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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0.30 17:58
  • 수정 2016.11.03 11:05

“백남기 농민 사망 책임 규명, 끝날 때까지 끝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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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그것이 알고 싶다-백남기 농민 사망사건의 진실’ 편 연출 안윤태 SBS PD

“중요한 것은 백남기 농민 사망과 관련한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는 것이다. 그날 누가 어떤 명령을 내려서 물대포를 쏘게 됐는지, 왜 그렇게 적군 상대하듯 물대포를 쏘아댔는지, 그렇게까지 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인지, 그런 것들을 밝혀야 한다. 그렇게 되기 전까진 백남기 농민 사건은 해결된 것이 아니다. 이제 시작이고,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다. 그게 방송 내내 물대포에 집중한 이유다.”

지난 9월 25일 백남기 농민이 유명을 달리했다. 지난해 11월 민중총궐기대회에서 물대포에 맞고 사경을 헤맨 지 317일 만이다. 그런데 그의 죽음을 둘러싸고 병사냐, 외인사냐 하는 논란이 불거졌다. 경찰은 ‘물대포는 고인의 사인과 연관이 없다’고 주장했다. 고인의 유족들이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과 관련해 경찰은 지난 5월 법원에 낸 답변서에서 “백남기 농민에게 물대포를 쏜 충남9호차는 살수차 운용지침을 준수했다”며 ‘백남기 농민에게 직사된 물대포가 안전하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백남기 농민 사망 이후엔 사인을 밝히겠다며 부검 영장까지 청구했다. 여기에 강신명 전 경찰청장까지 나서 살수차 관련 의혹을 모두 부인했다.

그래서 백남기 농민 관련 방송은 3년간 몸담았던 <그것이 알고 싶다>를 떠나는 안 PD의 마지막 아이템이 됐다. 그래야만 했다. 지난 28일 오후 서울 목동 <PD저널> 사무실에서 만난 안윤태 PD는 <그것이 알고 싶다> ‘살수차 9호의 미스터리-백남기 농민 사망사건의 진실’을 제작한 단 하나의 이유를 묻자 “70대 노인에게 직사된 물대포의 위력을 입증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다음은 안윤태 PD와의 일문일답이다.

▲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살수차 9호의 미스터리 -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의 진실’ 편(10월 22일 방송)을 연출한 안윤태 PD가 지난 28일 서울 목동 PD저널 회의실에서 PD저널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PD저널

# 마지막 아이템이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 이어야만 했던 이유

- <그것이 알고 싶다> ‘백남기 농민’ 편 방송 직후 ‘최순실 게이트’가 터졌다.

“전 국민이 관심을 보일 수밖에 없고 보여야만 하는 큰 사건이다. 하지만 백남기 농민 문제에도 계속 관심을 보여 주면 좋겠다. 사실 백남기 농민 사건이 점점 국민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중이었는데 마침 ‘최순실 게이트’가 발생해 (분위기 상) 경찰의 부검 영장 재청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은 있다. *인터뷰 직후 경찰은 유족의 반발과 물리적 충돌 등을 고려해 백남기 농민 영장 재청구 신청을 포기했다.

백남기 농민 편 방송일(10월 22일)이 부검 영장 집행 만료일(10월 25일) 사흘 전이었는데, 집행 날짜가 다가오고 긴장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방송을 해 적절한 영향을 미칠 수 있었던 것 같다. 편성 관련 사정(<끝에서 두 번째 사랑> 연속 방송)으로 방송 날짜가 밀린 건데, 여러 모로 차라리 잘 됐다고 생각했다.”

- 그래서일까. <그것이 알고 싶다> ‘백남기 농민’ 편 방송이 10월 3주 주간 TV 화제성 순위에서 비드라마 부문 1위(굿데이터코페레이션 제공)를 기록하는 등 큰 화제가 됐다. 제작진들에게 감사하다는 여론도 많다.

“과분한 칭찬을 받았다. 제작진들끼리는 ‘<그것이 알고싶다>의 힘’이라고 이야기한다. 제작진 개인의 능력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것이 알고 싶다>가 1000회를 넘겨 오면서 취재의 노하우나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 등이 제작팀 내에 확실히 자리가 잡혔고, 그런 부분은 분명히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 방송을 본 시청자들이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봤으면 좋겠나.

