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있어야 파이팅” 논란이 언론 때문? 안양옥은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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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있어야 파이팅” 논란이 언론 때문? 안양옥은 틀렸다
[기자수첩] 한국장학재단 이사장, 논란 발언 해명하며 배포한 녹취록, 오히려 문제 발언 가득
  • 구보라 기자
  • 승인 2016.08.03 16: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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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이 있어야 학생들이 파이팅 한다”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던 안양옥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이 지난 7월 29일 언론에 ‘사과와 해명의 편지’를 발송했다. 안양옥 이사장은 지난 7월 4일 교육 담당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대학생의 등록금과 생활비 지원과 관련해 무상 지원 방식으로 이뤄지는 국가장학금 비중을 줄이고 무이자 대출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면서 이 같이 말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며 질타를 받은 바 있다.

논란 직후 “의미 전달이 제대로 안 됐다”며 해명과 사과를 했던 안 이사장은 25일이 지난 후 또 다시 언론 앞으로 편지를 보냈다. 안 이사장은 이 편지에서 “본래 취지가 생략된 채, 언론보도, SNS 등을 통해 퍼져나간 ‘빚이 있어야 파이팅한다’는 말이 인용이 확대·재생산됨에 따라, 등록금뿐만 아니라 생활비 등의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학생과 학부모님께 큰 오해”가 생겼다고 거듭 해명했다.

안 이사장은 편지에서 “저소득층에게는 국가장학금을 적극 지원하고, 고소득층에게는 학자금대출을 이용하게 하여 모든 학생이 가능하면 공평한 선상에서 출발할 수 있으면 하는 개인적 신념이 있었다”며 “부모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가 높은 고소득층 자녀의 경우 서구와 같이 부모로부터 경제적으로 자립하고 분발하는 방향으로 발전되어가길 바라는 의미”라고 밝혔다.

안 이사장은 해당 발언이 나왔던 간담회 녹취록 편지에 첨부하며 자신의 발언과 맥락의 취지를 이해해달라고 재차 당부했다. 그러나 ‘본래의 취지’가 들어있다는 회의록을 통해 안양옥 이사장이 “빚 있어야 파이팅” 발언보다 더욱 더 청년세대에 대한 몰이해를 드러내는 발언을 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첨부된 녹취록 속에서 안 이사장은 이런 말들을 하고 있었다.

▲ 안양옥 한국장학재단 이사장 ⓒ뉴스1

“(대학생에게 장학금을 주는 건) 30%의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는 학생에 비하면 특혜를 주는 것이다.”

“부모들이 자식의 고등 교육에 부를 집중하다보니 개천에서 용이 날수 없다”, “우리사회는 자식애가 강해서 과도한 교육열이 생긴다. (성년이라고 할 수 있는) 18세 이후에도, 죽을 때까지 자식을 서포트하는 그 문화가 양극화를 더 어떻게 보면 계속 유지하는 기제 중에 하나다.”

“다른 문화는 서구문화를 받아들였는데 18세 이후에 자립하는 문화는 우리사회에 강조되고 있지 않은 부분 아닙니까.”

“사실 요즘 대학을 고등교육을 수혜를 받고 취업을 하려고 하는데, 제가 보기에 기대수준이 자꾸 높아서 취업을 안 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취업 직업군이 없는 게 아니라…부모로부터 후원을 받고 지원을 받다보니….”

녹취록을 보면 안양옥 이사장은 대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30%보다는 특혜를 받는데도, ‘과도한 교육열을 지닌’ 대한민국 부모 때문에 자립을 못 하고 있다며 부모들을 탓하고 있었다. 또한 안양옥 이사장은 서구와 달리 높은 등록금을 자랑하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간과한 채 우리나라 청년들이 부모로부터 자립하지 않는다며 서구사회와 비교했다.

등록금 자체가 적거나 장학제도가 잘 갖춰진 유럽뿐만 아니라 높은 등록금을 자랑하는 미국조차도 ‘장학금과 ‘재정보조(Finacial Aid)’(장학금보다 포괄적인 패키지 시스템)을 통해 재정부담을 줄여주고 있기 때문에 성인이 된 이후 부모로부터의 경제 독립이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청년들은 연 700만원(사립대 기준)이 넘는 등록금을 내기 위해, ‘저소득층’이 아니더라도 학자금 대출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한국장학재단은 대학등록금 총액 14조원(2011년 기준) 중 정부재원 장학금(4조원)과 대학 자체노력(3.1)조원으로 절반 이상을 지원했다고 발표했지만(▷링크)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한 반값등록금은 실제 대학생들에게는 와닿지 않는다.

