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마저 엔터테인먼트로 소비하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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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 SBS 새 수목 드라마 ‘원티드’…22일 첫 방송

이보다 더 끔찍한 일이 발생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흉악한 사건사고가 실제 현실에서 매일 벌어진다. 그런데 미디어는 그보다도 더 자극적인 보도와 쇼 제작을 일삼는다. 그 안에서 시청자들은 문득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 역시 악에 무뎌지고 있지 않은가’

오는 22일 오후 10시에 첫 방송되는 SBS <원티드>(연출 박용순‧김유진, 작가 한지완)는 미디어가 과연 어느 정도까지 선을 넘어 가는지, 궁극적으로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인간은 얼마만큼 변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제작진은 기획의도를 통해 “생명과 인권이 걸린 일조차 엔터테인먼트로 소비하는 이 드라마 속 상황이, 과연 우리가 매일 보고 듣는 것들과 크게 다른 것일까. 그것이 단지 만드는 사람들만의 책임인가”를 묻고 있다.

<원티드>는 여배우의 아들이 실종된 후, 그 아이를 찾는 미션을 매주 ‘생방송 리얼리티 쇼’로 제작하라는 범인의 요구로 시작된다. 미션을 실패하거나, 시청률이 20% 아래로 떨어지면 아이는 죽는다. 아이의 엄마 정혜인(김아중 분)은 전 국민이 보는 앞이지만 아이를 찾기 위해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아이의 아빠지만 방송국 사장이기도 한 송정호(박해준 분)는 이 사건을 통해 자신의 명예를 회복하고자 한다. 이 안에서 제작PD는 오직 프로그램의 성공을 위해 납치 사건이라는 자극적인 소재를 이용하려 한다. 연예부 기자는 그 옆에서 특종만을 기대한다.

▲ SBS 수목드라마 <원티드> ⓒSBS

드라마는 범인 찾기에 집중하지 않는다. 21일 오후 서울 목동 SBS에서 열린 <원티드> 제작발표회에서 배우 김아중은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맨 뒷장에 작가님의 편지가 있었다”며 “미디어 종사자로서, 리얼리티 쇼가 어디까지 치닫는지에 대해 자성해볼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이것이 곧, 이 드라마가 보여주고자 하는 진짜 이야기다.

한편 미디어 속 리얼리티가 점점 확대되면서 시청자들은 무의식중에 더 자극적인 것을 원하고 있다. 또 자신도 모르게 남의 아픔과 상처를 엔터테인먼트로 소비해가는 것에 무뎌지고 있다. 드라마를 보며 납치 사건을 ‘소재’로서만 이용하는 방송국 관계자들과 기자에게 환멸을 느끼지만, 뒤편에서 문득문득 드러나는 제3자와 시청자의 모습을 보며 자신을 투영하게 되기도 한다.

배우 김아중은 “범인이 캐릭터들에게 원하는 미션도 미션이지만, 이것을 이 사람들이 어떻게 수행해 나가는지, 그리고 이걸 드라마 속 시청자들이 어떤 반응으로 바라보는지가 세 가지가 포인트”라고 짚었다.

▲ SBS 수목드라마 <원티드> ⓒSBS

사람들이 이성적으로 생각했을 때는 실제 현실이, 그리고 현실 속 미디어가 정말 이런 리얼리티 쇼를 제작할 정도까지 치닫지는 않을 거라 믿는다. 하지만 조금 더 깊이 생각해보면, 언젠가는 이런 일이 실제로 벌어질 수도 있겠다는 씁쓸함과 두려움이 밀려오는 것도 사실이다.

배우 김아중은 “실제로 더 많은 방송 프로그램이나 쇼들이 더 자극적이고, 강하게 만들어내기 위한 방향으로 가는 걸 많이 느낀다”며 “이 드라마가 좀 더 확대한 부분이 있지만, 아주 거짓말은 아니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연예부 기자 장진웅 역을 맡은 배우 이승준 역시 “인터넷 개인방송 등에서 굉장히 자극적인 것들이 지금도 많이 흘러나오기 때문에,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어딘가에서는 편성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범인이 누구일까’로 시작해서 ‘우리 스스로는 이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할까’, 혹은 ‘지금 우리 미디어가 이대로도 괜찮을까’에 대한 생각이 더 짙게 남을 드라마다. 형사 차승인 역을 맡은 배우 지현우는 “방송을 만드는 사람들은 어떻게든 본인의 일이라는 생각 안에서만 행동할 때, ‘이렇게까지 해야 되나’라는 생각을 가지고 가는 유일한 인물이 형사 차승인이다”라며 “이 역할을 통해 시청자 분들이 인간의 기본적인 감정과 도덕적인 면에서 ‘나라면 어땠을까’라는 물음표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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