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찬 기관, 광고주 만나는 게 PD의 일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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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PD들 “제작비 확충과 프로그램 다양성 위해 중간광고 필요하다”

“PD들도 광고가 싫다. 협찬과 PPL도 안했으면 좋겠고, 콘텐츠만 가지고 승부하고 싶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재원 부족에 시달린 지는 오래다. 이에 '지상파도 중간광고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지만, 과연 그것이 적절한 해결책인가에 대한 논쟁과 여러 이해관계의 충돌 속에서 답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현장에 있는 PD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12일 오후 목동 방송회관에서 한국PD연합회 주관으로 열린 ‘협찬‧PPL과 중간광고, 어떻게 풀 것인가?-현장 PD들의 목소리와 함께’ 토론회에서는 PD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중간광고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들이 오갔다. 대부분의 PD들은 중간광고의 도입이 협찬과 PPL 문제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관련기사 ‘“협찬·PPL 문제 해소 위해 지상파 중간광고 필요” 85.3%’)

일선의 PD들은 오로지 제작에만 집중하지 못하고, 협찬과 PPL에 시달려야 하는 고충을 토로한다. 김호상 KBS 예능 PD는 “10년 전에는 PD들에게 협찬과 PPL을 요구하면 ‘그걸 왜 하느냐’, ‘프로그램에 방해가 된다’, ‘내가 그 협찬사를 왜 띄워주냐?’ 하면서 반대를 했다”며 “하지만 5년 전부터는 제작비가 더 이상 늘지 않으니 구현하고 싶은 구상과 출연자가 있다면 협찬 기관과 광고주를 만나는 게 PD의 일이 됐다”고 말했다.

광고 수익은 점점 더 줄어드는데,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CJ E&M 등 유료방송과의 경쟁 속에서 출연진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김 PD는 “종편은 출연진에게 지상파에서 주던 비용의 두 배를 주고 데려간다. 그럼 지상파는 이전에 비해 최소한 1.5배를 줘야 다시 데려올 수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 12일 오후 목동 방송회관에서 한국PD연합회 주관으로 열린 ‘협찬‧PPL과 중간광고, 어떻게 풀 것인가?-현장 PD들의 목소리와 함께’ 토론회에서 PD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중간광고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들이 오가고 있다. ⓒPD저널

일부에서는 중간광고를 통한 방송사 전체의 수익 구조 개선이 소위 ‘돈이 되지 않는’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있는데 보탬이 될 것이며, 이를 통해 전체 프로그램의 다양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한다.

이용석 SBS 드라마 PD는 “‘(개별 프로그램에) 제작비를 많이 들이면 좋은 작품이 나올까?’ 하는 질문을 한다면,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제작비를 많이 들이면 방송사의 수익은 좋아질 수 있다”며 “그러면 드라마에서는 없어졌던 장르들이 다시 생길 수 있다. 단만극, 특집극, 시의성 있는 테마극 등을 제작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호상 KBS 예능 PD 역시 “KBS같은 경우 <열린음악회>, <콘서트 7080>, <가요무대>, <뮤직뱅크>, <스케치북> 등 많은 공개방송을 하는데, 현재로서는 수익이 안 되는 공개방송을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 것이냐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미정 공공미디어연구소 부소장은 “지상파가 현재 제대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 없는지를 떠나서, 공공 영역으로서의 지상파를 포기할 것인지 가져갈 것인지만 생각한다면 답은 후자일 것”이라며 “그렇다면 늦기 전에 충분한 재원 마련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중간광고를 도입해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고민수 강릉원주대 법학과 교수는 “방송법 제5조와 6조에서는 방송사업자 전체에게 공적책무와 공정성, 공익성에 대한 의무를 부여한다. 그런데 개별조항과 시행령으로 가면 채널별, 매체별로 차별을 두고 지상파만 안 된다고 하는 모순적 구조를 가진다”며 “따라서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은 지상파의 보호가 아니라, 비정상적인 구조를 다시 정상으로 되돌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현재 지상파가 겪는 재정적인 위기가 과연 중간광고로 해결될 것인가에 대해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오히려 지상파의 광고에 대한 의존도를 더 높일 수 있고, 종편과 케이블 등에서 이의를 제기하며 자신들에 대한 광고 규제도 풀어달라는 요구를 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영주 제3언론연구소장은 “지상파가 광고규제 완화를 추진해 나가면 다른 유료방송은 가만히 있을까”라며 “서로 탈(脫)규제를 외치는 게임이 진행되고, 지금까지 해왔던 난개발 미디어 정책은 계속될 것이다. 국회의원을 설득하고, 자기편을 만드는 게임에 빠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광고가 아닌 다른 재원의 확보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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