한국장학재단의 조사에 따르면 2009~2015년 사이 학생 327만명이 학자금 대출을 받았고, 그 금액은 14조 8000억여 원에 달한다. ‘반값등록금 실현과 교육 공공성 강화를 위한 국민본부’에 따르면 학자금 대출 채무를 제대로 갚지 못하고 있는 청년은 2015년 기준 19만 6822명에 이른다.

취업 후 일정 수입이 생기면 대출금을 갚도록 하는 ‘든든학자금대출’ 상황 비율 또한 계속 낮아지고 있는데, 실제로 대출금을 갚지 못하고 있는 학생들의 수는 2013년 1201명에서 2014년 1만 2563명으로 크게 늘었다. 심각한 청년 실업의 문제 때문이다.

심지어 한국장학재단으로부터 학자금 대출을 받은 학생들은 이를 갚지 못할 경우, 채권 추심을 받기 시작하고 신용불량자가 될 위험에도 노출되어 있다.(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566조, ▷관련기사)

▲ ‘2015 대학생 정부 학자금 대출 실태 조사 및 문제점 진단’ ⓒ대학내일20대연구소

현실이 이러한데도 안양옥 이사장은 청년들이 부모로부터 자립하지 못하고, 눈이 높아서 취업을 안 한다며 그들을 탓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현실에서 자립하지 못하고 취업하지 못한 건 청년들의 탓이 결코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안 이사장이 제시한 한국장학재단의 방향이다. 한국장학재단 설치법 제1조에서는 “대학생에 대한 학자금 지원 제도를 효율적으로 운영함으로써 경제적 여건에 관계없이 누구나 의지와 능력에 따라 고등교육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함”을 재단 설립의 ‘목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고등교육 기회를 얻으려는 대학생들에게 ‘학자금 대출을 널리 장려하자’가 한국장학재단의 설립 취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안양옥 이사장은 등록금을 지원해주는 국가장학금 비율을 줄이고, 등록금을 빌려주는 무이자 학자금 대출 비중을 늘리자고 주장했다. 거듭 말하지만, 무이자 대출도 빚이다.

결국 안양옥 이사장은 “빚 있어야 파이팅” 발언을 포함한 간담회 발언에서, 청년세대 당사자 뿐만 아니라 전 세대가 공감하는 청년들의 불안한 현실에 대한 공감 부재를 여실히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안 이사장은 언론이 자신의 발언을 왜곡해 보도했다며 언론에 책임을 떠넘겼지만, 언론은 언론으로서 그의 발언을 보도했을 뿐이다.

안양옥 이사장이 언론을 탓하기에 앞서 해야 할 일은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으로서 높은 등록금으로 인해 학자금 대출의 늪에 빠져있는 대학생들의 현실을 정확히 바라보고, 보다 근본적인 해법을 마련하는 일이다.

▲ 5월 8일 SBS ‘SBS 스페셜-헬조선과 게임의 법칙’ ⓒSBS

<PD저널>은 안양옥 이사장에게 한국 청년들이 살아내고 있는 현실을 담은 방송 프로그램을 몇 개를 추천한다. 참고로, 이번에 추천하는 프로그램 외에도 안 이사장이 두 번이나 -비록 두 번 모두(한 번은 이사 간 폭행 사태로, 또 한 번은 총선 출마로) 중도 사퇴를 했지만- 이사를 맡았던 EBS에선 지속적으로 청년 문제에 관심을 갖고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해 온 만큼, 조금만 검색해봐도 수많은 관련 방송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을 알린다.

■ EBS <프레임人 - 셀프다큐, 청춘>(10부작)(2015년 11월~)(▷링크)

■ KBS <시사기획창> ‘청년 대한민국, ‘개천의 용’ 살아있나’(2016년 3월 방영)(▷링크)

■ SBS <SBS 스페셜> ‘헬조선과 게임의 법칙-개천에서 용이 날까용’(2016년 5월 방영)(▷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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