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진, ‘트로이컷’ MBC 임원 책임 ‘어물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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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이사들 “형사상 고의성 없으니 징계 논의 그만” vs 野이사들 “대법 판결 부정, 면죄부 안 돼”

MBC 경영진이 지난 2012년 언론노조 MBC본부 파업 당시 사내 보안 프로그램 ‘트로이컷’을 이용해 노조 간부 등의 사적 정보를 열람해 대법원으로부터 노조 사찰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하 방문진)의 경영진 징계 의결은 요원해 보인다.

지난 1일 열린 제15차 정기이사회에서 야당 추천 이사들은 ‘트로이컷 사건’ 관련 MBC 경영진에 대해 방문진이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고영주 이사장을 비롯한 여당 추천 이사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고영주 이사장을 비롯한 여권 이사 6인은 “MBC 경영진에게 고의성은 없었고, 민·형사상 불법행위 인정이 다르다”며 “더이상 트로이컷과 관련 경영진에 대한 조치는 논의하지 말자”고 주장했다. 지난 5월 대법원이 트로이컷 사건 관련 판결에서 민사상 차재실 전 정보콘텐츠실장과 안광한 사장, 김재철 전 사장, 조승규 신사업개발센터장, 이진숙 대전MBC 사장, 임진택 전 MBC 감사에 대해 노조 측에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판결했지만, 형사적 법적 책임은 차재실 전 실장에게만 물었기 때문에, 이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게 여권 이사들의 논리다.

하지만 야당 추천 이사들은 안광한 사장 등 경영진들에 대한 징계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뿐 아니라, 차재실 전 실장에 대해 감봉 6개월 처분을 의결한 인사위원회(7월 20일) 결과에 대해서도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MBC 이사회 결의내용 보고를 위해 이날 이사회에 참석한 백종문 MBC 미래전략본부장은 “당시는 파업 와중이라, 경황이 없었다. 차재실 전 정보콘텐츠실장이 회사를 위해서 열심히 일하려 했기에 정상을 참작해야 한다. 그 정도 징계가 감봉 6개월이 타당하다고 본다”며 "조규승 센터장의 경우 당시 본부장급 사원 신분으로서 임원급 업무를 수행해 이번 징계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야당 추천 최강욱 이사는 “결국 조규승 센터장의 경우 임원 일을 했으니까 책임을 안 진다는 얘기인데 이야말로 앞뒤 모순이 아닌가. 권한이 있으면 책임지는 건 당연하다”고 반박했다.

이에 여당 추천 김광동 이사는 “차재실 전 실장은 회사의 보안 조치를 담당했을 뿐이며, 고의성도 없었고 노조를 염탐할 의도도 없었다”며 “억측으로 책임을 묻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여당 추천 이사들은 형사상 처벌을 받지 않은 경영진에 대해서도 징계를 내릴 수 없는 일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들은 “노조원의 비밀을 캐려 했다는 증거도 없으니 경영진에 대한 문책은 과하다”(여당 추천 김원배 이사), “경영진이 자기들 문서도 열릴 것이라는 걸 알면서 ‘트로이컷’ 프로그램을 추진했겠나. 고의와 악의가 없었다고 보이고, 관리책임이 경미하다고 보여 특별한 조치가 필요 없다”(여당 추천 권혁철 이사)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법원에서는 MBC 경영진이 “개인정보를 일괄적으로 수집・보관・열람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묵인하거나 조장하여 방조했다”고 지적하고 “집단적 단결권 및 단체행동권을 침해한 혐의” 또한 인정했다.

야당 추천의 이완기 이사는 “왜 대법원 판결을 무시하나. 형사와 민사상은 입증 방법만이 다를 뿐, 고의적 과실이라는 점은 일치하기에 책임이 인정된다”며 “차재실 실장이 검찰 조사를 받을 때도 ‘윗선도 다 알고 했다’고 진술했고, 이를 근거로 판결이 나온 건데, 어찌 부정하려드나”고 반박했다.

최강욱 이사도 “최고 사법기관에서 결정했으면 지킬 생각을 해야지, 뻔한 상황 논리를 동원해 판결 자체를 부정하며 면죄부를 줘선 안 된다”며 “과연 여러분(여당 추천 이사 6인)이 경영진을 단죄할 의지가 있는지 실제로 책임을 물을 자율권이나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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