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가, 삼성 ‘사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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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언련, 반올림 시민 ‘연대’에 ‘대리 농성’ 비아냥 언론 비판 논평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이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이하 반올림) 휴가를 두고 “절박함 없는 대리 농성”이란 비판한 <문화일보>과 <서울경제>, <파이낸셜뉴스>에 대해 15일 “뜬금없는 비판”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민언련은 또 이들 매체가 시민들과 언론‧시민단체의 ‘연대’ 활동을 ‘대리 농성’이라고 주장하면서도 정작 반올림 측의 입장을 취재해 반론을 싣는 등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며 “언론이 아닌 ‘삼성 사보’ 또는 ‘삼성 찌라시’ 수준임을 자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문화일보>는 지난 12일자 신문 15면 기사 <‘대리 노숙농성’ 시켜놓고 피서 다녀온 ‘반올림’>에서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의 직업병 문제의 해결을 요구하며 서울 서초동 삼성타운 앞에서 280여 일째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는 반올림이 집회를 ‘대리인’들에게 맡기고 1박 2일 피서를 다녀온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 7월 12일 <문화일보> 15면

<문화일보>는 “직업병 문제의 절박함을 외치면서도 농성장을 다른 사람들에게 맡기고 피서를 다녀왔다는 것은 반올림이 요구사항 관철과는 상관없이, 시위 자체가 목적인 ‘전문 시위꾼이라는 점을 자인한 꼴이라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문화일보>는 또 “이들(반올림)의 집회는 평소에도 당번제 형태로 운영돼온 것으로 전해졌다”며 “반올림은 이를 위해 ‘농성장 지킴이’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을 모집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올림 소속 활동가들은 며칠 건너 한 번씩 농성장을 찾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문화일보>는 “삼성전자는 반올림의 농성이 불법 소지가 농후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며 반올림이 농성을 벌이고 있는 자리가 건축법상 ‘공개공지’로 적재물 등을 쌓아둬선 안 되고 시민 다수가 문화행사를 열어도 60일을 넘겨선 안 된다는 삼성 측 입장을 소개했다.

▲ 7월 13일 <서울경제> 14면

<서울경제>도 지난 13일자 신문 14면 기사 <반올림의 이상한 농성>에서 반올림 휴가 사실을 전하며 “휴식을 못할 이유는 없지만 해당 기간 인권재단 측 인사에 농성을 맡기고, 자신들이 운영하는 카페에 휴가지에서의 사진까지 올리는 것에 대해 뒷말이 적지 않다”며 “재해예방대책과 삼성 측의 사과와 보상이 이뤄진 후에도 직업병 문제에 대한 추가적인 해결 방안을 요구하면서, 한쪽에서는 지나치게 느긋함을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라고 비판했다.

<서울경제>는 또한 익명의 ‘재계의 한 관계자’의 말을 인용, “순수함과 열정이 무기인 시민운동단체의 행동으로는 걸맞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비판했다.

<파이낸셜 뉴스>는 지난 14일 <대리농성 시키고 피서…일상이 된 반올림의 농성> 기사에서 반올림이 피서를 위해 대리 농성을 했다고 전하면서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의 직업병 문제의 해결을 요구하며 시작된 농성이 절박함은 사라지고, 이제 피서를 갈 정도로 ‘일상’이 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삼성전자 측의 반올림 농성에 대한 ‘불법소지 농후’ 주장을 전했다.

일련의 보도에 대해 민언련은 “이들 신문이 비아냥거리면서 보도한 ‘대리 노숙농성’은 남몰래 진행되는 게 아니라 애초부터 지난 280여 일 동안 그런(같은) 방식으로 진행돼 왔던 공식적인 연대 활동”이라고 지적했다. 반올림 카페에 이미 공지사항으로 각 연대 단체나 개인이 자발적 발언자로 참여하는 ‘이어 말하기’ 일정을 게시하고 있고, 연대요청 또한 공개로 요청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민언련은 “삼성반도체 백혈병 피해자들의 문제 해결을 목적으로 시작된 반올림 투쟁은 이제 반도체 산업, 전자산업 전반의 노동안전 확보, 즉 ‘건강하게 일할 권리’ 쟁취를 위한 것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반올림이 삼성을 향해 제대로 된 사과와 보상, 예방을 요구해온 것도 이 때문이며, 이들의 투쟁에 수많은 단체와 시민들이 연대와 지지의 뜻을 보내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며 ‘연대’를 ‘대리투쟁’으로 폄훼하는 보도의 문제를 지적했다.

▲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인근 보도에 마련된 반올림 농성장에 설치된 '백혈병 소녀상'의 모습. ⓒ뉴스1

민언련은 “집회는 ‘다수인이 일정한 공동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모이는 것을 의미하고 시위는 ‘많은 사람들이 공공연하게 의사를 표시’한다는 의미로, 취지에 동의하는 그 누구라고 집회와 시위에 함께할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300일이 다 되어 가는 반올림 집회에서 주최 측의 ‘출석률’을 따지는 건 치졸할 뿐 아니라 뜬금없다”고 비판했다.

민언련은 “특히 반올림의 피서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성금으로 운영되는 ‘인권재단 사람’에서 열악한 여건 속 밤낮없이 고생하는 인권활동가들의 휴직과 재충전을 위해 마련한 ‘인권활동가 ’쉼‘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진행된 것인데도, 이들 기사 어디를 봐도 반올림 혹은 인권재단 사람 측의 반론을 취재한 흔적을 찾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민언련은 “반올림 휴가에 대한 (이들 매체의) 비난 보도는 반올림 투쟁의 본질을 훼손할 뿐 아니라 투쟁에서의 연대 행보를 무시하는 것인 동시에, 삼성 측 입장을 일방 대변하는 행위”라며 “언론이 아닌 ‘삼성 사보’ 또는 ‘삼성 찌라시’ 수준을 자처한 왜곡 보도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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