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량진희의 꿈이 한낱 웃음거리였나?
상태바
‘탈북민’ 량진희의 꿈이 한낱 웃음거리였나?
[기자수첩] 채널A ‘잘 살아보세’ 탈북 여성 몰래카메라가 잔인한 이유
  • 구보라 기자
  • 승인 2016.06.17 10:57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당신은 가수를 꿈꾸는 탈북민이다. 그런데 대형기획사 대표라는 사람이 당신에게 계약금 5000만원과 100억원을 벌 수 있는 중국 드라마 출연을 약속한다면? 로또라도 맞은 기분 아닐까? 그런데 그게 모두 그를 놀리기 위해 계획된 ‘뻥’이었다면 기분이 어떻겠나? 이같은 내용은 채널A <잘 살아보세>(연출 박세진)에서 몰래카메라 형식으로 나간 지난 4일 방송이다

<패밀리가 떴다> 탈북민 버전이라 할 수 있는 <잘 살아보세>는 남한 남성(최수종, 이상민, 김일중, 김종민)와 북한 여성(한송이, 최주연, 신은하, 량진희)가 서로 다른 남북의 생활 방식을 체험해 보는 예능프로그램이다. 종편에서 방송되는 탈북민 출연 대표 프로그램 중 하나로 '통일백서 생활백서'라는 부제에 맞게 남과 북의 문화 차이 뿐만 아니라 꿈을 향해 달려가는 젊은 탈북 여성들의 모습이 방송에서 잘 나타난다.  

▲ 지난 4일 채널A ‘잘 살아보세’ 방송에서, 이상민이 대형기획사 대표와 통화하며, 량진희에게 중국 드라마에 출연하면 100억원을 벌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채널A

그런데 지난 4일 방송에서는 그런 방송의 취지와 너무나도 동떨어진 몰래카메라가 방송되었다. 가수가 꿈인 량진희의 생일을 기념해서, 남성 출연자들이 '대형기획사 계약'이라는 미끼로 그녀를 몰래카메라로 속였다. 물론 다른 세 명의 여자 출연자들도 몰래카메라라는 걸 모르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기획사 섭외와 엄청난 액수에 현장 분위기는 한껏 고조되었다. 그러다 몰래카메라였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량진희는 허탈한 표정을 지었고, 남성 출연자들은 이를 보며 즐거워하는 모습이었다.

결과적으로 제작진과 남성 출연자들은 탈북민 여성 출연자들의 ‘간절함’을 이용해, 그녀들을 몰래카메라로 속였다. 현재 <잘 살아보세>에서 걸그룹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그녀들이었기에 몰래카메라 내용이 현실 가능하다고 믿었고, 기대감도 컸을 것이다. 북한에서 이루지 못했던 꿈을 이루기 위해 그녀들은 가수를 준비하거나, 한국에서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대학을 다니고,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다. 그런 그녀들의 꿈과 간절함이 몰래카메라로 한낱 웃음거리로 끝나버렸다.

그래서 이번 몰래카메라는 웃음보다는 그녀들이 한국 사회에서 견뎌야 할 또 하나의 고통으로 느껴졌다. 몰카라는 게 밝혀지자, “돈보다 사람 마음이 중요하잖아”라고 울면서 던진 량진희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도 이래서다. 그래서 이날 방송은 너무 잔인했다. 물론 건강을 웃음을 주기 위한 제작진의 의도도 있었겠지만 아직까지도 한국 사회에서 탈북민들은 사회적 약자이자 소수자인 현실이기에, 몰래카메라는 더욱 더 폭력적으로 느껴졌다.

▲ '잘 살아보세' 제작진과 남자 출연자들이 계획했던 몰래카메는 그녀들의 꿈과 간절함을 이용했고, 한낱 웃음거리로 끝나버리기엔 너무 잔인했다. ⓒ채널A
▲ 몰래카메라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난 뒤, 여자 출연자들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 하자 그 모습을 보며 남자 출연자들은 즐거워했다. ⓒ채널A

방송 이후 <잘 살아보세> 시청자 게시판에는 “량진희 양이 일반인이거나 어디 유력한 집안 딸이었다면, 저런 장난을 쳤을까, 본격 갑질 미화 방송인가요?”, “이런 내용은 방송용 소재로 활용하지 말기 바란다. 시청자들도 부담스럽다”, “대체 어느 부분에서 웃어야 하나”, “새터민에게 상처주지 말았으면...”이라며 항의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시청자들도 불편함을 나타냈다.

그런데도 몰래카메라 상황이 담긴 6월 4일 방송은 ‘톱스타 될 뻔한 량진희? 굴내 나는 영상 대공개’라는 제목으로 편집되어 포털 사이트 영상 페이지에 여전히 업로드 되어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선경3948 2017-01-04 01:00:47
량진희 씨 꾸밈없고 풋풋한 그녀의 매력이 참 아름답다 남.북.모두에서 어떤극한 상황이라도
억척 스럽게 헤쳐나갈 1인자 같다

한창화 2016-06-29 13:11:05
시청자로서 저역시 공감하는 부분입니다. 어색함, 배금주의를 바탕에 깐 잔인한 설정. 다시는 이런류의 설정을 하지말기를 바랍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