“백남기 농민 사건이 갖는 의미를 되짚어 보면 좋겠다. 국민의 한 사람이 잘못된 정부 정책에 항의하기 위해 집회에 참가해 목소리를 낸 건데, 그렇게 과잉 진압을 한 것은 그 목소리를 안 듣겠다는 거다. 그래서 백남기 농민 사건은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위협받는 배경에서 일어난 것이고, 단순히 한 사람의 사망으로 보고 말 일이 아니다. 방송에서 표현했듯이 이건(백남기 농민 사망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회피하는 건) 민주주의 자체를 부정하는 태도다. 그래서 방송을 본 국민들이 이런 상황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바꿔 나가려는 노력을 해 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 방송을 본 유가족들의 반응은 어땠나.

“사실 백남기 농민 유족을 대리하는 변호사는 직전까지도 이 방송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확신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방송이 끝난 후 잘 봤다고 문자를 보내왔다. 기뻤다. 다른 어떤 칭찬보다 그 문자 한 통이 수천 배의 감동으로 다가왔다. 이 방송이 조금은 도움이 됐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뿌듯했다.”

▲ 10월 22일 <그것이 알고 싶다> ‘살수차 9호의 미스터리-백남기 농민 사망사건의 진실’ ⓒSBS 화면 캡처

- 방송을 통해 본 백남기 농민의 장녀 백도라지 씨의 의연하고 꿋꿋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런 사안을 다룰 때 당사자들은 아무래도 인터뷰를 하다가 눈물을 쏟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백도라지 씨는 울지도 않고 꿋꿋하게 버티면서 할 말을 다 하더라. 참고 있는 거다. 너무 존경하고 사랑하는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왜 안 슬프겠나. 하지만 ‘지금 그러면 안 된다’고 스스로 다잡고 있는 거다. 오히려 그 모습을 지켜보는 내가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인터뷰를 하면서 백도라지 씨가 그런 말을 했다. ‘어릴 때 아버지에게 뭘 사달라고 조르면 늘 단호하게 안 된다고 하셨다. 울어도 들어주지 않으셨다. 대신 아버지는 눈물은 아무것도 해결해 주지 않는다. 네 생각을 떳떳하게 이야기하라고 가르치셨다’고. 백남기 농민은 평생 그렇게 살아온 분이라고 했다. 그래서 자녀들도 그런 식으로 인생의 가치관을 세우게 된 거다. 그런 이야기가 너무 인상 깊어 그 말 그대로 방송 말미에 자막에 아버지가 보내는 편지처럼 넣었다.”

- 방송에선 병사‧외인사 논란은 다루지 않고 오로지 물대포의 위력을 입증하는 데만 집중했다.

“외인사라는 게 너무 당연하기 때문에 방송에서 다룰 필요가 없었다. 독도가 우리 땅인 것만큼 당연한 얘기다. 중요한 건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1차적으로는 백남기 농민이 시위 현장에서 쓰러졌을 때 물대포가 어떤 위해를 가했는지 증거 영상을 통해 보여줬고, 2차적으로 과학적인 실험을 통해서 객관적이고 시각적으로 검증했다. ‘물대포를 사람한테 이렇게 쏘면 안 된다’라는 걸 실험을 통해 보여주려고 한 것이다. 만약에 그것만 객관적으로 입증된다면 ‘그날 백남기 농민이 쓰러진 것은 경찰의 책임’이라는 결론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분명히 고인은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 1년 가까이 사경을 헤맸다. 하지만 그 시간 동안 사건 해결에 전혀 진척이 없었고 가해 행위의 책임자들은 사과도 하지 않았다. 그 부분에 가장 분노했다. 특히 청문회에서 직접 본 강신명 전 경찰청장 태도에 가장 화가 났다. 사고 원인(물대포)을 애써 부정하는 것도 문제지만, 그보다 책임자가 유족들에게 예의를 갖추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공권력이라면) 적어도 국민 한 사람이 목숨을 잃은 데 대한 사과는 해야 하지 않나. 지금까지 그런 과정이 하나도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잘못됐다고 말하고 싶었고, 증거가 분명히 존재하는데도 아니라고 우기는 사람들에게 ‘이게 맞다’고 보여주고 싶었다.”

