 언론인권8강>에서 김중배 기자가 '알권리와 저널리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언론인권센터

그는 "세월호 참사 때 ‘가만히 있어라’라고 말했던 선장의 말을, 한국전쟁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외쳤던 ‘서울 사수’에 빗댄 글을 본 적이 있다"며, 그 시대의 언론이 진실을 숨겨 벌어진 참상임을 강조했다. 이어 그는 그때도, 지금도, 사람을 죽이는 데에 언론이 오히려 선도적인 역할을 한 것은 아닌지 되물으며 "지금의 세월호 참사는 물론, 그 이후에 벌어진 메르스 사태, 지금의 옥시 사태가 보여주는 것이 결국 알권리는 곧 ‘살 권리’라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미디어 환경과 사회 환경이 모두 급변한 지금, 인공지능의 발달로 다가올 문명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방법은 사람 사이의 ‘앎의 교환’이라고 말했다.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전통적 언론의 정의를 벗어나, 각자의 자리에서 앎을 교환하는 것이 알권리이고 이것이 곧 미디어라는 것이다.

이어 그는 현대 사회에서의 미디어의 역할에 대해 설명하며 신자유주의 질서를 언급했다. 그는 전 세계를 압도한 신자유주의 질서가 지금의 ‘양극화 장애’를 불러온 것에 대해 안타까워하며 “이 편향을 되돌리기 위해선 신자유주의의 만연을 겪어온 그 시간만큼이 더 필요하다. 그런데 시간만으로 치유가 될 순 없으니 그 근원인 사회시스템 전체가 바뀌어야 할 것이고, 이것이 결국 미디어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 17일 저녁 신촌 다래헌에서 언론인권센터 주최로 열린 <2016 언론인권8강>에서 김중배 기자가 '알권리와 저널리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언론인권센터

한편 스스로를 ‘죄인’이라 지칭하며 후배 저널리스트들에 미안함을 표시한 그였지만, 후배들을 향한 쓴 소리 역시 아끼지 않았다. 그는 ‘보도지침’도 뼈아프지만 지금은 ‘보도혼침’까지 존재한다며, 언론인들 스스로의 영혼이 그런 행위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요즘의 논평, 종편 보도를 바라보다 보면 생계 때문도 아니고, 입신과 출세를 위해서도 아니고, 정말 확신을 가지고 그런 행동을 한다는 걸 목격한다”고 꼬집었다.

또 상황에 따라 말을 바꾸는 언론의 태도에 대해서도 꾸짖었다. 특히 언론환경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비판했다가, 총선 결과가 나오자 ‘이번에는 종편 영향 없었다’는 식의 진보 언론 역시 올바르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 이론이 후에 ‘사람은 그렇게 합리적이지 않다’는 심리학자의 연구에 의해 뒤집어졌던 예시를 들며, 저널리즘의 영향에 대해 비판을 하고 싶다면 사람을 이해하기 위한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10년 전만 해도 MBC가 가장 신뢰하는 뉴스로 꼽혔는데, 지금 이렇게 망가진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느냐’는 한 수강생의 질문에 대해 그는 “난 MBC에 대한 죄인이다. MBC 사장으로 있던 당시 이렇게 될 가능성을 뿌리 뽑지 못하고 떠난 사람이기에 죄인이라 할 말이 없다”며 “하지만 결국 비정상은 정상화돼야만 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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