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 확장’ 의학 드라마 맞불…‘편견’은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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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확장’ 의학 드라마 맞불…‘편견’은 여전
[겹쳐보기] KBS ‘뷰티풀마인드’· SBS ‘닥터스’
  • 이혜승 기자
  • 승인 2016.06.21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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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와 SBS가 확연히 다른 색의 의학드라마로 맞붙었다. 20일 동시에 첫 방송을 내놓은 SBS <닥터스>와 KBS <뷰티풀마인드>는 배경만 병원으로 같을 뿐, 완전히 다른 장르를 선보였다.

<닥터 이방인>(2014년), <용팔이>(2015년) 등 매년 의학드라마로 좋은 성과를 거둬왔던 SBS가 올해에는 ‘의학 성장 드라마’로 돌아왔다. 반면 KBS는 <굿닥터>(2013년)가 큰 인기를 얻은 후 내놓은 <블러드>(2015년)가 시청률에서 다소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며 의학 드라마로는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의학 스릴러’라는 신선한 장르로 반등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두 드라마 모두 흡입력 있는 전개로 일단 첫 방송에선 나쁘지 않은 평가를 얻고 있다. 하지만 한국 장르 드라마가 보이는 전형적인 편견과 정형화된 캐릭터를 벗어나지 못한 한계점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 SBS 월화드라마 <닥터스> ⓒ화면캡쳐

# 의학 드라마의 진화

의학드라마가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은 지는 오래됐다. 그동안 한국 의학드라마는 두 가지 갈래로 변주해왔다. SBS <닥터 이방인>은 탈북 의사를, KBS <블러드>는 뱀파이어 의사를, SBS <용팔이>는 돌팔이 의사를 소재로 삼는 등 주인공 의사의 특징을 확장해 나가며 변화하거나, MBC <골든타임>, tvN <제3병원>, MBC <메디컬탑팀> 등 보다 현실적인 병원의 모습을 구현해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인간관계와 에피소드를 변화시키며 진화해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의학드라마라는 장르와 다른 장르를 결합하며 장르 자체의 확장을 꾀하고 있다. <닥터스>는 배경은 병원이지만, 불량 청소년이 한 선생님을 만나 의사로 성장하는 모습을 그리는 학원물, 성장 드라마와 결합하고 있다.

<뷰티풀마인드>는 의학드라마이기 전에 ‘스릴러’에 더 가깝다. 처음 기획의도를 통해서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의사’라는, 어떻게 보면 드라마‧영화‧만화 등에서 자주 등장하는 소재로 그다지 새롭지 않을 것이라는 편견도 있었지만, 1화에서는 그것을 넘어 ‘사람을 죽이는 의사’를 그리며 앞으로의 전개에 기대감을 높였다.

성장 드라마로서의 <닥터스>는 배우 김래원이 연기하는 ‘우리가 꿈꾸는’ 이상적인 선생님의 모습이 관전 포인트다. 첫 방송부터 시청률 12.9%로 좋은 출발을 하고 있다. <뷰티풀마인드>는 앞으로 사건이 얼마나 더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전개될지, 또 그 안에서 병원이라는 배경을 어떻게 살릴지가 관전 포인트다. 첫 방송 시청률은 4.1%로 <닥터스>에 크게 밀렸지만, 방송 이후 시청자들의 호평이 이어지며 앞으로의 성적이 더 기대된다.

톡톡 튀는 <닥터스>와 1화에서부터 본격 살인사건에 들어간 <뷰티풀마인드>는 너무도 다른 성격이기에 사실 애초부터 경쟁작이라고 단순화하기 어려웠다. 장르 확장을 꾀한 두 드라마가 각자의 입맛에 맞는 시청자에게 어필할 것으로 보인다.

▲ KBS 2TV 월화드라마 <뷰티풀마인드> ⓒ화면캡쳐

# 장르 드라마, 깨지 못한 편견과 한계

한편 두 드라마는 장르의 특징이 뚜렷한 만큼, 그동안 관련 장르 안에서 무의식적으로 답습해오던 편견 섞인 캐릭터 설정과 배경의 한계를 깨지 못했다.

<닥터스>는 방영 전부터 ‘일진 미화’라는 비판을 들었다. 이는 드라마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불량 청소년들도 사실은 각자의 상처를 지녔다는 모습을 그려내는 것 자체는 이해를 하지만, 이 아이들이 좋지 못한 행동을 보이는 모습을 너무 ‘멋있게만’ 그리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1화에서만 벌써 고등학생이 나이트클럽에서 패싸움을 벌이는 모습을 ‘싸움 잘하는 멋있는 언니’처럼 그려내거나, 고등학생이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하는 모습을 ‘자유롭고 멋있게’ 그려내고 있다. 불량 청소년을 구현할 때, 연출은 더 세심한 부분에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그 행동을 드라마에서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냐에 따라 일진에 대한 ‘환상’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불량 청소년들의 배경과 가정환경이 어떻건, 피해 학생들은 항상 존재하고 그 행동이 올바르지 못하다는 점을 명확하게 짚어줘야 한다.

▲ SBS 월화드라마 <닥터스>에서 상대적으로 체형이 큰 학생이 선생님 몰래 과자를 먹는 모습을 1화에서만 세 번 이상 보여주며 부정적인 묘사를 하고 있다. ⓒ화면캡쳐

또 학원물에서 주변 캐릭터를 구축하는 방법 안에서도 잘못된 인식이 보인다. 통상 학원물에서 불량 청소년 무리를 등장시킬 때 가장 앞장 서는 아이는 예쁘고 몸매도 좋지만, 그 뒤를 따르는 아이의 체형이나 성격은 우스꽝스럽게 묘사하곤 한다. 심지어 <닥터스>에서는 다른 캐릭터에 비해 상대적으로 체형이 큰 아이가 끊임없이 무언가를 먹고 있는 점을 코믹 요소로 그리며 과장되게 표현하고 있다.

특히 학교를 배경으로 삼을 때, 특정 캐릭터의 신체 특성을 부정적으로 그려내는 것은 좋지 않다. 저마다 체형은 다른 게 당연하고 그게 나쁜 게 아닌데도 우스꽝스러운 묘사 등을 통해 부정적인 이미지로 고착화하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이미 많은 청소년들, 특히 여학생들은 몸매가 좋은 것이 성격마저 좋은 아이로 연결되는 인식이 사회 속에 팽배하다. 굳이 불필요한 캐릭터 설정을 통해 사회의 편견을 더 강화하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 KBS 2TV 월화드라마 <뷰티풀마인드> 주요한 자리에 참석한 사람들과 주요직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남성이다. ⓒ화면캡쳐

<뷰티풀마인드>에서는 병원 내에서 여성을 배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실 이는 그동안 의학드라마에서 계속 지적돼오던 부분이다. 주인공인 흉부외과장, 신경외과장 등이 모두 남성임은 물론, 병원 실세가 모인 장면에서 여성은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는다. 주요 여성 의사 캐릭터는 남자 주인공의 ‘사랑에 매달리는’ 의사뿐이다. 어김없이 간호사들은 모두 여성이다.

여전히 병원이라는 배경 안에서, 특히 고위직에서는 여성이 배제돼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사람들의 편견을 강화할 뿐만 아니라, 실제 병원의 모습을 왜곡하는 것이기도 하다.

캐릭터와 배경을 그리는 안에서 시청자들의 의식은 더 성숙해지고 있으나, 오히려 드라마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모습이다. 더 세심한 부분 안에서 사회적 편견을 답습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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