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권력·부패언론을 처벌하라. 언론자유는 그냥 두라”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병우 수석 처가 강남 땅 의혹 최초보도 ‘조선일보’ 기자 휴대전화 압수에 언론계 일제히 반발

검찰이 이명진 <조선일보> 기자의 휴대전화를 압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언론계 안팎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검찰 특별수사팀은 지난 29일 이명진 <조선일보> 기자의 자택에 찾아가 휴대전화를 압수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이명진 기자는 지난 8월초 이석수 당시 특별감찰관과 전화 통화를 하고 관련 내용을 SNS 메신저로 공유했을 뿐 기사를 작성하거나 문건 형식으로 만들지도 않았다. 하지만 MBC는 이명진 기자가 SNS 메신저로 공유한 메모를 알 수 없는 경로로 입수해 지난 16일 당사자 동의 없이 보도했고, 검찰은 MBC에 대한 수사 대신 고발 당사자도 아닌 참고인 신분의 이명진 기자의 휴대전화를 압수한 상황이다. 이명진 기자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처가의 강남 땅 거래 의혹을 처음 보도한 기자다.

이와 관련해 언론노조(위원장 김환균)는 31일 “언론자유는 가만히 두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조선일보 노동조합은 언론노조 소속이 아니다.

언론노조는 이명진 기자가 참고인 신분이며, 참고인을 압수수색 하는 건 극히 이례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하며 “이명진 기자가 지금 벌어지고 있는 부패 권력과 부패 언론의 싸움 속에서 가장 먼저 압수수색을 당할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언론노조는 “이례적인 일엔 무언가 구린 실체가 있기 마련”이라며 “부패 권력이 부패 언론을 잡겠다고 애먼 언론자유를 옥죄고 있다”고 비판했다.

▲ 8월 30일 <조선일보> 3면

한국기자협회(이하 기협) 편집위원회도 31일 발행한 <기자협회보>를 통해 “검찰 특별수사팀이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의 누설 의혹 수사를 명분으로 통화 당사자인 <조선일보> 기자의 휴대전화까지 압수한 것은 명백하고도 중대한 언론자유 침해”라고 비판했다.

기협 편집위원회는 “해당 기자는 지극히 평범하고 정상적인 취재활동을 했을 뿐이며, 피의자‧피내사자‧피고발인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는다”며 “취재기자의 정상적 취재활동을 문제 삼아 기자의 각종 취재정보와 취재원 정보, 사생활 등이 담긴 휴대전화까지 압수하는 건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이라고 지적했다.

기협 편집위원회는 “각종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우병우 민정수석에 대해선 집무실은 물론 자택조차 압수수색 하지 않으면서, 단순 참고인 신분인 취재기자의 휴대전화를 어떻게 봐야 할까”라고 반문하며 “검찰의 취재기자 휴대전화 압수수색은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정치권력이 취재의 자유를 침해하고 탄압한 대표 사례 가운데 하나로 남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언론개혁시민연대(이하 언론연대)도 이날 발표한 논평에서 “취재 내용이 유출돼 MBC로 흘러들어간 과정은 여전히 베일 속인데, 검찰 특별수사팀은 우병우 수석 처가의 강남 땅 의혹을 최초 보도한 <조선일보> 기자의 휴대전화를 압수했다”며 “이미 녹취록이 공개된 상황이고 이석수 전 감찰관의 휴대전화를 압수한 마당에 왜 취재기자의 휴대전화까지 들여다봐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언론연대는 “해당 기자는 취재를 위해 감찰관과 통화했다는 이유만으로 범죄 혐의에 대한 구체적 단서도 없이 압수수색의 대상이 됐고, 감찰 유출과 관련 없는 취재 내용, 취재원 정보까지 고스란히 검찰에 넘겨주고 말았다”며 “민주주의와 언론정의의 원칙은 정치권력, 언론권력 그 누구에 의해서도 훼손돼선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