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주자 반기문’은 ‘친박’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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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시민연합 방송모니터 보고서] 때 이른 TV조선의 ‘대선 전략’

11월 7일 방송 저녁뉴스는 여전히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채워졌지만 방송사마다의 특징이 확연히 드러났다. 톱보도에서 그 차이를 엿볼 수 있었다. KBS, MBC, JTBC는 검찰이 입수한 정호성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 속 최순실 씨 육성 파일을 톱보도로 냈다. KBS와 MBC는 검찰 수사 상황을 다룬 반면 JTBC는 정 전 비서관이 국무회의 및 수석비서관회의 자료를 최 씨에게 전달했다는 사실에 착안해 ‘헌정유린’을 지적했다. SBS도 검찰 수사를 톱보도로 짚었는데 그 주제는 재벌 총수 조사가 임박했다는 것이다.

똑같이 검찰 소식을 톱보도로 타전해도 각 방송사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다르다. TV조선은 여당 내에서 확산되는 ‘박 대통령 탈당 여론’을 톱으로 내세우면서 “대통령이 탈당의 파고를 넘기기 쉽지 않다”고 관측했다. 채널A는 이례적으로 서울대 교수들의 시국선언을 톱으로 냈는데 그 바로 다음 보도가 ‘비박계의 대통령 탈당 요구’다. TV조선과 채널A는 ‘대통령 탈당’에 주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MBN은 박 대통령의 종교계 회동과 야당 설득 시도를 톱보도와 2번째 보도로 냈다. 이렇게 방송사마다 다른 관점, 전체 뉴스에서는 어떻게 드러났을까.

■ 톱보도와 두 번째 보도 모두 ‘비박계’에 힘 실어준 TV조선

TV조선은 톱보도 <여당서도 ‘대통령 탈당’ 목소리 커져>에서 ‘비박계’의 대통령 탈당 요구를 전하면서 “박 대통령이 최순실 파문으로 탈당을 피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단언했다. 타사도 모두 여당 내부의 ‘탈당 요구’를 전하기는 했으나 TV조선처럼 대통령 탈당이 임박한 것처럼 묘사한 방송사는 없다. TV조선은 2번째 보도에서도 ‘비박계’의 목소리를 담았다. TV조선 <국회 총리추천 유력…김병준 운명은>는 “총리 추천권을 국회에 넘기라”는 야당의 요구에 “새누리당 비박 진영도 가세”했다고 전했다. 보도 제목은 아예 ‘국회 총리 추천이 유력’하다고 뽑아 역시 ‘비박’의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이날 JTBC는 청와대가 여전히 김병준 총리 인준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타사 역시 김병준 총리 인준에 대해 섣부른 판단을 내놓지 않았다. TV조선만 비박계 목소리와 함께 국회 총리 추천이 유력하다고 못 박은 셈이다. 이렇게 톱보도부터 2건의 보도로 ‘비박계’의 입장을 띄워준 방송사는 TV조선뿐이다.

▲ 톱보도부터 두 번째 보도까지 ‘비박계’ 목소리에 힘 실어준 TV조선(11/7)

 대통령이 탈당하고 총리 인준까지 포기해도 ‘2선 후퇴’는 없다? TV조선의 진짜 의도는?

그런데 TV조선 보도에서 볼 수 없는 내용도 있었다. 바로 청와대가 ‘대통령 2선 후퇴’를 거부했다는 지적이다. 타사는 모두 1건의 보도로 청와대가 한광옥 비서실장을 국회에 보내 설득에 나서면서도 ‘2선 후퇴’에는 선을 그었다고 전했다. 채널A <“2선 후퇴 없다”…청 ‘버티기’>는 그러한 청와대 태도를 ‘버티기’라 부르기도 했다. SBS는 <“과도정부 구성 뒤 조기 대선” 절충안 대두>에서 대통령의 2선 후퇴를 전제한 ‘수습 시나리오’를 분석할 정도로 강경했고 JTBC도 국정 주도권을 놓지 않는 태도를 비판했다.

어째서 TV조선에는 이런 보도가 없을까? 아직은 불확실한 대통령 탈당과 국회의 총리 추천을 기정사실로 묘사하면서까지 ‘비박계’를 띄우면서도 대통령의 ‘2선 후퇴 거부’는 왜 지적하지 않는 것일까? TV조선은 그동안 꾸준히 대통령의 2선 후퇴를 대화의 조건으로 내건 야권을 강하게 비판했다. ‘야당 주도 정국’은 안 된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거리를 두기 위해 ‘비박계’는 띄우면서도, 주도권을 야권에 주지 않기 위해 박 대통령의 자리만큼은 지켜야 한다는 그런 의도가 드러난 것은 아닐까?

