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대표에 ‘이정현 녹취록’ 이정현…언론 자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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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법 위반 혐의 검찰 수사도, 국회의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논의도 ‘빨간불’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 이정현 의원이 지난 9일 전당대회를 통해 새누리당의 신임 대표로 선출됐다. 청와대 홍보수석 시절인 2014년 김시곤 당시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세월호 참사 관련 보도를 통제한 정황이 담긴 녹취록이 언론노조에 의해 공개된 이후 치러진 전당대회에서 이 의원이 새누리당 대표로 선출되면서 퇴행하고 있는 언론 자유를 회복하기 위한 언론계의 노력이 또 하나의 장벽을 만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언론인들도, 세월호 특조위도, 순천 주민들도 방송법 위반 지적했지만…

현재 검찰은 이정현 신임 대표의 방송법 위반 혐의를 수사 중이다.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와 언론노조, 그리고 언론노조 KBS본부 등이 이 신임 대표를 방송법 제4조(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 2항 위반 혐의로 고발한 데 따른 것이다. 지난 4일엔 이 신임 대표의 지역구인 전남 순천지역의 시민단체들도 이 신임 대표를 방송법 제4조 2항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해당 조항은 누구든 방송법에 의하지 않고선 방송 편성에 대해 어떤 규제와 간섭도 할 수 없다는 내용으로, 이를 위반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 이정현 새누리당 신임 당 대표가 9일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발을 위한 새누리당 제4차 전당대회에서 꽃다발을 들고 있다. ⓒ뉴스1

언론노조가 지난 6월 30일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이 신임 대표는 2014년 세월호 참사 직후 김시곤 당시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뉴스 해경 비판 보도에 항의하며 일부 보도를 바꿔달라고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하필이면 오늘 KBS를 봤네”라며 박 대통령을 암시하는 듯한 ’압박‘으로 해석 가능한 발언도 했다.

언론계 안팎에선 이를 ‘제2의 보도지침 사건’으로 규정하며 검찰수사와 청문회 등을 통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들도 ‘이정현 녹취록’을 포함하는 정권의 언론장악 청문회를 개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은 녹취록 속 해당 발언을 언론에 대한 ‘읍소’ 정도로 규정하며 “홍보수석의 역할을 한 것”이라고 두둔, 사안을 축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가운데 이정현 의원은 지난 7월 7일 당 대표에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언론계는 물론 야3당은 일제히 논평을 내고 “헌법이 보장한 언론의 자유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국헌 문란 행위를 주도했을 뿐 아니라 방송법에서 정한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당 대표 출마선언을 한 건 납득하기 어렵다”(더불어민주당), “이정현 의원은 대한민국 언론의 자유를 어떻게 보호할지부터 말해야 한다”(국민의당), “언론통제가 이 전 수석 개인의 일탈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로, 국민의 입장에선 이런(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는) 당당함에 할 말을 잃게 된다”(정의당)고 비판했다.

하지만 지난 9일 전당대회에서 이정현 의원은 당 대표에 선출됐고, 언론계 주변에선 과연 검찰이 현직 여당 대표를 상대로 제대로 된 수사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권영빈 특조위 진상규명 소위원장은 새누리당 전당대회를 앞둔 시점이었던 지난 4일 YTN라디오 <최영일의 뉴스 정면승부>와의 인터뷰에서 “특조위가 검찰에 고발하면 검찰청이 담당 검사를 지정하고 3개월 안에 수사를 마치도록 돼 있는데 (6월 말에 고발을 했음에도) 아직 검찰에서 담당 검사를 누구로 지정했다는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 언론노조 등이 지난 6월 30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월호 참사 직후인 2014년 4월 21일과 30일 이정현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과 김시곤 당시 KBS 보도국장의 통화 내용을 공개하고 있다. ⓒ언론노조

국회의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논의 또한 더 난항을 예고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야3당은 지난 7월 21일 공영방송 사장 선임 시 특별다수제(재적이사 3분의 2 이상 찬성)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법안을 공동 발의했다. 무소속 포함 야당 국회의원 171인 중 162인이 참여한, 20대 국회 출범 이후 제출된 최대 규모의 공동 발의 법안이다.

해당 법안은 공영방송 이사와 임원이 직무 수행과 관련해 내‧외부의 부당한 지시나 간섭을 받지 않고, 정치활동에도 관여할 수 없도록 하면서 이를 어길 경우 처벌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이정현 녹취록’을 통해 드러난 청와대와 공영방송 사장 등 임원에 의한 보도통제 논란 등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장치다.

아무도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법안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을 만큼, 이 법에 우호적이지 않은 모습을 보인 새누리당이 정권의 방송 보도통제를 상징하는 사안으로 떠오른 ‘이정현 녹취록’의 주인공을 신임 대표로 선출한 상황에서 법안 처리에 협조하는 모습을 보이기란 더욱 어려운 상황이 됐다는 분석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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