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리우 올림픽, 좋았거나 나빴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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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중심 VR 영상 등 새로운 시도 ‘눈길’, 중계진들의 성차별 발언들 여전한 ‘논란’

‘새로운 세상(New World)’을 슬로건으로 내건 2016 리우 하계 올림픽이 22일(한국시간 오전 7시)에 막을 내렸다. 무더웠던 여름, 치열하게 경기가 이어져왔던 17일의 올림픽 기간 동안 지상파 방송 3사의 중계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우선 각 방송사에서는 올림픽 기간 동안 최근 몇 년 사이 많이 늘어난 모바일 시청층을 공략하기 위해서 TV 중계 외에도 ‘리우 올림픽’ 전용 홈페이지를 통해 생중계, 다시보기, 하이라이트 영상, VR(Virtual Reality) 등 다양한 콘텐츠를 시청자에게 제공했다. 특히 눈길을 끌었던 건 VR 콘텐츠로, 이를 통해 방송사들은 시청자들이 이전까지 볼 수 없었던 공간까지 담아냈다.

MBC는 올림픽 기간 중 열리는 주요 경기 일부를 VR로 촬영해 시청자들에게 제공했다. 특히 선수들의 모습을 역동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비치발리볼과 복싱, 체조, 펜싱, 육상, 다이빙 등의 종목에 대해 VR 서비스를 제공하며 과거 제한된 촬영 각도로는 볼 수 없었던 ‘숨은’ 장면들을 보여줬다.(▷링크)

SBS 또한 경기가 벌어지는 마라카낭 주경기장의 모습을 360도 VR 콘텐츠로 담아내 공식 홈페이지에서 서비스했다. '[비디오머그 VR] 현역 펜싱 선수와의 경기... 어떤 느낌일까?'(▷링크) 등 주요 종목 경기장의 모습을 물론 리우데자네이루의 코파카바나 해변, 예수상 등 유명 상징물들을 VR로 공개했다.

▲ SBS는 올림픽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주요 종목 경기장의 모습을 물론 리우데자네이루의 코파카바나 해변, 예수상 등 유명 상징물들을 VR로 공개했다. ⓒSBS

SBS는 올림픽 전용 홈페이지에 마련한 ‘뉴스’ 코너에서 비디오머그, 비디오머그 VR, 스브스뉴스, 취재파일 등 다양한 형식의 콘텐츠를 제공했다. 특히 ‘스브스뉴스’를 통해서는 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선수들에 대해 소개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중계석에 설치된 소형 카메라로 해설진의 중계 모습을 관찰하는 ‘리액션 캠’을 통해 해설진의 다양한 모습과 표정을 전달해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MBC는 올림픽 전용 홈페이지에서 ‘스페셜’, ‘하이라이트’, ‘다시보기’, ‘어록’ 등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선보였는데, 특히 선수들의 생생한 인터뷰가 담긴 ‘스페셜’ 영상과 ‘하이라이트’ 영상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단순한 경기 ‘다시보기’보다는 선수들과 올림픽 이면의 이야기를 담은 영상이 시청자들에게 어필함을 알 수 있었다.(▷링크 ‘펜싱 에페 금메달리스트 박상영 인터뷰’) MBC는 이외에도 대국민 국가대표 응원 프로젝트 ‘리우 가요제’를 통해 시청자들이 직접 제작한 응원 동영상을 받아, TV 중계에서도 이를 활용하기도 했으며, ‘해요! TV’라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모바일 중계도 제공했다.

KBS는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마이 케이(my K)’를 통해 기존의 TV 중계와는 다른 해설진을 마련해 주력 종목인 축구, 배구에서 예능적인 요소를 가미한 중계를 제공해 재미를 선사하고자 했다. 이외에도 ZZLee, 종석, 오마발 등의 웹툰 작가가 올림픽 관련 소식을 그려내는 ‘올림픽 웹툰’ 연재를 통해서 시청자들의 흥미를 끌었다.