■ 이 판국에도 ‘정치 혐오주의 조장’, ‘문재인 때리기’도 또 나와

‘형광등 100개의 아우라’를 박근혜 대통령에게 바쳤던 TV조선. 지금은 어렵게 끌어내린 박근혜 정권의 권력을 민주당에게는 줄 수 없다는 분명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 이 와중에 대통령 자리를 두고 정치인들이 ‘스키 경주’하는 것처럼 희화화한 보도를 내놨다. TV조선의 배성규 정치부장이 나온 대담 보도 <대선판도 흔드는 최순실>는 “최순실 사태로 인해 여야 대선주자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면서 애니메이션으로 구성된 영상을 보여준다. 영상에는 대권 주자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문재인 전 대표, 안철수 의원, 손학규 전 의원, 김무성 의원이 등장해 스키 경주를 펼친다. 이때 바람이 부는데 바람은 최순실 씨의 얼굴을 하고 있다. 배 기자는 “여야 주자들에 최순실 사태가 덮쳤”고 이로 인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멈칫하는 사이,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가 선두로 치고 나갑니다”라고 설명한다. “여권의 기대를 받던 반 총장, 이제 어디로 갈 지 혼란스럽습니다. 반 총장에게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가 같이 가자며 손을 내밉니다”라는 설명도 이어진다.

영상이 끝난 뒤, 앵커와 배 기자는 ‘최순실 사태’로 인한 여야 대권주자들의 ‘손익계산서’를 두들겨 보면서 문재인 후보에 대해 비아냥거린다. 앵커가 “최순실 씨 사태로 인해 가장 득을 보는 사람은 누구입니까?”라고 묻자 배 기자는 “문재인 전 대표를 볼 때 가장 수혜자”라고 말한다. 이어 “문 전 대표가 지금 이 상황에서 탄핵이니 하야니 강하게 지금 이야기하지 않지 않습니까? 가장 유리한 주자가 왜 안할까요?“라고 물어본다. 그러자 배 기자는 ”혹시나 역풍이 불까봐. 오만해 보일까봐. ‘대통령 되고 싶으니까’라는 비판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어서 “문 전 대표 진영에서는 대선캠프 꾸리자 라는 말을 하는 사람이 꽤 많습니다”라면서 문 전 대표의 ‘대선 욕심’을 부각했다. 여기다 “일등으로 나선 게 좋은 게 아닙니다. 맞바람 세게 붑니다”라는 경고 메시지까지 덧붙였다.

■ ‘정치 혐오 조장 보도’의 끝은 ‘반기문 띄우기’

앵커가 “문재인 전 대표가 이익이라면 가장 손해 본 분은 반기문 총장”이라고 하자 배 기자는 반 총장을 “최순실 씨 흙탕물을 온통 뒤집어쓴 사람”로 규정한다. “친박이라고 말한 적도 없는데 친박이 하도 그 이미지를 씌워놔서 억울한 면도 있을 것”이라고 반 총장을 두둔하는가 하면 “반 총장에게는 홀로서기 친박 이미지 벗기의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고 제3지대에 뿌리 내릴 수 있는 그런 새로운 도전의 장”이라고 추켜세우기도 한다. 최악의 국정농단 사태를 대선과 연결지어 ‘경마 보도’로 희화화하더니, 그 결과로는 노골적으로 반기문 총장을 대선 후보로 띄워준 것이다. 국민이 정치에 대해 친근하게 다가서게 뉴스를 구성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 하지만 최악의 국정농단 사태를 대선 레이스 순위 경쟁에 비유하는 것이 적절할까? 평소에도 선거를 이야기하며 순위 운운하는 행태, 즉 ‘경마 저널리즘’은 부적절한 언론 행태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국정농단 사태가 벌어진 상황에서 누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될 것인가를 희화화하는 것은 뉴스에서 정치부장과 앵커가 나누는 대화로는 적절치 않아 보인다. 특히 “2~3등이 양쪽 다 상대방을 먹어서 문재인 대표를 먹을 수 있다”, “여권은 꼴찌 경쟁”, “아무래도 반 총장을 끌고 와야 한다” 이런 식의 발언들은 사태의 본질을 흐리기에 충분하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6년 11월 7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뉴스쇼판>, 채널A <종합뉴스>, MBN <뉴스8>

* 이 글은 민주언론시민연합 모니터 보고서입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를 통해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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