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중계 화면에 제 얼굴이 잡혔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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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중계 화면에 제 얼굴이 잡혔다구요?!
[궁금증 클리닉] 스포츠 중계와 초상권 Q&A
  • 이혜승 기자
  • 승인 2016.07.18 14: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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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나의 순간, 나와 같은 감정을 공유하는 또 다른 이의 모습은 깊은 울림을 준다. 그런 의미에서 응원하는 팀이 크게 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승패를 떠나 춤을 추고 즐기며 응원하는 관중, 엄마아빠 손을 잡고 야구장에 놀러온 어린 아이들, 서로 다른 팀의 유니폼을 입고 함께 야구를 즐기는 커플 등 스포츠 중계 화면에서 보여주는 각양각색 관중들의 모습은 스포츠 경기의 또 다른 재밋거리가 된다. 또 현장감을 전달하는 데에도 훌륭한 역할을 해낸다.

중계 화면에 잡힌 주인공들에게도 TV에 나온 경험은 색다른 추억이 된다. 지인들이 중계 화면을 캡쳐 해 이들에게 알려주기도 하고, 해당 관중 역시 SNS를 통해 자랑하기도 한다.

반복적으로 카메라에 나온 사람들이 유명세를 타는 경우도 있다. 국가대표 경기를 통해 국내의 한 선수에 반한 일본인 관중이 지속적으로 해당 팀 야구 경기를 관람하는 모습이 알려지며 ‘○○맘’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고, 대구구장을 찾은 여성 관중은 한 방송사에서 며칠에 걸쳐 중계화면에 잡으며 야구팬 사이에서 ‘대구구장 맥주녀’로 불리게 됐다. 이후 해당 관중은 한 언론사와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 16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2016 KB0 리그 올스타전' 나눔 올스타대 드림 올스타의 경기가 열리고 있다. ⓒ뉴스1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추억이 되는 일이, 누군가에게는 전혀 원치 않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이제는 중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관중들의 모습을 전하는 방송사들이 과열 경쟁에 빠진건 아닌가 우려스러운 모습도 종종 보인다. 일부 방송사는 중계 흐름과 상관없이 일명 ‘미녀 관중’만을 찾아 카메라에 담는 모습을 반복해 일부 시청자들이 항의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또 조금은 민망할 수 있는 행동을 하고 있는 관중을 그대로 카메라에 노출해 무엇을 위한 중계인지 알 수 없는 일도 가끔 벌어진다.

그렇다면 스포츠 중계 시 관중의 모습을 담을 때 이들의 초상권은 보호받지 못하는 것일까? 또 SNS를 통해 중계 화면 캡쳐본이 얼마든지 확대 재생산이 가능해진 요즘, 반복적인 재노출도 법적으로 막을 방법이 없는 걸까?

Q1. 야구 중계 화면에 관중 얼굴이 클로즈업 될 경우 초상권 침해에 해당되나요?

논의에 앞서, 초상권은 여타 기본 권리들과 첨예하게 부딪히는 경우가 있어 법적으로도 논쟁이 많은 분야이다. 특히 취재·보도에 있어 초상권은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와 대립하는 경우가 많아 초상권만을 지나치게 보장하다 보면 보도의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이 커져 또 다른 문제가 될 수 있다. 따라서 개별 사안에 따라, 미묘한 상황 차이와 맥락에 따라 달라질 여지가 많다는 점을 밝혀둔다.

우선 ‘언론중재법’에 따르면 언론이 개인의 초상을 보도하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당사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공공장소에서 불특정 다수가 촬영되는 경우 모든 사람들의 동의를 받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여기에서의 ‘동의’에는 암묵적 동의도 포함이 된다.

경기장의 경우도 이에 속한다. 일반적으로 경기장에 입장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관람하는 경기가 TV를 통해 중계된다는 것을 알고 있고, 누구나 촬영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아는 상태이기 때문에 암묵적 동의가 있다고 보여 진다.

▲ 대구구장에 방문한 관중이 한 언론사에 의해 반복적으로 카메라에 노출되며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화면캡쳐

또한 ‘언론중재법’에서는 초상권 침해 면책사유로 ‘동의’와 함께, “공적인 관심사에 대하여 중대한 공익상 필요에 의해 부득이하게 이루어진 때에는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때 무엇이 ‘공적이 관심사’이고, 어떤 상황이 ‘중대한 공익상 필요’가 있다고 보여 지는가에 대해선 주관적 판단이 개입될 수 있어 항상 논란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스포츠 중계 시 관중의 모습 역시 때에 따라서는 반드시 필요한 경기의 일부분이라고 보일 수 있다. 따라서 관중의 모습을 비춘 것이 당사자의 인권을 크게 훼손하거나 사생활을 지나치게 침해한 것이 아니라면 취재와 보도의 자유가 더 우선한다고 볼 수 있다.

손지원 변호사는 “초상에 대한 권리는 공개된 장소에 있었을 때는 암묵적 동의가 있었던 걸로 보여 지기 때문에 위법하지 않다. 일반적으로 한국에서 관중을 잡는 문화가 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암묵적 동의가 있다고 보여, 초상권 침해는 성립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초상하는 자체에 명예훼손적인 부분이 있었다든지, 상황에 따라 사생활 침해가 있었을 경우에는 그 정도를 다시 따져보게 된다”고 말했다.

Q2. 중계 이후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에서 다시 반복적으로 노출 시키는 것도 문제가 없나요?