특히 KBS 올림픽 전용 홈페이지에 마련된 ‘영상’ 메뉴에서는 <리우 2016 최신영상>, <막내 PD라 간다!>, <흥궈신의 막 들이대 편파중계> 등 총 12개의 테마별 올림픽 소식을 제공했다. 특히 <막내 PD라 간다!>의 경우 1분 30초 내외 분량의 ‘태권도 해설 손태진! 구로~ 태진이 된 사연은?’(▷링크), ‘구로쵸' 손태진 선생과의 인터뷰’ 등 영상처럼 해설위원들의 재미있는 특징들을 분석하거나, 경기가 끝난 선수들의 생생한 인터뷰를 시도해 화제가 됐다.

▲ MBC 올림픽 축구 해설위원 안정환(오른쪽), 캐스터 김성주 ⓒMBC

전문성·예능감 등으로 무장한 해설 경쟁…성차별, 애국주의 발언 등 여전히 논란

선수들의 메달 경쟁만큼 해설 경쟁도 뜨거웠는데, 선수 출신이거나 현재 선수 출신 예능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중계진의 전문적이면서도 예능감 넘치는 해설들이 시청자들로부터 인기를 끌었다. 일례로 KBS 이영표 해설위원은 지난 14일(한국시각) 남자축구 8강전에서는 상대 측만 탓하기보다는 “온두라스 선수들이 부상한 척 넘어져서 시간 끌고 그런 것도 문제가 있지만 한국 선수들이 선취점을 넣었다면 온두라스가 저런 침대 축구를 하지 못한다”며 한국 선수들의 잘못도 지적하는 등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냉철한 해설을 보여주어 시청자들로부터 호평을 받기도 했다.

MBC 축구 중계에서는 예능감 넘치는 김성주, 안정환 서형욱 해설위원이 가세해 재미와 해설 모두 잡았다는 평을 받았다. 또 2012 런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해설에 처음 나섰던 SBS 원우영 해설위원과 리우 현지에서 직접 골프 경기장의 상황을 중계했던 MBC 최나연 해설위원 등 많은 선수 출신 해설위원들은 선수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전문성이 돋보이는 해설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에서도 중계진들의 성차별 발언들이 여지없이 논란이 됐다. 실례로 전 종목에서 “심판을 소개할 때마다 남성 심판은 ’○○○ 심판’이라고 소개하는 반면, 여성 심판은 ‘○○○ 여자 심판으로 호명”한다거나, “해변엔 미녀가, 바닷가에는 비키니”(KBS, 비치발리볼 여자 예선 B조 1경기), “엄마 리더십“, ”엄마 검객”, “착하고 활도 잘 쏘니까 일등 신붓감”(KBS, 양궁 개인 결승전), “남편한테만 보여주는 애교를 국민 여러분에게도 보여주면 좋을텐데요”(MBC, 여자 골프 시상식) 등의 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그대로 노출하거나 성차별로 해석 가능한 발언들이 쏟아져 나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SNS에서 자발적인 아카이빙(▷링크)이 이루어질 정도였다.

이윤소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사무국장은 “이 문제에 대한 지적을 10년 전부터 꾸준히 해 왔지만, 스포츠 중계의 특성 상 짜여진 각본이 없이, 해설자와 캐스터의 말로 실시간으로 진행하다 보니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며 “개선을 위해선 방송사에서 중계를 준비하면서 이 지점까지 챙겨야 하는데, 경기 전 방송사들은 경기 편성과 광고 수익 등에만 관심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윤소 국장은 “그렇기에(방송사들이 제 역할을 충분히 못하고 있기에) 이번 올림픽 중계의 성차별 발언에 대해 자발적으로 아카이빙하는 (누리꾼들의) 흐름이 더욱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언론인권센터의 윤여진 사무처장도 “방송 정책적 차원에서 스포츠 중계에서의 방송용어나 해설의 문제에 대해 프로젝트를 만들어 근본 개선을 위한 움직임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상파 방송 3사에선 성차별 발언을 지적하는 여론에도 불구하고, 올림픽 기간 동안 어떠한 반응도 내놓지 않았다. 아카이빙을 주도한 누리꾼들은 올림픽 기간 동안 공동 작업 통해 진행된 결과를 토대로, 각 방송사에 공식적으로 항의할 계획이라 밝힌 상황이다. 이런 항의에 방송사들이 어떻게 대응할 것이며, 스포츠 중계에서 관행처럼 나오던 성차별 발언들은 과연 개선 가능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양궁 장혜진이 지난 11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삼보드로모 경기장에서 열린 2016리우하계올림픽 여자 개인 결승전에서 과녁을 향해 활시위를 놓고 있다. ⓒ뉴스1