-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를 맞은 건 지난해 11월이다. 방송이 조금 늦은 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기획부터 제작까지 얼마나 걸렸나.

“보통 <그것이 알고 싶다> 한 편을 제작하는 데 6주가 걸리지만, 이번에는 중간에 결방을 한 번 해서 7주가 걸렸다. 기획 자체는 백남기 농민이 돌아가시기 전부터 했다. 사건 발생 이후 중간 중간 기사화가 되는 것을 지켜보고 관심을 갖고는 있었는데, 어떤 계기가 없으면 방송사 내부적으로 선뜻 (방송) 제작을 시작하기 쉽지 않아 기획 단계에 머물러 있었다.

▲ 10월 22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살수차 9호의 미스터리 -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의 진실’ ⓒSBS

그러다가 사건이 발생한 지 1년이 되는 시점에 제작이 결정됐다. 처음 제작을 시작할 때 가족들을 찾아가 ‘(이제야 와서) 죄송하다’고 했다. 백남기 대책위 측에서도 ‘좀 더 빨리 와 줬으면 좋았을 텐데’ 하면서 아쉬움을 표하더라. 맞는 말이었다. 그런데 방송을 제작하는 도중에 백남기 농민이 돌아가셨고, 부담은 더욱 커졌다. 하지만 한편으론 더 긴장하며 방송을 만들 수 있었다. 고인이 돌아가신 후 이상한 논란들이 생기면서 유가족들이 힘들어하는 걸 보니 ‘더 열심히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말 열심히 했다.”

- 방송에 언론인들을 인터뷰한 영상을 넣었다. 이를 두고 ‘왜 진보 성향 언론인이나 백남기 농민 측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사람들의 인터뷰만 담았냐’는 문제 제기도 나왔는데.

“현장 목격자와 관련자를 찾기 위해 공개 제보를 받았는데, 이때 보수 성향의 언론인이나 목격자가 나타나려면 충분히 나타날 수 있었다고 본다. 하지만 나타나지 않았다. 할 수 없이 현장 취재진의 인터뷰를 방송에 내보냈는데, 그들이 모두 진보 성향이었다. 그리고 방송에 출연한 의경은 처음부터 경찰 측을 옹호하기 위해 나온 사람이었다. 다만 인터뷰를 하는 도중에 그가 생각을 바꾼 것뿐이다. 한 쪽 생각만 듣겠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 주치의 백선하 교수의 기자회견 장면, 청문회에서의 강신명 전 경찰청장과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 등의 진술 화면을 내보내면서 반대 쪽 입장도 충분히 반영했다고 생각한다.

정치인들의 경우에도 그렇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인터뷰 요청을 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표창원 의원 등만 응했고 새누리당 의원들은 일정이 안 맞는다는 등의 이유로 모두 인터뷰를 고사했다. 그러면 제작진 입장에선 적극 의견을 개진할 생각이 없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 백남기 농민 편이 방송되고 큰 화제를 낳았지만, 바로 다음날 경찰에 의한 강제 부검 시도가 있었다. 정부도 여전히 사과하지 않고 있다. 유의미한 변화를 기대하고 방송을 만들었을 텐데, 실망하지는 않았나.

“당연히 실망했다. 방송 다음날 경찰이 강제로 부검 영장을 집행한다는 뉴스를 보고 실망 수준을 넘어 화가 났다. 하지만 이 사안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생각을 바꿔놨다는 측면에서는 유의미했다고 본다. 이 방송을 통해 생각이 바뀐 국민들이 유가족들에게 지지를 보내줄 수도 있지 않겠나. 백남기 농민은 피해자고, 그 책임은 국가 공권력에 있다는 걸 분명히 인식한 국민들이 (유가족들에게) 지지를 보내준다면 사건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 앞으로 경찰의 부검영장 재청구 문제도 남아 있고, 진짜 책임자를 가리기 위한 재판도 남아 있는데 그런 과정에서 <그것이 알고 싶다>가 유의미한 자료로 활용된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

- 국정감사 백남기 농민 청문회도 있었지만 큰 소득은 없었다고 볼 수 있다.  

