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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소재 개발이 에너지·환경문제 해결의 열쇠
인공장기에 고분자 신소재 사용하기도
진정일<고려대 화학과 교수>

|contsmark0|첨단소재혁명 요즈음 첨단소재라는 말처럼 유행하는 말도 찾아보기 힘들다. 첨단산업, 첨단기술, 미래기술혁명, 21세기 재료 등을 말할 때 항상 등장하는 단어가 바로 첨단소재이다.진공관을 ic로 대체할 수 있었던 것은 실리콘 반도체 재료의 등장으로 가능해졌으며, 전기기술을 전자기술로 바꾼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현재는 흔히 신소재라 부르는 재료들이 기존 사업에는 물론 하이테크산업과 우리 일상생활에도 널리 사용되고 있는 필수재료들이며 기술혁신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여기서는 다양한 종류의 첨단소재 중 몇가지만 골라 소개하기로 한다.
|contsmark1|수소저장합금인류가 당면하고 있는 21세기의 가장 중요한 문제는 대체에너지 개발이다. 인류가 지금처럼 화석연료에 주로 의존한다면 몇 십년 되지 않아 세계는 에너지 전쟁에 휘말려들어 인류를 파탄속으로 몰고 갈 것이 분명하다.원리적으로 물을 분해하면 수소가 생기며, 이 수소를 연소하면 열, 전기와 함께 다시 물을 얻는다. 이런 수소를 지금까지는 압축시킨 기체나 또 액화상태로 저장·수송을 하였으나 수소를 고형화하여 안전하게 부피를 줄여 저장·수송할 수 있는 수소저장합금 개발이 주목을 받고 있다. 수소원자는 우리가 알고 있는 원자 중에서 가장 작아 일부 합금원자 사이 틈에서 저장이 가능하다. 물론 금속원자와 수소원자 간에 결합이 일어난다. 이 결합이 너무 강하면 수소 저장은 쉬우나 반대로 수소를 사용하고 싶을 때 수소를 잘 방출하지 않는다. 따라서 저장-방출이 원하는 방향으로 잘 일어나는 합금을 찾아야 한다. 1968년에 미국 어느 연구소에서 마그네슘과 니켈로 1kg당 4백리터까지 저장가능한 합금을 개발한 바 있다. 이 저장된 수소는 연료전지의 연료로 사용이 가능하며, 그 기술이 발전되면 결국 수소를 연소시키는 엔진이 장착된 수소 자동차가 가능하다.
|contsmark2|형상기억 합금앞에서 새로운 합금의 개발이 에너지 해결의 길을 열어 줄 수 있다고 말했는데, 이제는 합금중에서 다른 중요한 예로 소위 형상기억 합금이라고 부르는 새로운 재료에 대해 알아보자. 일부 합금이 자기의 원래 모양을 기억하는 능력을 지닌다는 사실이 발견되었다. 이 형상기억 합금은 1969년에 달표면에 도착한 우주선에 사용한 파라볼라 안테나를 만든 재료였다. 우선 파라볼라안테나를 섭씨 1백50도에서 조립한 후 실온에서 조그맣게 접어 우주선에 실어 달표면에 보내 안테나를 설치하였다. 태양이 달표면을 달구면 섭씨 2백도까지 올라가기 때문에 접은 상태로 설치한 안테나는 원래 파라볼라상태로 돌아갔다. 이처럼 일부 합금은 일정한 모양으로 만든후 열처리하면 그 형상을 기억한다.현재 형상기억합금은 금, 구리, 아연, 니켈, 알루미늄, 카드뮴 등을 섞어 만들 수 있으며 현재까지는 니티놀이 가장 좋은 ‘기억력’을 지닌다. 니티놀은 가볍고 내부식성이 크고, 내마모성이 우수해 미국 전투기 f-14 파이프 이음쇠로 사용되어 왔으며 현재까지 기름이 샌다는 고장 보고가 단 한건도 없었다. 영하 20도에서 이음쇠 안지름을 파이프 바깥지름보다 0.5밀리미터 정도 작게 만든후, 이음쇠를 액체 질소에 담가 영하 1백96도로 냉각 후 이음새 안지름은 1밀리미터쯤 늘린다. 이 이음쇠를 파이프에 끼워 넣는다. 이음쇠가 실온으로 덮혀지는 중 본래 크기로 수축돼 파이프를 꼭 끼게 되어 틈새 없는 접속이 된다.이음쇠 같은 기계부품 이외에도 치아교정 철선 대용, 골절부 압박고정, 보통 용수철과 형상기억 합금 용수철을 연결시켜 온도가 오르내릴 때 왕복운동이 가능한 특수 용수철, 안경테, 여성들의 브래지어 등에 사용하고 있다. 형상기억 합금을 사용한 열엔진의 개발도 한참 진행중이다.