올림픽뿐만 아니라 스포츠 경기를 중계할 때마다 매번 지적되고 있는, 지나친 애국주의와 금메달 중심주의 발언들도 여전했다. 이번 올리픽 중계에서는 한국 선수들의 선전을 칭찬하는 모습을 넘어, 상대 팀 선수의 실수를 바라거나 상대 팀의 실수에 ‘’다행‘’이라고 말하며 지나치게 좋아하는 모습 등이 여전히 등장했다. 상대 선수가 부상이 있을 때, “우리나라에는 좋은 일”이라고 표현까지 있었다. 또 한국 선수가 금메달을 따지 못한 경우 “아쉽게 은메달”이라는 표현도 여전했다.

지나친 중복 편성·예고 없는 정규방송 결방으로, 시청자들 항의 빗발치기도

지상파 방송 3사의 지나친 중복 편성도 내내 논란이었다. 중복 편성은 올림픽 때마다 제기되었던 문제이지만, 지난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는 방송 3사가 12개 종목을 순차방송으로 중계하며 진전된 시도를 했다. 그러나 리우 올림픽에서는 중복 편성의 모습으로 돌아갔고, ‘시청자의 채널 선택권’을 외면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한국의 메달 획득이 유리한 종목 위주로 중계가 쏠리며, 한국의 승패를 떠나 스포츠 자체를 즐기고 싶은 이들의 시청권은 박탈당했다는 평가다.

일례로, 남자배구의 경우 한국이 예선에서 탈락하며 아예 올림픽 출전을 하지 못하자, 예선경기는 하나도 중계되지 못했다. 또 외국의 선수들이 경기를 펼치고 있음에도 중계진들이 한국 선수의 출전 경기 중계하기 위해 기다리며 경기 관련 해설은 하지 않고 과거 해당 한국 선수가 펼쳤던 경기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배드민턴 등 경기 시간이 긴 종목을 중계하는 도중, 한국 선수의 메달권 진입 가능성이 높은 주력 종목이 겹칠 때 ‘사전 고지 없이’ 다른 경기로 넘어가는 모습도 있었다. 일례로 SBS는 지난 12일 밤에서 13일 새벽으로 넘어가는 시간, 배드민턴 예선전 한국(이용대, 유연성) vs 대만 중계 도중 경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설명 없이 여자 유도 78kg 이상급 16강전 경기 중계로 넘어갔다. 여자 유도 경기가 끝난 후엔 배드민턴이 아닌 또 다른 경기로 중계를 넘겨 배드민턴 중계 재개를 기다리던 시청자들을 허탈하게 했다.

방송사 측의 예고 없는 결방도 시청자들의 항의를 받았다. KBS 일일 아침드라마 <내 마음의 꽃비>의 경우 사전예고 없이 급작스럽게 여러 차례 결방됐다. 이에 시청자 게시판에는 “결방이 너무 기네요”, “(경기중계는) KBS 1TV에서 해도 되잖아요”, “아침드라마 시청자들도 중요합니다” 등 수많은 항의가 쇄도했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도 7월 30일 방송 이후 3주 연속 결방했다. 제작진은 결방 3주째인 지난 20일 홈페이지를 통해 시청자들의 양해를 구했지만, 시청자게시판에는 불만이 쏟아졌다.

한편 이번 올림픽에서는 유독 시청률이 저조했다. 그 원인으로는 ‘12시간 이상의 시차’, ‘간판스타의 부재’, ‘한국 선수들의 부진’ 등이 지적됐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에 따르면 리우 올림픽 중계방송 광고 판매량이 지상파 한 곳당 60억 원이며, 방송 3사가 올림픽 중계권에 대해 지급한 비용은 지상파 3사를 합쳐 총 440억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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