“재판 승소를 통해 상쇄할 수 있다고 믿는다.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에 맞아 사망했다는 증거 영상이 분명하게 존재하지 않나. 영상을 보면 물대포에 맞아 쓰러지면서 머리가 튕기는 장면까지 담겨 있다. 상식적인 사고가 가능한 사람이라면 당연히 문제의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도 남지만,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라고 우기고 있을 뿐이다. 이 영상을 증거자료로 채택해 제대로 재판을 진행하고 법적인 절차를 거친다면 분명히 책임 규명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 10월 22일 <그것이 알고 싶다> ‘살수차 9호의 미스터리-백남기 농민 사망사건의 진실’ ⓒSBS 화면 캡처

# ‘그것이 알고 싶다’와 함께 했던 3년의 시간들

- 프로그램 자체에 대한 이야기로 확장을 시켜보자. <그것이 알고 싶다> 팀은 지난 3월 한국 PD대상에서 ‘올해의 PD상’을 수상했다. 연출자로서 상의 의미를 어떻게 해석했나. 부담감은 없었나.

“씁쓸한 이야기지만, 지금 방송 환경 자체가 자유롭게 뭔가를 이야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지금의 대한민국 사회가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다 보니 <그것이 알고 싶다>가 엄청난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가 대단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니란 점을 꼭 강조하고 싶다. 다만 상에 관해서는 프로그램이 가지는 무게감, 시청자들에게 전달되는 존재감 그런 것을 인정받은 것이니까 책임감을 크게 느끼고 있다.”

- <그것이 알고 싶다>를 한 마디로 정의한다면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기나긴 프로그램의 역사 중 겨우 3년 정도 프로그램을 맡은 것이어서 한 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제작팀 내부에서는 그런 이야기들을 한다. <그것이 알고 싶다>의 이름값을 빛내지는 못할망정 부끄럽게 하지는 말자고. 프로그램의 무게감이 주는 스트레스도 상당하지만 그조차도 영광스럽게 받아들인다.”

- 워낙 민감한 사안을 많이 다루다 보니 시청자들로부터 ‘경찰보다 <그것이 알고 싶다>가 낫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 하지만 그게 제작진이 추구하는 바는 아닐 텐데.

“맞다. 제작진들이 아무리 잘 해도 수사기관보다 잘 할 수는 없다. 그들은 전문성이 있다. 방송에서 다루지 않아서 그렇지 본인의 자리에서 본인의 역할을 훌륭하게 잘 해내고 있는 이들이 많다. 다만 일부 수사 시스템이나 사법 시스템에 문제가 있으면 그걸 파고 들 뿐이다. 결론은 ‘제대로 해야 한다’이지 ‘다 뒤집어엎자’는 것이 아니다.”

- 또 하나의 우스갯소리가 ‘<그것이 알고 싶다> PD는 오늘만 산다’는 거다. 신변에 대한 걱정들인데, 실제 어떤가.

“예전에 어떤 아이템을 다룰 때 살인 의혹을 받는 가해자가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었던 적이 있다. 직접 맡은 것은 아니고 후배 PD가 취재했던 아이템이었는데, 아무튼 내가 <그것이 알고 싶다> PD라는 게 아파트에 소문이 나 있는 상태라 불안하긴 했다. 혹시나 가족들에게 해코지를 할 까봐 걱정이 되기도 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걸 감당하고 있는 가족들에게 고맙다. 그리고 그런 것들도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으로서 다 안고 가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시청자들이 생각하듯이 ‘오늘만 산다’는 마음은 아니다. 그냥 ‘할 말은 한다’는 정도다. 영화 대사로 말하자면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하는 마음인 거다(웃음). 그리고 피해 단체가 됐든 유가족이 됐든 ‘당사자들에게 부끄럽지 말자’는 생각이다. 이 프로그램을 연출하면서 가장 무서운 말이 당사자들로부터 ‘이렇게 하려면 왜 방송 만들었냐’는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방송에 불만을 품은 사람들이 고소‧고발을 하는 것은 두렵지 않지만 보호해주고 싶었고 도움을 주고 싶었던 당사자들에게 따가운 질책을 듣는 것은 겁이 난다. 그래서 최소한 그렇게는 되지 않으려고 아등바등했다.”