|contsmark3|고온 초전도체요업재료로 분류되는 일부 금속 산화물이 초전도성을 나타냄이 밝혀져 전세계를 흥분의 도가니 속에 몰아 넣고 있다. 네델란드의 물리학자 온네스(h.k.onnes)는 1911년에 수은을 액체 헬륨속에서 영하 2백69℃ 온도를 낮추니 전기 저항이 영이 되는 초전도체로 변한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그후로 꾸준한 발전을 거듭하여 현재는 탈륨:바륨:칼슘:구리가 2:2:2:3의 비로 산화물을 이룬 초전도체가 1백25k에서 초전도성을 나타낸다. 국내에서도 과학기술부의 지원으로 지난 10여년간 초전도체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외국 수준에 접근하고 있다.이들 복합 금속 산화물 초전도성 재료는 어디에 사용할 수 있기에 21세기 재료라고 세계가 떠들썩 할까? 초전도체의 응용을 말하려면 우선 ‘조셉슨 효과’라는 현상을 이해하여야 한다. 초전도체 판 2개 사이에 얇은 절연체를 넣고 초전도판 2개에 높은 전압을 걸어주면 전류가 흐르게 된다. 이것을 흔히 ‘터널 효과’라고 한다. 물론 전압을 낮추면 다시 전류가 흐르지 않게 된다. 이때 외부로부터 자기장을 조금이라도 걸어주면 전류가 흐르기 시작하고 전압이 달라진다. 이 효과를 조셉슨 효과라 부른다. 따라서 조셉슨 효과를 이용하면 역으로 극히 낮은 자기장을 측정할 수 있다. 사람의 뇌에서는 항상 약한 자기장이 나오고 있는데, 장소나 정신상태에 따라 이 자기장의 세기가 달라지므로 질병의 진단이나, 뇌 연구에 조셉슨 효과를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다. 요즈음 흔히 병원에서 사용하는 심전도 기계대신 고감도 심자계(心磁計)의 등장도 예견된다. 뭐니뭐니 하여도 조셉슨 소자의 최대 시장은 컴퓨터 응용에 있다. 조셉슨 소자는 고속 스위치로 쓰일수 있으며, 반도체 소자의 스위치 시장보다 1천배나 빠르므로 컴퓨터의 연산속도를 엄청나게 증가시킬수 있고, 발열도 적어진다. 뿐만 아니라 초전도 자기 차폐장치, 자기부상열차, 전력저장장치 등에 초전도체의 이용이 예상된다.현재까지 알려진 초전도체는 비록 고온 초전도체라 부르지만 아직도 액체질소로 냉각시켜야 하나 실온에서도 초전도성을 나타내는 상온 초전도체가 개발되면 21세기에는 초전도 컴퓨터, 송전 케이블, 초전도 자동차가 실용화되어 에너지, 환경문제 해결에 일익을 담당할 것이 예상된다. 특히 핵융합 원자로용 대형 초전도 자석이 개발되고 핵융합 발전이 성공되면 인류는 에너지 문제에서 벗어나, 석유·석탄 고갈의 공포에서 자유롭게 될 수 있다. 미국의 웨스팅 하우스와 제네럴 일렉트릭, 일본의 후지 전기 및 후루가와 전기 공업, 미쯔비시 공업 등이 개발중인 초전도 발전기의 실용도 초미의 관심사이다.