중계방송은 생중계 도중 실시간으로 관중의 모습을 포착한다는 점에서 모두의 동의를 받을 수 없거나, 의도하지 않은 모습이 포착되는 불가피한 점이 인정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중계 이후 충분한 편집 시간을 두고 재구성한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에서 또 다시 관중의 모습을 반복적으로 노출시키는 것에는 문제가 없을까.

심석태 서강대 로스쿨 겸임교수는 "관중도 경기의 일부다. 관중이 잘못한 일에 대해 해당 구단에 대해서도 중징계를 내리지 않나. 이는 관중을 경기의 일부로 보기 때문"이라며 "방송사는 경기 중계권과 더불어 하이라이트 방송을 할 수 있는 권리도 따로 산다. 이 권리에는 경기의 일부인 관중도 포함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상업영화에 사용이 된다면 별개의 일이 되지만, 적어도 다큐멘터리까지는 기록물로서의 가치도 있다고 보여질 것"이라고 밝혔다.

손지원 변호사는 “최근 들어 이 경우가 애매하긴 하다. 특히 명백하게 사용에 대한 거부의사를 사전에 표현했을 경우 다시 사용할 수 있는가의 문제가 있다”며 “그러나 판례상 초상권이 인격권과 사생활 침해, 명예훼손과 연결이 됐을 때 명확한 결론이 확립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

▲ 야구 커뮤니티 '엠엘비파크'에서 한 이용자가 실시간으로 미모의 여성 관중을 캡쳐해 인터넷상에 공유하고 있다. ⓒ엠엘비파크

Q3. 방송사가 아닌 개인이 화면을 캡쳐 해 인터넷상에 공유한 경우는 어떤가요?

최근 들어서의 문제는, 방송사가 중계를 내보낸 뒤 개개인들이 언제 어디서나 캡쳐를 통해 해당 화면을 보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적으로 소유하고 공유하는 경우는 알 방도가 없다 하더라도, 야구 커뮤니티나 개인 SNS 계정 등을 통해 인터넷상에 공개적으로 공유하는 경우엔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중계 화면에 잡힌 관중들에 대한 ‘외모 품평’이나 도를 넘은 ‘성희롱 발언’까지 나오는 경우도 있다.

손지원 변호사는 “초상을 캡쳐했다는 것만으로 초상권 침해는 성립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뒤, “하지만 해당 글을 비하 발언, 인격을 침해하는 발언과 함께 공유하는 등의 행위가 있었을 경우 민법상 문제가 있을 가능성은 있다”고 조언했다.

심석태 서강대 로스쿨 겸임교수는 "일반 뉴스 보도에서 길거리 앞에서 취재를 했는데 이후 이 보도를 개인이 공유한다고 해서 거기에 찍힌 모든 이들의 동의를 받을 수는 없지 않겠나"라고 예시를 들며, "하나를 제약하기 시작하면 이것이 또 다른 과도한 제약의 문제로 번질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Q4.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또 다른 개인이 캡쳐 화면에 대해 비하 발언을 한 경우 개인적인 소송은 할 수 없나요? 중계방송사에 대해서도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는 없는 건가요?

그렇다면 본인이 캡쳐 화면을 올린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남이 올린 게시글에 댓글로 비하 발언, 인격을 해치는 발언, 혹은 성희롱 발언을 한 경우에는 처벌할 수 없는 것일까. 이 경우 일차적으로 해당 방송을 중계한 방송사에 대해서는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걸까.

손지원 변호사는 “댓글을 명예훼손이나 모욕죄로 형사처벌 할 수 있는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 역시 어느 상황에서나 확실하게 위법하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심석태 서강대 로스쿨 겸임교수 역시 "사실을 가지고 한다면 명예훼손, 그냥 막연히 비난하거나 기분을 나쁘게 했다면 모욕죄가 성립할 수 있다"며 "이 경우 방송사에는 전혀 책임이 없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들은 모두 “초상권, 명예훼손, 모욕죄 등의 외연을 지나치게 넓혀가다 보면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경우가 생긴다. 따라서 각각의 상황 모두 맥락에 따라 첨예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 야구 커뮤니티 '엠엘비파크'에서 한 이용자가 관중의 모습을 너무 많이 노출하는 것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엠엘비파크

도덕 교과서적인 이야기일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역시 관중을 대하는 방송사와 개인들의 자세다. 3시간 이상 이어지는 스포츠 중계에서 현장감을 전달하고, 색다른 재미를 넣기 위한 노력은 좋지만, 경기 상황과는 상관없이 미모의 여성 관중만을 잡으려 하는 모습은 이제 시청자도 원하지 않는다. 게다가 ‘누가 봐도’ 남에게 보이기 싫을 것 같은 모습을 굳이 찾아가서 비추는 노력은 그만해도 좋지 않을까.

또 스포츠 커뮤니티뿐만 아니라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와 관련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요즘이지만, 스포츠 커뮤니티의 경우 특성상 남성 이용자가 많다보니 도를 넘는 성희롱 발언들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해당 발언은 당사자뿐만 아니라 다른 커뮤니티 이용자에게도 불편함을 줄 수 있다.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해당 관중이 아니더라도, 관중 캡쳐 사진을 내려달라고 건의하기도 하고 올바르지 못한 발언에 대해선 지적을 하는 등 자생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이처럼 이제는 경기장 내에서 뿐만 아니라, 경기장 밖에서 성숙한 커뮤니티 문화를 가지는 것 역시 올바른 관중 문화의 또 다른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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