- 민감한 사안을 많이 다루다보니 고소‧고발에 대한 긴장도 많을 듯하다. 혹시 안 PD가 했던 방송으로 고소·고발된 경험이 있나.

▲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살수차 9호의 미스터리 -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의 진실’ 편(10월 22일 방송)을 연출한 안윤태 PD가 지난 28일 서울 목동 PD저널 회의실에서 PD저널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PD저널

“지난해 큰 화제가 됐던 ‘세 모자 사건’과 관련해 그 어머니와 연관된 무속인으로부터 고소‧고발을 당했다. 재판 결과 명예훼손 혐의는 무혐의를 받았는데, 취재 중 녹음을 한 부분이 통신비밀보호법에 걸려 기소유예를 받았다. 검사도 ‘공익 목적으로 녹음을 한 것은 알겠지만 어쨌든 법에 걸리니 실형은 아니더라도 기소유예는 받아야겠다’고 하더라. 같이 프로그램을 제작했던 배정훈 PD도 기소유예를 받은 적이 있다. <그것이 알고 싶다>팀 제작진들을 보면 그런 사례는 많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을 하는 동안에는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제작한 백남기 농민 편에 대해서도 어느 보수 단체에서 나를 고발하겠다고 한 것을 봤다. 만약 실수하거나 잘못한 게 있다면 그들에게 잘못했다고 사과하겠다. 하지만 그런 게 아니라면 떳떳하게 백남기 농민 편을 제작했듯이 떳떳하게 제작진으로서 입장을 이야기할 것이다.”

- MC 김상중 씨가 내년이면 진행한 지 9년 차가 된다.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김상중은 어떤 존재인가.

“같은 이야기라도 김상중 씨가 전달하느냐 아니냐에 따라 분명한 차이가 발생한다. 가끔은 VCR을 트는 것 보다 김상중 씨의 입을 통해 이야기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때가 있다. 그만큼 그에게는 사람을 집중시키는 힘이 있다. 또 프로그램을 오래 맡다 보니 애정도 크다. 그 주에 방송되는 아이템에 대해서 본인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실제로 반영시킬 때도 있다. 김상중 씨는 MC 그 이상의 역할을 해 내고 있다.”

- 혹시 기획은 했는데 다루지 못해 아쉬웠던 아이템이 있나?

“위안부 할머니 문제를 다루지 못해서 아쉽다. <제국의 위안부>를 저술한 박유하 교수의 생각을 어떻게 하면 시청자들이 잘 이해할 수 있는 방향으로 잘 반박할 수 있을까 고민을 했는데, 미처 다루지 못했다. 하지만 앞으로 방송을 제작하면서 다룰 기회가 있을 것으로 믿는다. 만약 내가 다루지 못하면 후배 PD들이 해 줄 것이다.”

- 3년 간 몸 담았떤 <그것이 알고 싶다> 팀을 떠나게 됐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3년 동안 프로그램을 연출하면서 휴식이 필요했고 그래서 떠나게 됐다. 하지만 3년 동안 여러 사람들을 만나 취재하면서 몰랐던 부분도 많이 알게 됐고 좋은 영향도 많이 받았다. ‘앞으로 어떻게 삶을 살아나가야 할까’, ‘어떤 것이 올바른 삶일까’ 하는 고민에 대한 답을 얻은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힘든 조건에서 열심히 싸우는 사람들, 피해를 입었지만 떳떳하게 나서서 보상을 요구하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하는 고민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시청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 건드리기 어려운 사안들도 시청자들의 지지가 있기에 제작진들이 (주눅들지 않고)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낼 수 있다. <그것이 알고 싶다>에 보내주는 시청자들의 지지는 프로그램을 계속 이어갈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다. 그런 만큼 <그것이 알고 싶다>를 향한 변함없는 관심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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