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패널들보다 김진태 의원이 차라리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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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기의 ‘톡톡’ 미디어 수다방] 박근혜 정부와 사실상 ‘공모관계’에 있었던 인사들의 몰염치

“촛불은 촛불일 뿐이지 결국 바람이 불면 다 꺼지게 돼 있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의 발언이다. 김 의원은 지난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촛불은 촛불일 뿐이지 결국 바람이 불면 다 꺼지게 돼 있다. 민심은 언제든 변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 발언에 분노한 춘천 지역 시민들은 지난 19일 김 의원 사무실 앞에서 촛불시위를 벌였다. 춘천 지역 시민들은 김 의원의 사퇴를 요구했다. ‘촛불민심’을 폄훼한 김 의원이 창피해서 못 살겠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그런데 필자가 봤을 때 김진태 의원은 차라리 솔직하다고 본다. 자신의 속내와 신념(?)을 ‘있는 그대로’ 드러냈기 때문이다. 많은 시민들의 항의와 질타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소신’을 정정당당히(?) 밝히는 정치인 – 대한민국에 그렇게 많지 않다. 김 의원 발언이 자신의 평소 신념(?)에 대해 시민들의 평가를 받겠다는 차원에서 나온 거라면 오히려 환영할 일이다.

▲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지난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촛불은 촛불일 뿐이지 결국 바람이 불면 다 꺼지게 돼 있다. 민심은 언제든 변한다”고 주장했다. ⓒ뉴시스

소신(?) 발언하는 김진태 의원 … 말 바꾸는 종편 패널들, 누가 더 솔직한가

오해를 피하기 위해 한 마디 덧붙이면, 필자는 김진태 의원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아니 동의하지 않는 수준이 아니라 막말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춘천지역 시민들의 분노와 항의에 김 의원이 사과할지 아니면 ‘자신의 소신’을 지킬지, 그건 김 의원이 판단할 문제다.

김진태 의원과 대비되는 인사들이 있다. 바로 종편 패널들이다. 종편에 출연하고 있는 많은 패널들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본격화한 이후 말을 바꾸고 있다. 굳이 특정인을 지칭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이들은 최근 ‘너나 할 것 없이’ 박 대통령을 비판하고,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를 비판하는 데 열을 올린다. 하지만 이들의 상당수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초기만 하더라도 박 대통령을 ‘방어’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그런 점에서 “촛불은 바람이 불면 다 꺼지게 돼 있다”는 발언은 김진태 의원이 아니라 종편 패널들이 했어야 할 주장이다. 필자가 보기엔 그렇다. 많은 종편 패널들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전부터 일관되게 ‘박 대통령 옹호’와 ‘야당 비판’ ‘막말 수준의 발언’ 등으로 도마에 올랐다. 이뿐인가. △사드 배치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역사교과서 국정화 △한일 위안부 협상 등 굵직한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사실상 일방적으로 정부여당 편을 들었다. 그러면서 야당과 시민사회단체의 비판과 주장을 비난했다.

‘그랬던’ 패널들이 이제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강도 높게 비판한다. 비판 강도를 보면 진보적 시민사회단체와 구분이 어려울 정도다. 문제는 이들이 ‘박근혜 옹호’에서 ‘박근혜 비판’으로 입장이 바뀌는 과정에서 최소한의 설명이나 사과가 없었다는 점이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를 지지했던 시민들조차 언론 인터뷰에서 ‘부끄럽고 미안해서 촛불집회에 나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동안 종편에서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옹호하는데 앞장섰던 이들은 자신들의 언행에 대한 최소한의 사과·반성 없이 ‘박 대통령 비판’으로 방향을 틀었다. ‘후안무치’(厚顔無恥)라는 사자성어는 이럴 때 쓰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 김진태 의원 발언에 분노한 춘천 지역 시민들은 지난 19일 김 의원 사무실 앞에서 촛불시위를 벌였다. 춘천 지역 시민들은 김 의원의 사퇴를 요구했다. ⓒ뉴시스

‘박근혜 지지’했던 시민들도 부끄럽다고 반성하는데 종편 패널 중 누가 사과했나

“현재 많은 언론 매체가 ‘비선 실세’ 의혹을 파헤치고 있지만, 모든 언론이 제대로 된 비판 기능을 수행하는 것은 아니다. 보수언론들은 얼마 전까지 현 정부를 무비판적으로 칭찬하고 허물을 덮어주기 급급했다.”

북미 한인 언론학자 151명이 지난 20일 발표한 시국선언문 내용 가운데 일부다. 지금은 많은 언론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파문을 집중 조명하고 있지만, 불과 한 달 전만 하더라도 한국 언론 ‘풍경’은 전혀 달랐다. JTBC와 한겨레, 경향신문 등을 제외하곤 이 문제에 관심을 기울인 언론은 거의 없었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많은 언론이 먼저 해야 할 일은 ‘자기성찰’과 ‘반성’이 아닐까 싶다.

북미 한인 언론학자들은 “다수의 한국 언론은 박근혜 정부의 공모자들”이라고 비판했다. 필자는 여기에 하나를 더 보태고 싶다. “종편의 다수 패널들 역시 박근혜 정부의 공모자들”이라고. 사과나 반성 없는 ‘입장변화’는 상황만 조금 바뀌면 언제든 다시 바뀔 수 있다는 얘기다.

지금까지 권력 감시라는 본연의 역할을 못 한 것에 대한 ‘반성 차원’에서 뒤늦게라도 적극적인 보도하고 있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와 최소한의 사과도 없이 태도를 돌변한 ‘다수 언론’과 ‘종편 패널’은 구분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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