|contsmark4|첨단 고분자 신소재열 안정성 및 기계적 강도가 우수하여 기존의 금속 및 세라믹 재료를 대체하고 있는 소위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은 이미 라디에이터 탱크 등 자동차 부품, vtr 및 에어컨 부품, 전기부품, 헬맷, 컴퓨터 및 기타 가전 제품 몸체 제조에 널리 쓰이고 있다. 경주용 자동차 몸체를 frp(유리 섬유 강화 플라스틱)로 만들고, 강철 섬유보다 더 강한 방향족 포리아미드(케블라) 섬유로 방탄 조끼를 만드는가하면 케블라 섬유로 만든 frp가 방탄모, 총기 몸체 제조에 쓰인다. 플라스틱을 사용하여 자동차 및 비행기의 경량화를 이루어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궁극적으로 자동차와 비행기 몸체로 리사이클 할 수 있다면 자원의 크나큰 절약도 가능케 된다. 이외에도 인공 심장 및 신장, 인공 혈관, 인공 피부 등에 이르기까지 현재 개발되어 있거나 개발중인 합성 고분자 소재의 다양성을 이루 다 서술할 수 없을 정도이다.세계적 관심사인 환경오염 문제는 빛을 받으면 분해하는 광분해성 고분자 및 박테리아가 분해하는 생분해성 고분자에 관한 연구를 촉진하고 있으며 일부 이미 시판되고 있다. 사실 수술실로 사용하고 있는 일부 고분자 재료는 서서히 우리 인체 속에서 분해하여 흡수되기 때문에 수술후 그 실을 뽑아낼 필요가 없다. 물을 자기 무게 보다 1백배나 흡수하는 고분자를 흙과 섞어 놓으면 비가 적게 오는 건조한 기후에서도 토양에 수분을 오랫동안 공급할 수 있어 농업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음이 이미 실험적으로 증명되어 비닐 하우스에 이어 또한번의 농업혁명을 이룰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미 위에서 인공 장기 대체에 고분자가 일부 사용되고 있음을 말했으나, 약물 방출을 조절하도록 고안된 고분자 약품은 당뇨병 환자를 인슐린 주사의 공포에서 벗어나게 할 것이며, 가는 실을 피하에 삽입하여 1년 내내 임신의 공포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으며, 빼낸 충치 대신 플라스틱 이를 사서 손수 자기 잇몸에 접착할 수 있게 될 날이 멀지 않았으니 재미있는 세상이 오고 있다고나 할까. 고분자 역사가 겨우 70여년 밖에 되지 않았으나 현재 이미 우리가 겪고 있는 고분자 재료의 혁명은 21세기 인류가 사용할 재료나 소재에 엄청난 변화를 줄 것이 틀림없다.
|contsmark5|탄소섬유테니스 라켓의 프레임, 골프 샤프트, 낚시대, 스키판 등은 탄소 섬유로 보강된 탄소섬유강화 플라스틱(cfrp)이다. 탄소 섬유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폴리아크릴로니트릴(pan)을 원료로 만들며 또하나는 석유정제 찌꺼기인 피치로부터 만든다.스페이스 셔틀이 임무를 마치고 대기권으로 진입하는 멋진 장면을 tv로 보았을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비행선 앞부분과 날개 앞부분이 꺼먼 것은 왜 그럴까? 그 먼 장거리 여행에 그을리기라도 했다는 말인가. 그렇지 않다. 스페이스 셔틀이 지구주위를 돌다가 대기권으로 진입할 때 공기와 마찰하여 앞부분 온도가 섭씨 1천4백50도까지 올라간다. 더구나 이 앞부분은 풍압까지 받기 때문에 이 부분에 사용하는 내열제는 강도도 우수 하여야 한다. 이런 요구를 충족시키는 재료가 바로 c-c복합재료다. 탄소(carbon)덩어리 속에 탄소섬유가 3차원 그물모양으로 꽉차 있는 탄소-탄소 재료이다. c-c복합재료는 이 외에도 브레이크판 패드, 로켓노즐, 기타 기계 부품에도 점차 사용량이 늘고 있다.앞으로 제조될 초음속 제트기는 대기권을 벗어나 비행하다가 대기권으로 다시 진입한 후 착륙하여야 하므로 기체 보호를 위해 c-c복합재료가 쓰이게 되리라 예상된다. 그 시꺼먼 탄소가 바야흐로 미래재료로 다시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다.|contsmark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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