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라이브에서 길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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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파워스테이지 더 라이브’에서부터 MBC '화음'까지…라디오만이 갈 수 있는 음악의 길

TV 음악 예능은 넘쳐나고 있지만, 다양한 뮤지션들과 이들의 음악이 설 자리는 사라져지고 있다. 리메이크의 반복과 오디션의 홍수 속에서 정작 새로운 노래들이 갈 곳을 잃었다는 비판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위기의 라디오’는 라디오만이 할 수 있는 ‘라이브 무대’로 가능성을 열고 있다.

기존에도 라디오는 다양한 음악을 소개하고 새로운 뮤지션을 발굴해내는 데 있어 숨은 공신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다양한 뮤지션들의 음악을, 무대를, 지속적으로 접하기란 라디오에서도 어려웠다. 특히 라디오 역시 점점 더 예능화 되어 가고 있는 게 현실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음악’이라는 라디오 본연의 가치를 찾으려는 노력들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라디오만이 들려줄 수 있는 ‘라이브’ 무대는 그 가능성을 더 열어주고 있다.

▲ SBS 파워FM <파워스테이지 더라이브>에서 가수 로이킴이 라이브를 하고 있다. ⓒSBS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SBS에서 시도했던 <파워스테이지 더 라이브>는 그 가치를 더 높인 방송이었다. 평일 밤 10시부터 11시까지를 게스트의 라이브로만 채우는 파격적인 프로그램이다. 현실적인 어려움에 부딪혀 지금은 종영됐지만, 라디오만이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를 보여줬다.

당시 김영우 SBS 라디오편성기획팀 차장은 “일반인들이 유튜브를 통해 라이브 프로그램을 많이 본다. 그런데 라디오에서는 매일매일 라이브를 듣는 공간은 없는 것 아닌가”라고 <파워스테이지 더 라이브>를 기획한 이유를 설명했다.

MBC는 지난해부터 정기적으로 라이브 공개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화음’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매달 넷째주 화요일에 ‘화요음악회’를 여는 것이다. MBC의 각 라디오 프로그램들이 돌아가면서 청취자를 만나고 있다.

그동안에도 라디오 프로그램들은 1주년과 같은 특별한 날, 혹은 여름방학과 같은 특정 시즌에 다양한 규모로 공개방송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골든마우스홀'이라는 라디오 공개방송 전용 공간에서, 정기적으로 공개방송을 추진한 건 처음이다. 

▲ 9월 27일 MBC '화음 <꿈꾸라> 편'에서 DJ 테이가 진행을 하고 있다. ⓒMBC

라디오 공개방송에서는 TV로는 접하기 어려웠던 가수들을 만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주로 라디오 게스트로 활약하는 다양한 뮤지션들의 음악을 라이브로 들을 수 있다.

무엇보다 라이브 공개방송 자리는 매일같이 함께 했던 DJ와 청취자가 만나 좋은 음악 속에서 시간을 공유하는 자리가 되기도 한다. MBC <테이와 꿈꾸는 라디오>(이하 <꿈꾸라>) 연출을 맡고 있는 손한서 PD는 “<나는 가수다> 혹은 <복면가왕> 공개방송을 갔을 때 그들을 가족이라고 느끼지는 않지 않나. 하지만 라디오 청취자들이 화요음악회에 와 DJ를 볼 때는 자기 가족처럼 느낀다”고 전했다.

지난 9월 27일에 진행된 ‘화음 <꿈꾸라> 편’에서 역시 DJ와 관객들은 ‘우리만 아는 이야기’를 나누며 공감대를 형성했다. <꿈꾸라>를 듣지 않는 사람이라면 알기 어렵지만, <꿈꾸라>를 계속 들어온 사람이라면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들로 자연스럽게 채워진 것이다.

특히 ‘화음’은 MBC 공식 생중계 홈페이지와 네이버 V앱으로도 현장을 함께 할 수 있다. 현장에 찾지 못한 청취자들도 함께 할 수 있는 것이다. 또 새로운 사람들이 프로그램으로 유입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실제로 공개방송이 끝난 후에는 함께 참여했던 관객들, 영상으로 공연을 함께했던 사람들로부터 문자 메시지 참여, MBC 라디오 애플리케이션 ‘MBC 라디오 mini’를 통한 게시판 참여도 더욱 활발해진다.

손한서 PD는 “공개방송은 사람들 기억 속에 오래 남게 된다”며 “특히 오디오 매체는 가까이 있는 가족 같은 매체이기 때문에 (이 같은 기억이) 훨씬 더 로열티를 높여 준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다양한 토크 코너, 특정 테마 중심의 오디오 콘텐츠로 라디오가 새로운 시도들을 하고 있다. 하지만 ‘즐거움’이란 건 꼭 ‘재미있는’ 콘텐츠만 줄 수 있는 건 아니다. 모든 콘텐츠가 예능으로만 흘러가는 요즘,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음악을 듣는 즐거움, 다른 곳에서는 쉽게 듣지 못하는 이들의 라이브를 접하는 즐거움을 위해 라디오를 찾고 있다. 이렇듯 가장 ‘라디오스러운’ 노력들이 모여 라디오의 길을 만들어 주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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