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프로야구 승부조작 의혹, 수사기관 확인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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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자 브로커 신뢰성 등 논란…제작진 “시청자가 판단할 일”

프로야구 승부조작 문제를 다룬 MBC <PD수첩>에서 제기된 의혹을 놓고 야구계가 들썩이고 있다. 제보자인 브로커의 장부 속에 적힌 승부조작 관련 내용이 사실인지 여부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지난 18일 <PD수첩>은 ‘프로야구 승부조작, 아는 형님의 덫’을 주제로 프로야구 승부조작 문제를 다뤘다. 프로그램은 스스로를 승부조작 브로커라고 밝힌 안모씨의 제보를 시작으로 그 내용에 대한 진위 여부를 확인하며 진행됐다.

방송에서 안모씨는 프로야구 선수 14인의 승부조작 날짜와 수법은 물론, 해당 선수와 가졌던 술자리 정보 등이 모두 담긴 장부를 공개했다. <PD수첩>은 전직 야구선수, 안모씨와 친분을 가졌던 현직 야구선수, 그가 다녀갔다고 주장하는 유흥업소, 승부조작 수사 관련 관계자와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장부에 적힌 내용이 믿을만한 것인가에 대해 따져나갔다.

방송 이후 브로커 제보 내용의 진위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졌다. 2012년 LG트윈스의 박현준 선수가 승부조작으로 구속돼 ‘영구 제명’된 후 일단락되는 듯 보였던 프로야구 승부조작 파문이 올해 들어 다시 나오고 있는 만큼, 야구계에서 해당 사안을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10월 18일 MBC ‘PD수첩’ ⓒ화면캡처

지난 7월 NC다이노스 이태양 선수의 승부조작 혐의가 사실로 드러나고, 최근에는 NC다이노스 구단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지는 등 후속 수사가 이어지면서 다른 선수들에 대한 의혹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방송 이후 <PD수첩>을 통해 드러난 브로커 장부에 적힌 특정 선수 이름이 일부 네티즌들에 의해 공개되면서 의혹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방송에선 모자이크 처리를 했지만, 시청자들이 화면을 캡처해 확인하는 과정에서 특정 선수 이름이 거론되기 시작한 탓이다.

이에 방송 다음날인 지난 19일 해당 선수의 구단은 “선수는 해당 브로커를 만난 적도 없다고 하더라”라며 승부조작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수사기관 역시 “해당 (방송) 내용은 신뢰성이 떨어져 현재로선 수사계획이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최민규 <일간스포츠> 기자도 개인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PD수첩> 18일 방송분에 나오는 자칭 프로야구 승부조작 브로커 안모씨는 MBC 외 다른 언론사 몇 군데도 접촉했습니다. 꽤 오랫동안 그의 주장을 검증했던 한 방송사는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판단 아래 보도 계획을 접었습니다”라고 밝히며 해당 브로커의 신뢰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이런 가운데 <PD수첩> 홈페이지에선 해당 방송의 예고편과 다시보기 VOD가 삭제됐다가 20일 다시 올라왔다. 이에 대해 박상일 <PD수첩> 책임PD는 “방송에선 모자이크 처리도 다 했고, 실명 거론을 하지도 않았는데, 네티즌 수사대가 실명을 언급했다”며 “하도 논란이 많이 되다보니 일단 다시보기를 내리고 내부적으로 다시 한 번 (문제가 있는지) 체크를 한 뒤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서 다시 올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 10월 18일 MBC ‘PD수첩’ ⓒMBC 화면캡처

박 PD는 “구단이든 개인이든 KBO(한국야구위원회)든 공식 항의는 없었다”며 “네티즌들이 밝힌 실명에 대해 우리 프로그램이 자꾸 거론되니 담당 PD들이 언론사에 요청해 기사를 내려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박 PD는 제보자인 브로커와 그가 제시한 장부의 신뢰성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시작 자체가 그런 제보자가 과연 믿을만한지에 대한 점검이었다”며 “방송을 보면 알겠지만 우리는 옳고 그르다를 판단한 일이 없고, 전문가를 통해 그 제보 내용을 점검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박 PD는 또한 “제작진도 고민을 많이 했지만 계속해서 브로커의 신뢰성에 대해 코멘트를 했다”며 “브로커를 신뢰할지에 대해서는 시청자들이 보고 판단하는 부분이고, 장부의 진실성은 수사기관에서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시청자들은 화면캡처로 특정 선수의 실명이 거론된 상황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사과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게시판에 남기고 있다. 또한 일부 시청자들은 브로커를 신뢰할지 여부에 대한 시청자에게 맡긴 데 대한 문제제기와 함께 불필요한 의혹의 확산을 막기 위해 차라리 14인의 명단을 공개하라는 요구까지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박 PD는 “(구단 등에서) 정식으로 사과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박 PD는 또 “현재 장부가 우리(제작진)에게 있는 게 아니고, 브로커도 지금은 연락이 안 되고 있다”며 (명단 공개여부는) 수사기관과 그 사람의 이야기”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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