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민의 TV조선 출연 거부와 TV조선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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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민의 TV조선 출연 거부와 TV조선의 ‘변화’
[민동기의 ‘톡톡’ 미디어 수다방] 만약 정권교체가 됐을 때 ‘종편 개혁’이 가능할까
  • 민동기 미디어평론가
  • 승인 2016.05.30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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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이 끝나고) TV조선에서 나에게 섭외요청이 왔다. 완강하게 거절했다. 나는 TV조선에 나갈 만큼 비위가 좋지 않다고 했다.”

김용민 시사평론가가 미디어비평 팟캐스트 <관훈나이트클럽>에서 공개한 발언이다. 김용민 평론가의 이 발언은 4·13 총선이 끝난 후 TV조선에서 불고 있는 ‘변화’를 어떻게 볼 것인가를 두고 얘기하던 도중 나왔다. 김용민 평론가는 당시 상황을 ‘코믹스럽게’ 얘기했지만 총선 이후 TV조선이 얼마나 ‘공격적으로’ 패널 섭외에 나서고 있는 지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실제 TV조선은 최근 ‘막장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시사탱크 김광일입니다>를 폐지하고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과 김유정 국민의당 전 의원이 진행하는 <이것이 정치다>를 신설했다. 김용민 평론가가 언급한 섭외요청도 바로 <이것이 정치다> 제작진으로부터 온 것이었다. 정두언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각을 세워온 ‘비박 출신’ 의원이란 점에서, 김유정 전 의원은 야당 출신 의원이란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4월 총선 이후 불고 있는 TV조선의 ‘변화’ 어떻게 볼 것인가

▲ TV조선 신설 프로그램 <정두언 김유정의 이것이 정치다> 티저 영상 ⓒTV조선

일각에선 TV조선이 4월 총선 이후 박근혜 대통령과 거리두기를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했다. 4월 총선 이전, 언론시민단체들로부터 ‘막장 프로그램’의 대표 프로그램으로 지목받아온 <시사탱크> 폐지와 ‘비박 의원’과 야당 출신 의원을 후속 프로그램 진행자로 기용한 것을 총선 결과와 분리해서 해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TV조선의 최근 변화를 4월 총선과 결부시켜 해석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 시각도 있다. 김용민 평론가는 <관훈나이트클럽>에서 “TV조선이 <시사탱크>를 폐지한 것은 ‘막말 방송’으로 논란을 빚을 때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불려가는 등 그동안 쌓인 피로감이 주요 원인이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른바 ‘시사탱크’의 효용 가치는 총선 이전까지만 유효했을 뿐 총선 이후 부담만 되고 있는 ‘시사탱크’를 TV조선이 계속 끌고 갈 필요가 없었다는 얘기다.

TV조선의 최근 변화를 둘러싸고 ‘이런 저런’ 말들이 많지만 필자는 총선 결과와 TV조선 ‘변화’를 따로 떼어내 해석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본다. ‘장성민의 시사탱크’ 때문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간부들이 계속 불려 나갔다한들,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압승’을 거뒀다면 TV조선에서 <시사탱크>를 폐지했을까.

<시사탱크>의 효용가치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숱한 막말 논란에도 ‘끄떡하지 않았던’ TV조선이 이번 총선 결과가 새누리당 압승으로 나왔더라도 <시사탱크>를 폐지시키고 ‘비박 출신’ 정두언 의원과 ‘야당 출신’ 김유정 전 의원을 진행자로 기용했을까. 필자는 그럴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보고 있다.

낙선한 야당 출신 의원들의 종편 출연, 어떻게 볼 것인가

언론계에선 TV조선의 최근 ‘변화’를 주목하는 분위기지만, 필자는 TV조선보다 종편에 비판적이었던 야당 출신 의원들의 ‘변화와 고민’을 더 주목하는 편이다.

이번 20대 총선에서 낙선한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은 TV조선 <이것이 정치다>에 고정 패널로 출연하고 있고, 대표적인 ‘종편 저격수’로 평가받았던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도 종편으로부터 계속 ‘러브콜’을 받고 있다. 최민희 전 의원은 아직 출연을 확정짓지는 않았지만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의 종편 출연을 두고 논란이 제기되자 진성준 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보수편향 프레임에 갇혀 놀아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거센 줄 알지만 우리 입장을 단 한 줄이라도 국민에게 알리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라면서 “TV조선이든 채널A든 불러만 주면 사양하지 않고 나가서 저의 입장과 생각을 당당하게 피력하겠다”고 밝혔다.

야당 출신 의원들의 종편 출연 -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필자는 비판적인 입장에 서 있다. 그런데 종편에 비판적이었던 전직 야당 의원이 낙선했다고 어떻게 바로 종편에 출연할 수 있느냐 – 이런 차원의 비판이 아니다. 필자의 비판 지점은 약간 ‘다른 곳’에 있다.

4월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참패한 이후 TV조선을 비롯한 일부 종편의 변화는 사실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었다. ‘여소야대’로 내년 대선 전망이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예전과 같은 ‘막장 진행자와 패널만’으로 프로그램을 유지한다? 그것은 종편 입장에선 막대한 손해가 예상되는 보험 상품에 투자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종편을 정치의 징검다리로 이용했던 ‘정치인들’의 화려한 복귀!

▲ 사진은 TV조선 사옥. ⓒTV조선

TV조선이 ‘비박 의원’에 이어 야당 출신 의원을 진행자·패널로 기용하고 ‘종편 저격수’로 꼽히는 최민희 전 의원과 김용민 시사평론가까지 섭외에 나선 것은 1년 뒤 어떻게 될지 모르는 정치상황을 고려한 ‘보험용’이었다. 아마 필자를 포함한 많은 분들이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필자가 ‘야당 출신 정치인들’의 종편 출연을 비판하는 것은 종편을 정치의 징검다리로 이용했던 ‘정치인들’이 다시 화려하게 복귀하고 있는 것과 맞물려 있다. 새누리당 공천을 받고 출마했다가 낙선한 정치인들, 공천을 신청했다가 탈락한 일부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경력은 슬쩍 뒤로한 채 변호사와 대학 부총장 등의 직함으로 종편에 출연하고 있다. 총선 직전까지 종편 등에 출연하면서 얼굴을 알린 20대 총선 출마자가 낙선한 뒤 여러 종편에 출연하기도 한다.

문제는 야당 출신 의원들의 종편 출연이 이런 맥락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총선 전, 종편에 출연하면서 새누리당 공천을 신청했다가 탈락한 인사들이 종편에 다시 복귀하는 것과 야당 출신 의원들의 종편 출연이 같은 차원일까. 필자는 전혀 다른 차원이라고 생각하지만 시청자들은 그렇게 보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방송이나 언론을 정치를 위한 수단으로 여긴다는 점에서 ‘똑같은 정치인’이라는 비판을 받을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사실 필자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종편 개혁’ 의제의 실종이다. 여전히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는 ‘종편 개혁’이라는 의제를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것. 야당 출신 의원들이 종편에 출연할 경우 ‘야당 목소리’는 과거보다 좀 더 전파를 타고 흘러나갈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종편 개혁’이라는 의제는 그만큼 물 건너가는 것이 아닐까. ‘종편에 출연하고 있는’ 야당 출신 의원들의 고민 못지않게 ‘종편 개혁’을 고민하는 사람이 던지는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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